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식 불법 사이트 대책 시급
건기식 불법 사이트 대책 시급
  • 정심교
  • 승인 2011.07.29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미허가 제품·반값 판매 국내업체 피해 막심
스포츠 뉴트리션·다이어트·성기능 강화 제품 등
재미교포 중심 미국에 서버 두고 현지서 직배송
해외 건강기능식품을 불법으로 반입해 판매하고 있는 온라인 구매대행 사이트로 인한 관련업계의 피해가 막심해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일명 ‘블랙마켓(Black market)’으로 불리고 있는 이들 구매대행업체는 주로 미국에 서버를 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해외 건강기능식품을 국내 소비자에게 직배송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허가되지 않은 제품들까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유통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들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반입된 건강기능식품들은 정식 통관절차를 거치는 수입업체 제품의 ‘반값’에 팔리면서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어 자칫 미허가 제품으로 인한 부작용마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식약청 식품관리과에서는 모니터링 요원 2명이 수시로 불법사이트를 검색해 방송통신위원회 측에 고발하는 한편 일부 제품은 직접 구매해 검사함으로써 허위과대광고를 감시하거나 불법원료 사용 증빙자료를 확보해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 사이트 차단 조치를 요청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즉각적인 조치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는 건강기능식품법에 이를 제재할 관련 조항이 없기 때문으로, 보건복지부(장관 진수희)는 지난 2월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에서 해외 불법 사이트를 통한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차단할 수 있는 법적근거 마련(제23조제2항)을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련 법안은 현재 법제처에서 심의중인데, 지금까지 방송통신법에 근거해 해당 사이트의 차단 조치가 이뤄져왔는데 굳이 건강기능식품법에 별도로 신설할 필요가 있느냐는 법제처 측의 부정적 의견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측 공식 수입업체가 입는 피해규모가 엄청나다. 한 수입업체의 작년 매출은 300억 원(본사 매출 기준)인 반면 이 브랜드의 해외구매대행 사이트는 한 곳에서만 연 평균 3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불법 업주 1명이 수입업체 맞먹는 실적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불법 사이트 차단 땐 법 맹점 이용 우회개설
관세없는 저가 제품으로 국민 건강도 위협


● 스포츠 뉴트리션 제품이 대다수

이들 불법 해외구매대행 사이트에서 취급하고 있는 품목은 대부분 ‘스포츠 뉴트리션’ 제품으로, 소위 ‘몸짱’으로 불리는 유명 남성 연예인들의 각진 팔 근육을 만드는 것이 특징인데, 단백질 파우더에 함유된 산화질소(NO) 성분이 혈관을 팽창시켜 실핏줄을 굵게 하고 하이드록시컷 성분이 근육을 각지게 한다는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원료는 국내에서 건강기능식품용으로 허가되지 않은 불법 원료로서, 허가받은 100% 유청단백질 파우더보다 운동시간을 단축시켜 몸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여성용 다이어트 제품과 남성 성기능 강화 제품들이 이들 불법 사이트를 통해 팔리고 있는 대표적인 3대 제품군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인의 영양소 기준치에 맞게 배합비율을 조정한 정식 수입 제품과 달리 이들 불법제품들은 원료가 무분별하게 함유돼 안전성 및 영양 측면에서 위험에 무방비한 상태로 노출돼 있다. 제품의 부작용 혹은 불량 제품으로 인한 피해보상도 기대하기 힘들다.”며 일방적인 소비자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 유령 사이트들, 차단하면 또 생겨나

G○○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3년 전 성업 중인 불법 해외구매대행 사이트 3~4곳의 사업장을 급습하기 위해 미국 본사 감사팀과 함께 주소를 추적했으나 모두 존재하지 않는 유령사이트였다고 밝혔다.

업계는 사이트 내 콘텐츠와 제품 설명에 사용되는 모든 언어가 한국어인 점, 본사 제품을 대량 비축하고 있는 점 등을 미뤄 로스엔젤레스,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 미국 현지에서 관련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재미교포들로 추정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변호사를 통해 해당 사이트 업주를 고발하거나 메일을 보내 사이트를 내리라고 경고한 적도 많다"며 “불법인 줄 모르고 진행하던 일부 사이트는 문을 닫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무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령 업체가 식약청이나 검찰청, 관세청, 국정원, 국무총리실 등 정부기관에 민원을 접수하면 사이버경찰청으로 보고되는데, 사이버경찰청에서 해당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면 10분 뒤 사이트 주소가 교묘히 바뀐 채 다시 오픈된다는 것이다. 제보에 따르면 가장 대표적인 불법 사이트 m○○○119.com의 경우 해당 사이트 주소를 m○○○118.com으로 숫자 하나만 바꿔 다시 오픈했으며 사이트가 차단될 때마다 m○○○117.com, m○○○116.com 등 술래잡기하듯 생겨난다는 증언이다.

● 남대문 수입상가에서 출발

이들 대행 사이트의 모태는 남대문시장 수입상가. 일제시대부터 터를 잡고 이어져온 남대문시장 수입상가의 건물 지하에는 현재도 수입 의류 및 식품 코너들이 벌집처럼 빼곡히 밀집해 있다. ‘도깨비 시장’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에서 수입 경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G○○ 미국 제품을 취급하는 곳만 무려 154군데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평도 채 안 되는 점포들에서는 각종 수입 건강기능식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한 상인에 따르면 이들 점포는 칸 당 월세가 50만 원으로, 두 칸 규모(약 1평)면 100만 원의 적지 않은 월세를 내야 한다. 즉, 한 달 매출실적이 50~100만 원은 넘어야 수지타산이 맞는다는 얘기다.

여기서 판매되는 제품의 가격은 미국산 ‘G○○ 비타민C 1000’ 500정짜리가 4만 원으로, 정식 수입제품 100정짜리 3만8000원과 단순 비교해도 무려 15만 원이나 싸다.

이들 제품은 심지어 인터넷 판매가격보다 저렴한 실정으로, “인터넷 판매업자들이 이곳에서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상인들은 설명했다.

G○○ 측에 따르면 한 상가건물 안에 G○○ 정식매장에서 200종의 수입제품을 취급한 반면 바로 옆 수입식품 코너에서는 400여 종의 G○○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조사 결과 이들 제품들은 남대문 수입상가로부터 들여왔으며, 남대문 수입상가는 미군 기지를 통해 미국 현지 제품을 택배로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살해위협에 이민 선택…피해업체 대응 꺼려

구매대행 사이트에서는 여러 업체 제품들을 동시에 판매하고 있다. 이에 G○○코리아 측은 4년 전 정식 라이센스를 가진 피해업체들과 연합해 speed○○.com과 m○○○119.com 등에 대해 단체소송을 걸 계획으로 업체 대표들과의 만남을 시도했다. 이들 사이트는 당시 하루 4톤가량의 스포츠 뉴트리션 제품을 국내로 직배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이들 업체 대표 중 몇몇은 사이트 운영자로부터 "고발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 협박도 서슴지 않아 이를 두려워한 일부 업자들은 해외 이민 등으로 자취를 감춘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 매장형 유통업체 가격경쟁서 밀려

불법 사이트로 인한 피해 대부분은 본사와 회원간 직거래로 제품이 새어나갈 틈이 없는 네트워크형 유통방식의 업체들이 아닌 바로 '매장형' 유통업체들이다.

G○○코리아 관계자는 "관세를 내고 라벨과 배합비율을 맞추며 200종에 한해 한국인에게 맞는 정식 건강기능식품으로 소량 만들기 때문에 원가부터 미국 제품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국내 백화점 입점 후 매출 수수료가 미국은 평균 12%, 최고 18%인 반면 G○○코리아는 매출의 30%를 백화점에 내야 한다.

미국 솔○의 한국법인 관계자는 "불공정 경쟁 속에서 관세도 안 내고 저가에 물건을 파는 불법 사이트가 판을 치고 있다"며 "식약청에서 제도권에 있는 건강기능식품 업체를 보호할 법을 제대로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