[기고]막걸리 산업 방향 정립 숙고해야
[기고]막걸리 산업 방향 정립 숙고해야
  • 김현옥
  • 승인 2010.09.30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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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성·청정성 낮아 수출 확대에 한계
정서 밴 국민주…지역별 명품화 필요
대기업은 원료 공급 중소기업과 상생을
우리나라 전통주로 막걸리만한 역사를 가진 알코올성 음료는 없을 것이다. 오랜 역사뿐만 아니라 모든 서민, 특히 농민의 가장 친근한 술이며 주린 배를 채우는 양식이 되어 왔고, 피로와 시름을 달래주는 우리의 정서가 흠씬 배어있는 가히 국주(國酒)라고 했을 때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제 이 막걸리가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면서 수출량도 늘어나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관련 제조업체의 경제적 이익까지 안겨주고 있으니 아니 기쁠 수 가 없다. 그러나 이제는 막걸리 산업을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 봐야 할 때가 되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발표에 따르면 막걸리 시장은 2008년 3,000억원 규모였고 2009년에는 4,200억원으로 1년 만에 40%가 증가 하였으며, 2012년에는 1조원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현재 막걸리 생산에 참여하는 업체는 전국적으로 약 500여개(업계는 700여개로 추산)가 되며 이중 약 70%가 매출액 1억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주장에 의하면 여기서 일하는 종업원은 1만여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나 영세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근래 막걸리 제조업이 돈이 된다고 생각해서 인지 혹은 기업 이미지 부각을 위해서 인지 식품 분야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제조 및 유통에 뛰어들고 있어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마침 대통령께서도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보라는 발표도 있었는데 우리나라 막걸리 제조업이야 말로 중소기업형으로 지역 명품화하여 지방의 특징을 보여주고 고향의 술로서 차별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매출액 1조원이 넘어가는 대기업들이 막걸리 제조, 판매 분야에 뛰어들면 전국망을 갖춰야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판매, 유통구조가 약한 지방 막걸리 제조업체는 문을 닫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여겨진다.

막걸리 수출이 크게 확대되어 정부는 이 기세가 오래 갈 것이라 여길지 모르지만, 막걸리의 특성상 세계 각 지역에 공급하여 국제화하는 데는 결정적인 약점들이 있다. 몇 가지 이유를 들어보면 첫째, 혼탁주로 침전이 될 수 있으며(상당히 개선을 하고는 있지만) 둘째, 알콜 함량이 낮아 저장성에서 문제가 되고 셋째, 신선한 상태에서 최상의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장거리 수송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장기저장에서 급격히 품질이 떨어지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생맥주가 외국에서 수입하지 못하고 대부분 현지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가 바로 좋은 예이다. 세계적인 명주가 되기 위해서는 저장성과 청징성을 갖춰야한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막걸리는 국내 생산품을 수출 한다는 발상 보다는 현지 생산을 유도하고 여기에 필요한 재료들을 공급하여 우리식의 막걸리를 현지화 하면서 우리 원부재료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실리를 취하는 슬기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꼭 수출만이 국가 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특정한 지방에서 독특한 명품막걸리를 만들도록 도와주고 그 막걸리가 그 지역을 대표하는 술로 자리매김하면 국내인은 물론이요 외국 관광객까지 불러들여 관광 수입을 올리면서 우리 술을 알리고 지역을 돋보이게 하는 아주 좋은 매체가 될 것이다.

막걸리는 알콜 함량이 4~8%에 이르는 틀림없는 알콜성 음료이다. 근래 일고 있는 건강에 유익하다는 선전보다는 독특하고 차별화된 전통주로서 기호성을 높혀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특히 대기업이 뛰어들어 수백년동안 구축해 놓은 지역의 특화된 막걸리를 소멸 시키고 그 제조업체를 도산 시키는 일은 삼가야 할 일이다. 아무리 이윤 추구가 최고의 목표이긴 하지만 식품이라는 동종의 업체 간에는 상도의를 지켜야 존경받는 기업으로서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고 대기업다워 질 수 있다. 굳이 대기업이 참여하고 싶다면 일본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막걸리용 “고지”를 순수한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리의 누룩 형태로 만들어 양질의 원부재료를 중소기업에 공급함으로써 전통 막걸리의 품질을 높여 소비를 확대하는데 기여하고 이를 통하여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줌으로서 상생하는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면 한다.

정부도 한식 세계화라는 큰 명제 아래 국가 이미지 제고와 함께 기존의 오랜 역사를 가진 국내 기업 보호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외국 수출 확대만이 한식세계화의 업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신동화식품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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