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식품 ‘올해의 10대 뉴스’
2011 식품 ‘올해의 10대 뉴스’
  • 정심교
  • 승인 2011.12.16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품 시장도 ‘3.0버전’…시장 개방 속 혁신제품 판도 바꿔

지난 7월 발효된 한-EU FTA와 내년 초 발효 예정인 한-미 FTA로 식품업계는 글로벌 시장으로 무대를 확대할 기반을 갖추게 됐다. 이와 맞물려 9월 외식산업진흥법이 시행되면서 외식업계는 식품위생법과 식품산업진흥법의 좁은 그늘망에서 벗어나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법적 동력장치를 달게 됐다. 식품업계는 인스턴트 커피와 새로운 국물의 라면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업체간 치열한 마케팅 경쟁이 올 한 해 관전포인트였다. 남양유업의 커피믹스 시장 진출로 추격당한 동서식품은 원두커피 신제품을 출시하며 히든카드를 내밀었다. 반면 매일유업과 본아이에프는 '세균 우유' '쓰레기죽'으로 이미지가 실추되고 매출이 급감하면서 한바탕 몸살을 앓아야 했다. 올해 식품업계에서 일어난 이슈들을 짚어보고, 미래 산업을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해보는 시간을 기대해본다.<편집자>

[1 ] 한-EU FTA 발효…식품시장 지각변동 
 

7월 1일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서 중국에 이어 세계시장에서 두 번째로 큰 EU와의 관세 장벽이 사라지면서 값싼 유럽산 제품과의 본격적인 시장 경쟁이 시작됐다. 와인, 커피생두, 원당 등 610개 주요 농산물은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위스키, 초콜릿, 삼겹살, 맥주 등도 앞으로 2년에서 10년 사이에 관세가 없어져 국내 식품업계와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국의 수출품 또한 빛을 볼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연구보고서는 그동안 관세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라면, 게맛살, 어육, 일부 음료 등 식품 가공품과 냉동 어류, 버섯류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점쳤다. 라면은 그동안 6.4%의 관세와 순중량 100kg당 24.6유로의 세금이 부과됐지만 관세가 없어졌으며, 현재 20%에 이르는 참치, 황새치 등 냉동 어류의 관세도 철폐됐다. 이외에도 9.6%의 관세를 적용받은 과즙 및 인삼음료와 게맛살 등 수산가공품(20%)도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2] 외식산업진흥법 시행효…외식 도약 발판 마련
 

외식산업 지원 육성의 법적 기틀이 될 '외식산업진흥법'이 발의 2년 만인 올해 9월 10일 본격 시행되면서 '성장 한계설'에 마음 졸였던 외식업계가 한껏 격양됐다. 이에 따라 외식산업 진흥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국내 외식산업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육성·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그간 규제 위주의 식품위생법과 식품산업진흥법에 겨우 기대야 했던 외식업계는 이번 외식산업진흥법 시행으로 인해 구조 및 제도적 문제점을 해소하고 농어업과의 연계를 강화하며 외식산업이 새로운 국가전략사업으로 커갈 수 있다는 법 취지에 상당부분 기대하는 모습이다.

국내 외식시장은 2008년 말 기준으로 외식업체 수 75만 개, 종사원 수 250만 명을 넘었으며 2009년 연간 매출액은 70조 원으로 고용창출 및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발돋움했다. 매출액 기준으로 봐도 농림어업의 1.4배, 정보통신업의 1.3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고용 규모도 국가 전체 고용 중 8.2%를 차지해 정보통신업의 3배, 문화서비스업의 5배에 달한다. 외식산업진흥법 마련은 외식산업이 국가의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외식산업의 지원,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3] “카드 수수료율 인하!” 뿔난 외식인 잠실벌 함성
 

한국외식업중앙회(회장 남상만)의 42만 회원과 300만 종사자를 대표해 모인 외식인 7만 명은 10월 18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를 열고 △일반음식업종의 카드수수료율을 1.5%로 인하할 것 △이를 위한 여신전문금융업법의 독소조항을 개정할 것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의 단서조항 ‘의제매입세액공제율의 일몰제’를 폐지할 것 △음식점의 만성적 인력난 해소를 위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정책의 적극 개선 등 제도개선 사항을 요구하며 목청을 높였다.

이들의 함성은 당초 18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9일까지 입법화하기 위할 계획으로 전병헌 국회의원과 한국외식업중앙회는 11월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중소 영세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당시 임기를 150일 남긴 국회의원들이 막바지 정기국회에서 카드수수료율 인하를 필두로 한 지원제도 입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다짐의 자리로 비쳐지기도 했으나 한미 FTA 발효를 앞두고 또 다시 발이 묶여있는 상태다.

[4 ] 본죽 ‘쓰레기죽’ 날벼락…원칙경영도 추락
 

본아이에프(대표 김철호)의 국내 1위 죽 프랜차이즈 본죽은 일부 가맹점에서 행해진 비위생 사건이 전파를 타면서 '삼탕죽' '쓰레기죽' 등 악평과 함께 이미지와 매출에 직격타를 입어야 했다. 11월 16일 MBC의 고발프로그램 '불만제로'에서는 손님이 먹고 남긴 죽을 재탕, 삼탕해 죽을 만드는 장면, 원산지 허위표시, 레시피 미준수 등 현장이 위장취업한 제작진이 몰래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방송 직후 시청자 및 네티즌들은 "재탕죽" "삼탕죽" "쓰레기죽"이라고 비난하며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이에 김철호 대표는 11월 22일 건국대 새천년홀에서 수도권 700개 가맹점의 점주들과 함께 '본죽 신뢰 회복을 위한 전국 가맹점 비상모임'을 개최하고, 전국 1250개 본죽 매장의 식품위생 관리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나갈 것을 약속했다. 이번 사태는 철저하지 못한 가맹점 관리시스템을 가맹본부에 책임을 묻는 소비자들의 질책과 함께 일부 악덕 가맹점으로 선의의 대다수 가맹점이 피해를 입은 프랜차이즈 산업의 허와 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5]  매일유업, 세균·포르말린 검출에 사면초가
 

3월 초 국립수의학검역원의 검사에서 매일유업 조제분유에서 식중독균이 발견됐다. 이어 매일유업은 특수분유의 아질산염 문제로 홍역을 치른 지 얼마지 않아 우유에서 발암물질인 포르말린 성분이 나왔다. 특히 매일유업 사태는 포르말린이 살균제나 방부제로 사용되는 발암성 물질이란 점과 당국의 사용중단을 권고 받고도 이를 무시한 채 계속 사용하다 경쟁사의 제보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는 점에서 일파만파 확산됐다.

설상가상 매일유업은 4월 28일 최동욱 대표를 포함한 본부장급 임원진 48명 전원이 최근 발생한 ‘세균 분유’ 사태의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한 상태에서 문제가 터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매일유업은 12월 15일 이사회를 열고 최동욱 사장과 최용주 외식사업총괄 부사장, 배상윤 판촉부문장, 이 신 식품안전센터 이사 등 경영진 3명에 대해 실적부진을 이유로 해임하는 한편 신임 대표이사에 이창근 씨를 선임키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6] 동서 vs 남양 커피믹스 전쟁…자존심 대결 진행 중
 

커피믹스 시장 1위 동서식품(대표 이창환)과 후발업체 남양유업(대표 김 웅)이 커피믹스 시장 파이를 키우기 위해 펼친 불꽃튀는 대결은 커피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12월 화학적합성품 카제인나트륨을 빼고 무지방우유를 넣은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강조하며 '프렌치카페'를 출시했다. 프리마 성분이 비만과 성인병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카제인나트륨의 유해성 논란을 키운 남양유업에 대해 동서식품은 자사 비방이라고 주장했고, 남양유업은 식품의약안전청의 시정명령 조치를 받았다.

남양유업의 추격에 뒤질세라 동서식품은 10월 19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 카누를 출시하며 보름 만에 주요 할인점 판매 누적 150만 개, 판매액 25억 원을 돌파하는 등 인스턴트 원두커피로 또 다른 시장에 뛰어들었다. 동서식품은 카누의 매출 성장세로 당초 60억 원으로 예상했던 올해 매출을 상향 조정해 약 130억 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7] 황금알 낳은 하얀국물 ‘꼬꼬면’
 

라면시장의 새 지각변동을 자신했던 농심(대표 신동원)과 한국야쿠르트(대표 양기락)의 대결은 한국야쿠르트의 승리로 남게 됐다. 농심이 신라면 탄생 25주년에 맞춰 3년간 제품 개발해 출시한 신라면 블랙은 4월 출시 이후 4개월 만에 생산을 중단했다. 출시 첫 달 90억 원의 판매고를 기록할 만큼 대박의 조짐을 보였지만 가격이 비싼 점이 화근이었다. 8월 초, 소비자 가격을 1600원에서 1450원으로 낮추며 가격 부담 완화를 시도했지만 반응은 냉랭했다. 엎친데 덮쳐 신라면 블랙은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을 담았다` `완전식품에 가깝다` 등 광고문구로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허위·과장광고 혐의로 1억5500만 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반면 라면시장에 '하얀 국물'의 돌풍을 몰고 온 한국야쿠르트의 꼬꼬면은 8월 출시 후 4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7000만 개를 돌파한데 이어 11월 한 달 동안만 2700만 개를 판매했다. 시장 2~3위권에 진입할 정도로 위세를 떨치며 품귀현상이 발생하자 제조업체는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이다. 개그맨 이경규가 KBS2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서 개발한 레시피를 제휴해 이경규에게 출고금액의 1%대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하고 생산된 꼬꼬면은 TV를 통해 라면의 탄생과정을 지켜봤던 시청자들이 실제 제품으로 출시되자 자연스럽게 구입하며 홍보효과를 얻어냈다.

[8] 빙과·아이스크림 등 ‘오픈 프라이스’ 없던 일로
 

빙과·과자·아이스크림·라면 등 4개 품목의 권장소비자가격이 부활했다. 지식경제부(장관 최중경)는 6월 30일, 현행 오픈프라이스 제도의 성과와 문제점을 점검한 결과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소비자 불만, 가격표시 미흡 등 효과가 미비해 빙과 등 4개 품목은 오픈프라이스 품목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오픈프라이스는 최종 판매단계에서의 가격경쟁을 촉진하고 과거에 권장소비자가격이 과도하게 높게 책정돼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를 저해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999년부터 시행된 제도다. 그러나 대형마트, 편의점, 골목상점 등 판매점별로 가격편차가 2~3배 가까이 나타나고 판매점의 가격표시율도 상대적으로 매우 낮게 나타나 소비자가 가격을 파악하기 어렵고 혼란을 초래하는 등 국민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9] 유통업계 반발 속 ‘대규모유통업법 ’ 통과
 

10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하 대규모유통업법)'이 통과돼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TV홈쇼핑 등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 행위를 막고 대형유통업체와 중소납품업체의 동반성장 구조를 만들어가기 위한 정부의 단호한 의지가 관철된 셈. 그러나 유통업계에 대한 형벌조항이 너무 세고 서면계약에 대한 입증 책임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닌 유통업체에 두고 있는 점 등 유통업계의 반발이 거세 법 시행까지 잡음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대형마트나 백화점 사업자가 납품업자와 계약을 체결한 즉시 계약사항이 명시된 서면계약서를 주도록 했고 상품대금의 감액, 판매촉진비용 부담의 전가, 배타적 거래의 강요, 경영 정보 제공 요구 등을 불공정거래행위로 금지한다. 또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대규모유통업거래 분쟁조정협의회를 설치해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사이의 분쟁을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10 놀부NBG, 모간스탠리 PE에 지분 매각

놀부NBG(회장 김순진)는 세계적인 사모투자전문기업인 미국 모간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 아시아(PE)에 지난달 초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계약이 체결하고 이달 초 주식인수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모간스탠리 PE는 놀부NBG 및 관계사의 지분을 인수하게 되며 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 지분 비율은 100%가 아닌 것으로는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지분 비율 및 인수대금은 계약서에 비공개할 것으로 명기돼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계약은 지난 24년 동안 한국의 외식문화를 선도해온 놀부NBG가 한식세계화를 주도하는 글로벌 종합외식문화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장기적 전략 차원에서 선진 경영기법과 전 세계적인 투자 네트워크를 보유한 모간스탠리 PE를 새로운 대주주로 맞이하기 위해 이뤄졌다. 올해 창립 24주년을 맞은 놀부NBG는 놀부보쌈·놀부부대찌개·놀부항아리갈비 등 대표적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7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중국, 싱가포르, 태국 등에도 놀부 브랜드를 진출시킴으로써 글로벌 외식브랜드로 도약하며 한식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