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앞두고 건식 흠집내기…올해도 재연
명절 앞두고 건식 흠집내기…올해도 재연
  • 정심교
  • 승인 2011.09.0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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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한의사회…직장인 등 대상 오후 7시 TBS서 방송 광고
홍삼 산수유 헛개나무 제품 등 대상
업계 “잘 나가는 품목 깎아내리기” 불만
명절 때마다 의약계에서 터뜨려온 건강기능식품 효능 논란 ‘바통(baton)’이 이번엔 한의사들 손에 쥐어졌다.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6일 TBS 교통방송에서는 ‘한약재로 만들어진 건강기능식품은 반드시 전문가인 주치한의사의 지도에 따라서 섭취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40초 분량의 서울시한의사회(회장 김영권) 캠페인 광고가 10월 31일까지 두 달간의 일정으로 전파를 탈 예정이다.

국내 한의사 단체인 대한한의사협회 산하 서울시한의사회는 이 같은 내용을 각 회원 한의사들을 통해 배포했으며 대한한의사협회 기관매체인 한의신문은 8월 26일자 보도를 통해 캠페인에 실릴 문구를 보도했다.

서울시한의사회 김영권 회장이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녹음한 이번 캠페인에서 그는 “요즘 홍삼, 산수유, 헛개나무 등 건강기능식품의 과대포장된 효능만을 믿고 체질이나 증상에 상관없이 오남용돼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좋다고 알려진 홍삼마저도 어떤 사람에게는 혈압상승, 두통, 불면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한약재로 만들어진 건강기능식품은 반드시 전문가인 주치한의사의 지도에 따르셔서 여러분의 소중한 건강을 지키시기 바랍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산수유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소위 건강식품, 즉 일반식품의 원료로밖에 쓰이지 않고 있다. 이에 기자는 지난달 29일 이병삼 홍보이사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고, 서울시한의사회는 내부 검토를 거쳐 문구를 일부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첫 방송 예정일(9월 1일)도 9월 6일로 미뤄졌다.

동 한의사회가 기자에게 알린 새로 수정된 문구는 “요즘 홍삼, 산수유, 헛개나무 등 많이 드시고 계시지요? (중략) 건강을 위해 드시는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은 반드시 전문가인 한의사와 상담하시어 여러분의 소중한 건강을 지키시기 바랍니다”로 수정됐다.

동 한의사회가 이번 캠페인에서 노린 주 타깃은 바로 ‘식약 공용 품목’이 쓰인 건강기능식품이라는 것. 현직 한의사인 이병삼 서울시한의사회 홍보이사는 "홍삼, 산수유, 헛개나무는 건강기능식품에도 한약에도 쓰이는 원료 즉, '식약 공용 품목'"이라며 “평상시 먹는 음식도 체질에 따라 가려 먹어야 하는데 하물며 가공을 통해 기능성이 추출되고 농축된 엑기스 등 건강기능식품이라면 체질에 따라 먹을 게 있고 먹어서는 안 될 것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설명에 따르면 홍삼은 열이 많은 사람이 피해야 하며 여성의 경우 생리불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 또한 홍삼은 불면, 어지럼증, 피부 가려움증, 반점, 식욕부진, 소화불량, 변비, 설사, 유방통, 유방부품, 가슴 두근거림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견해다. 하체에 기운을 넣어주는 산수유는 습열에 의해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그 증상이 가중되며 생식기 계통에 화열이 치성한 사람에게는 생식기능이 더 떨어진다는 진단이다. 몸에 땀이 많이 나고 열을 발산해야 하는 사람, 소음인이라면 산수유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헛개나무는 비위가 찬 사람에게 설사나 과도한 이뇨를 유발해 전체 순환혈액량의 부족으로 오히려 간 기능이 나빠진다는 게 한의학의 관점이다.

이 이사는 "홍삼, 산수유, 헛개나무가 비록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에 해당돼 의사의 처방이 법적으로 필요하지는 않지만 이 같은 관점에서 체질을 고려하지 않고 장기간 섭취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있다”며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했다면 한의원에 들고 와 우선 체질을 진단 받고 한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섭취 여부를 결정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이사는 최근 언론매체 칼럼을 통해 "홍삼을 파는 사람들은 홍삼이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가장 뛰어난 제품이며 열의 유무와 체질에 상관없이 누구나 먹어도 된다고 광고한다. 하지만 이것은 홍삼판매업자의 입장일 뿐이다"라며 "더 이상 홍삼의 주술에 구속되지 말고 자신의 체질과 증상에 맞게 면역력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자"고 명시한 바 있다.

이에 건식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과 함께 "기존 한약이 대세였던 '보약'이 중금속과 농약 논란으로 한약 수요가 줄고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성장하면서 밥그릇을 빼앗기고 있는 데 대한 위기 의식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연구 개발 끝에 얻어낸 각종 과학적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일반인이 섭취해도 문제 없을 섭취권장량과 주의사항을 제품에 표기하고 있다"며 "식약 공용 한약재의 경우 용량 반응 개념에서 볼 때 한의원에서 처방되는 약재로서의 홍삼은 건강기능식품과 달리 고용량이 사용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한의학의 논리대로라면 홍삼이 체질상 맞지 않는 사람은 일반식품인 홍삼캔디를 먹을 때에도 한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 업계 측은 "하다못해 나물이 몸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나물이 든 음식 먹을 때 한의사의 진맥이 필요하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렇다면 식약청에서는 홍삼을 식품 원료로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지켜내려는 3대 식약 공용 품목인 홍삼, 산수유, 헛개나무가 각각 한국인삼공사, 천호식품, 한국야쿠르트 등 각 분야에서 소위 잘 나가는 업체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업체를 필두로 추석 대목에 매출을 조금이라도 깎아내리려는 심산일 것이라는 견해도 들려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캠페인 광고는 직장인의 퇴근시간이 집중돼 있는 저녁 7시 10분대의 프라임 타임에 전파를 탈 예정으로, 추석 때 부모님 효도선물의 실구매자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건식업계의 대목인 추석을 앞두고 터질 이번 캠페인 광고에 대해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측은 어떤 입장일까? 대답은 '무대응'이다. 건식협회 측은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올 들어 식약 공용 품목 축소 등을 주장하며 영역 수호를 위한 행보를 보여와 예의주시해 오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캠페인에 섣불리 대응했다간 문제를 더욱 이슈화하는 꼴이 되고 자칫 단체 간 싸움으로도 번질 수 있어 대응 여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신중히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한의사 단체들은 최근 들어 건강기능식품 업계와의 밥그릇 싸움을 선전포고해 왔다. 지난 1월 31일 동 협회를 포함, 한의약관련단체협의회(회장 김정곤 대한한의사협회장)는 "국민 건강을 위해하는 건강(기능)식품의 과대․허위광고에 대한 근절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 협의회에서는 지난해 12월 15일부터 30일까지 16일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18개 주요 일간지 및 경제지, 스포츠신문 등을 대상으로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모니터링해 위법사항 등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건강기능식품 20개사, 건강식품 7개사에서 189회 광고를 진행했으며 이 중 3개 업체의 7회 광고(건강기능식품 1개 업체 2회, 건강식품 2개 업체 5회)에서 위법사항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정곤 대한한의사협회장은 "건강기능식품은 말 그대로 식품일 뿐이며 의약전문가가 처방하는 의약품과는 효과와 성분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식약청 등 관계당국은 국민들에게 무분별한 건강기능식품 맹신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건강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후 지난 3월 18일 김 회장은 노연홍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찾아가 식약 공용 품목 축소 및 한약의 식품화 금지 등을 제안하며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당시 김정곤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 식약 공용 품목은 중국과 공통 품목인 75종과 비교했을 때 3배에 가까운 189종에 달해 이를 활용한 건강기능식품이 범람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식약 공용 품목의 대폭 축소와 한약을 활용해 제조하거나 한약 처방명을 표시하는 식품의 제조 및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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