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은단, 건기식 전환 ‘절반의 성공’
고려은단, 건기식 전환 ‘절반의 성공’
  • 정심교
  • 승인 2011.04.2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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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C1000’ 유통망 확대 매출 증가
진열에 혼란 초래 주거래 약국선 외면
비타민C 판매업체가 주력 일반의약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바꾸면서 매출은 끌어올린 반면 기존 주거래처인 약국에서 외면을 당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1일 고려은단(회장 조창현)은 지난해 말 자사 주력 비타민C 제품 '고려은단 비타민C 1000'을 일반의약품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한 후 원산지 표시 공개로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를 받으면서 일반의약품에서 불가능했던 원산지 표기가 가능해져 중국산이 주를 이루고 있는 비타민C 고함량 제품 시장에서 영국산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의도치 않게 약국유통만 가능한 일반의약품과 달리 인터넷 유통도 가능해져 판로가 더 넓어지게 됐다.

그러나 약국가에선 판매 인기 제품이었던 '고려은단 비타민C 1000' 밥그릇을 인터넷 쇼핑몰에 빼앗긴 것에 뿔이 났다. 19일 서울특별시약사회(회장 민병림)는 최근 고려은단이 일반의약품으로 생산하던 ‘비타민C1000’ 제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 사실을 일선약국에 제대로 알리지 않아 종전과 같이 일반의약품 코너에 진열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큰 혼선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약사회는 보도 자료를 통해 “약국가에 혼란을 주는 것은 물론 약국의 의약품 안전관리 능력에 국민적 불신을 초래한 고려은단에 대해 거래주의보를 발령한다”며 “해당 회사와의 거래에 신중을 기해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을 회원약국에 전달했다.

또 “현재 인터넷을 통해서도 판매되고 있는 ‘비타민C1000' 제품이 약국보다 저렴하게 소비자에 판매돼 가격 차이로 인한 약국 고객과의 마찰이 우려된다”며 “회원약국에서는 해당 제품을 판매할 경우 주의해줄 것”을 요청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이 제품이 건기식으로 전환된 것을 모르는 약국에서 일반의약품 진열대에 이 제품이 놓여있으면 약사법 위반으로 업무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고려은단 측은 19일 서울시약사회 사무실을 찾아가 “전국 직거래 약국 200여 곳과 도매상들에게 건기식으로의 전환 사실을 모두 알렸고,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건기식으로서 광고를 했다”며 “제품 케이스에도 빨간 색을 넣었고 건기식 마크도 삽입돼 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은단 관계자는 “약국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약국보다 인터넷 쇼핑몰 공급가액을 더 비싸게 책정했다”며 “쇼핑몰에서 본사와 상의 없이 쿠폰 발급 등 혜택을 소비자에게 부여하거나 마진을 남기지 않고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경우가 있으나 본사에 적발되면 거래를 중단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고려은단은 비교적 저렴한 중국산 1000㎎ 고함량 비타민C에 밀려 자사 제품의 매출이 떨어지자 이를 타개할 수단으로 ‘영국산’이란 점을 강조한 원산지 마케팅에 돌입했다. 지난 2009년 영국의 DSM사와 원료 독점 공급계약을 맺고 중국산보다 2.5배 비싼 '비타민C 97% 함유'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원산지 공개를 이슈화해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었다.

이에 고려은단은 지난해 6~8월 “고추장은 재료 하나하나 원산지까지 따지시면서 왜, 비타민C는?”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었다. 제약협회의 수정, 삭제요구 등 여러 차례 심의를 거쳐 통과한 것이었다. 또한 영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오는 경로를 화살표로 강조한 광고도 소비자들에게 어필했고, 중국산 제품 대비 300정 기준 1000~2000원 가량 비싼 가격차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다시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작년 9월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전현희 의원의 위법소지 질의 발언 후 이들 광고는 행정처분을 받았다. 고려은단 측은 식약청의 위탁기관인 제약협회에서 광고심의를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경인청 역시 위법소지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본청의 주장 견지에 따라 결국 ‘영국산이 중국산보다 우월하다는 소비자 오인이 가능’하고 ‘중국산을 사용하는 타사 제품을 비방’하는 내용으로 12월 광고를 중지하기에 이르렀다. 더 나아가 식약청은 원산지를 강조하는 모든 의약품 광고를 금지시켰다.

이에 고려은단은 원산지를 밝힐 수 없는 일반의약품 사업을 접었고, 이번 ‘고려은단 비타민C 1000’의 건기식 전환 역시 이 같은 배경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 회사 마케팅팀 송수근 차장은 “일반의약품과 달리 건기식에서는 원산지 표시가 가능해 전환한 것"이라며 "일반의약품이면 약국유통만 가능하지만 건기식이면 인터넷 유통도 할 수 있으므로 유통채널이 넓어지긴 했지만 종전대로 약국이 주거래처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송 차장은 "일반의약품 사업을 언제 재개할 지는 미정"이라며 "향후 건기식 제품을 더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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