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GAP 인증제도와 문경거점산지유통센터
[탐방]GAP 인증제도와 문경거점산지유통센터
  • 최승근
  • 승인 2011.10.27 1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산물 우수관리제도…해외 수출에 필요한 글로벌 인증
농림수산정보센터 운영…130개 관리항목 국내보다 엄격
청정 환경서 생산 유통 판매까지 이력추적 정보 제공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소비자들은 농식품의 원산지를 비롯해 생산과 가공, 유통 등 전 과정에 이르는 정보를 알고 싶어 한다. 이에 따라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도입됐는데 그 중에서도 농산물우수관리제도(GAP)는 농산물의 안전성에 중점을 두고 생산부터 수확 후 단계까지 관리하는 제도다.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는 농산물우수관리제도를 비롯해 다양한 식품안전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같은 제도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역할도 겸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서울YWCA 회원을 대상으로 GAP 제도와 우수GAP 농산물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돼 이들을 따라 GAP 제도에 대해 알아봤다.

이른 아침 ‘국가인증농식품 생산현장 체험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을 출발한 서울YWCA 회원 43명은 오전 11시쯤 경북 문경에 위치한 문경거점산지유통센터에 도착했다.

비를 동반한 흐린 날씨였지만 밝은 표정으로 버스에서 내린 이들은 생산현장 견학에 앞서 문경 특산물인 문경 사과와 GAP 제도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보통 ‘문경’하면 여행지로 유명한 ‘문경새재’나 최근 많이 알려진 ‘문경 오미자’를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은 ‘사과’도 이들 못지않게 문경을 대표하는 특산품으로 꼽힌다.

경북 문경은 산악지형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해 사과재배 좋은 환경을 갖췄다. 이런 자연환경 덕에 이 곳에서 생산되는 사과는 육질이 단단하고 향이 짙으며 당도가 높아 일명 ‘꿀사과’로 불린다. 특히 문경의 또 다른 특산품인 문경약돌을 물에 녹여 비료로 사용해 타 지역 사과와는 달리 칼슘 성분이 함유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문경 사과는 서울 양재동 하나로 마트와 서울 시내 백화점 그리고 서울시와 경기 지역 초등학교 급식으로도 납품되는데 이는 GAP와 친환경 인증을 획득해 맛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갖췄기에 가능했다고 김용근 센터장은 설명했다.

경북 문경시 마성면 위치한 문경거점산지유통센터는 지난 2009년 2월 개장하고 그해 7월에 GAP인증 획득했다. 총 2만9950㎡ 규모의 부지위에 2630㎡ 규모의 저온저장실을 비롯해 선과장, 제함실 등을 보유한 센터는 연간 1만톤의 처리능력을 갖췄다.

특히 원료가 센터로 입고되면 접시에 부착된 센서로 계량하는 프리트레이 방식과 비파괴당도측정이 가능한 선별기를 도입, 당도 14브릭스, 색택 80% 이상의 고품질 사과를 선별할 수 있어 품질균일화가 가능하며 작업 효율도 대폭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곳을 거쳐 간 문경 사과는 80% 이상 대만으로 수출되며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러시아, 미국 등 전 세계로 수출된다.

김용근 센터장은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여파로 인한 방사능 오염 우려로 홍콩 등 사과 주요 수입국에서 일본산 보다는 국내산 사과를 선호해 국내산 사과의 수출물량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만 올해는 흉작으로 인해 물량이 많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 김우진 대리가 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GAP 제도에 대해 소개했다.

GAP는 유럽의 유통업체에서 먼저 시작됐는데 이는 국가 간 교역이 활발한 유럽지역에서 공통된 안전성 기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초기에는 유럽 GAP로 불리다가 최근 글로벌 GAP로 불리고 있다. 현재 대만 미국 호주 프랑스 등이 글로벌 GAP 도입했으며 국내 업체는 10곳 정도 글로벌 GAP 인증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GAP와 비교해보면 관리기준 항목에서 차이가 크다.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GAP는 관리기준 항목이 50여개인 반면 글로벌 GAP는 130여개로 더 까다롭다. 하지만 유럽으로 국내 농산물을 수출하려는 업체는 글로벌 GAP 인증을 받아야 한다.

GAP 제도가 국내에 소개된 지 오래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에 유통되는 전체 농산물 중 약 5% 가량이 GAP 인증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2016년 저농약농산물 인증제도가 완전히 폐지되면 많은 농가들이 GAP 인증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김 대리는 설명했다.

GAP 인증마크는 G, A, P의 영문 이니셜을 상징화했는데 전체적으로는 지구의 형상을 띠고 있으며 이는 국제규격의 농산물임을 인증한다는 의미다. G부분은 지구의 형상을, A는 푸른 산을, P는 맑은 강을 의미한다. 청색은 맑고 깨끗함을 추구하는 농식품부의 의지를, 녹색 잎은 환경 친화적인 농산물의 의미를 담고 있다.

GAP 인증을 받기 위해선 농산물이 자라는 환경부터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5가지 중점 관리 요소를 만족해야 한다.

토양과 수질 등이 중금속이나 유해미생물 등에 오염되지 않은 청정 생산 환경을 준수해야 하고 농약과 비료의 사용에 있어서도 최대한 사용을 줄이고 사용 시엔 안전사용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농산물의 수확 후엔 선별, 세척, 포장 등이 실시되는 농산물우수관리시설이 위생관리기준에 적합해야 하며 농약, 중금속 등 위해요소 잔류분석 결과에 연 1회 이상 합격해야 한다. 또한 생산, 유통, 판매 전 과정을 기록해 소비자가 이력추적을 통해 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GAP 인증품은 11자리의 인증번호를 갖고 있는데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GAP 정보서비스 홈페이지(www.gap.go.kr)에서 조회해 인증기관과 생산자 그리고 우수농산물관리 심사정보 내용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11자리의 인증번호는 인증기관 지정번호(000)와 인증품 생산지를 관할하는 시․도와 시․군별 지정번호(00)(00) 그리고 시군별 인증의 일련번호(0000)를 결합해 부여하게 된다.

예를 들어 경기도 파주에서 17번째로 인증을 받은 인증품일 경우 경기도 코드 10, 파주시 코드가 19 이므로 인증번호는 001-1019-0017이 된다.

문경 사과 등 10여 곳 인증…전체 농산물 5% 차지
2만 9900㎡ 부지에 선과·제함시설 등 연간 1만톤 처리
고품질 사과 초등학교 급식 외 80% 미국 동남아 수출



GAP 제도에 대한 설명까지 일정을 마친 문경거점산지유통센터 YWCA 회원들은 점심식사를 하고 사과따기 체험을 위해 문경시 마성면 오천리에 위치한 황토농원으로 이동했다.

아침부터 흐렸던 날씨가 기어이 비를 뿌려댔지만 탐스럽고 빨갛게 잘 익은 사과나무가 가득한 농장에 도착하자 체험단은 누구하나 싫은 기색 없이 사과따기 체험을 즐겼다.

사과나무 마다 주렁주렁 잘 익은 사과들이 매달려 있어 가느다란 나무와 가지는 보이지도 않고 온통 사과들이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체험단은 직접 사과를 따서 맛보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 체험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여성 참가자는 신상열 황토농원 대표가 “사과는 양광, 홍옥, 부사, 후지 등 종류에 따라 수확하는 시기가 달라 11월까지 수확하기도 한다”는 말에 “보통 겨울철에 나오는 사과는 대부분 창고에 저장했던 사과로 알고 있었다”며 신기해했다.

신 대표는 “문경지역은 전국 사과 생산량에 있어 영주, 의성, 안동 등에 이어 6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농가수와 재배면적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라며 “생산된 사과는 대부분 문경거점산지유통센터에서 매입해 소득도 안정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아직 가을걷이가 마무리되지 않아 노란 들판과 잘 익은 사과의 빨간색이 조화를 이뤄 감탄을 자아냈던 문경을 떠나며 우리 농식품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안전·안심의 대명사가 되는 그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전한 농식품 생산을 위한 제도 등 정부가 올바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생산자와 유통자가 이를 잘 따라준다면 머지않아 우리 농식품이 세계를 휩쓰는 명품이 될 거란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발길을 돌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