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 육가공 상반기 결산
분석과 전망 : 육가공 상반기 결산
  • 정병기 기자
  • 승인 2006.01.01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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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량 작년비 0.8% 감소...고돈가, 내수침체 영향
주력 브랜드는 판매량 증가세 이어가
업계 "현상유지하며 소비 회복 시점 기다린다"

2003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감소세로 이어졌던 식육가공품의 판매량이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상반기에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가공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햄, 소시지, 베이컨 등 식육가공품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8% 감소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942억 원의 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집계된 소시지의 경우 판매량이 6.4%나 급감했으며 530억 원 대의 시장을 형성한 혼합소시지(어육소시지) 부문도 2.3% 줄어 소시지와 혼합소시지가 전체 판매량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반해 전체 식육가공품 시장의 38%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최대 수요품목 햄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 판매량이 2.3% 늘어 1256억 원대의 시장을 형성했다.

아울러 CJ(주)의 ‘스팸’, 롯데햄의 ‘로스팜’ 등 캔햄 부문도 790억 원대의 매출을 보이며 판매량이 3.4%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베이컨 판매량은 136억 원대의 시장을 형성하면서 2004년 전체 10.1% 성장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8.3% 증가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매출액은 지난 3월에 육가공업계가 일부 인기품목에 한해 5~8% 정도의 가격을 인상 해 작년에 비해 9.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육가공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며 한마디로 ´어렵다´ ´최악의 상황이다´라는 말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2003년 광우병으로 인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금지로 인해 대체수요 품목인 돼지고기의 소비가 급증하면서 돈육가격의 폭등세가 이어졌고, 이는 아직까지 육가공업계의 원료구입비용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햄, 소시지 등 육가공제품의 원료가 되는 돈육가격은 3년 전 kg당 1000원대에서 현재 3500~4000원 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에는 4000원을 넘기도 했다.

육가공협회의 한 관계자는 “육가공 제품의 95% 가량이 돈육을 사용하고 있어 돈육가격이 육가공품의 원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그동안 돈육가격 상승분을 반영치 않다가 올초 업계가 가격 인상을 했으나 아직도 원가부담 압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속적인 내수침체에 따른 실적부진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1+1 행사를 함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햄우유 관계자도 “신제품을 출시해도 불경기 때문에 판매가 저조한지 제품 자체 때문에 판매가 저조한지 현재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판단하기가 어렵다”면서 “현재의 판매량 감소 추세 속에서 업계는 사실상 현상유지 하는 것도 대단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주부들이 교육비, 통신비, 각종 세금 등이 인상되는 경제상황에서 주식에 포함되지 않는 모든 비용을 줄이고 있는 것 같다”며 “아직 육가공제품은 저녁식탁의 메인 메뉴 정도의 주식 개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판매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주요 육가공업체들은 현재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핵심 품목에 마케팅을 집중하면서 현상유지에 안감힘을 쏟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형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현상유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현상유지라도 하고 있으나 중소 육가공업체들의 경우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울 것이다"면서 "결국 육가공시장에서는 현상유지에 실패하고 있는 중소업체들의 시장을 대기업들이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주요 업체들의 판매량에서도 주력 제품 위주의 판매량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전체 판매량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슷한 매출액, 판매량을 올린 롯데햄우유는 비엔나 소시지의 매출을 9% 가량 늘렸으며 키스틱, 둘리 등 어육부문의 매출도 5% 성장했다.
롯데햄우유 관계자는 "불경기 일수록 특정품목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은 현상유지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향후 내수 회복 시점에 대비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5~6% 대의 판매량 신장세를 보인 목우촌은 비엔나 소시지의 판매량이 7%를 넘어 전체 판매량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집계됐다.

목우촌 관계자는 "상반기에 10주년 기념 행사를 통한 판매량 증가와 설 선물세트 판매량 증가의 영향이 컸다"며 "그러나 하반기에는 국민들의 나트륨 섭취가 과다하다는 언론 보도의 영향과 국민들의 웰빙 선호 추세가 계속되면서 육가공업체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추석을 앞둔 지금 선물세트의 판매가 저조하다"고 덧붙였다.

진주햄은 판매량이 6%정도 줄면서 매출액도 3% 정도 떨어졌다.

진주햄 관계자는 "내수침체의 영향 외에 과거 진주햄 롯데햄 CJ(주)의 3파전 양상에서 2000년 이후 동원F&B, 목우촌, 대상 등이 가세하면서 시장을 많이 잠식당하고 있어 판매량이 줄고 있다"며 "또 돈가 인상의 여파와 내수침체의 영향으로 순익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지금은 신제품을 내 놓아도 리스크가 높아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 진주햄의 경우 판매량이 2% 가량 증가한 인기브랜드 ´천하장사´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햄우유와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놓고 한치의 양보 없는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는 CJ(주)는 작년보다 약 9%의 매출증가를 보이면서 선전했으나 판매량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CJ(주) 관계자는 "소비양극화 추세 및 웰빙트랜드에 힘입어 고급제품 베이컨과 캔햄이 약 20% 매출액이 늘었다"며 "상반기 고돈가로 인해 경영손익이 좋지 않았으나 하반기 들어 돈가안정세가 이어지면 보다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러나 육가공 업계는 전반적으로 손익악화로 인해 판촉을 자재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만약 고돈가가 유지된다면 업계 전반적으로 손익 악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육가공업계가 당면한 어려움에 대한 해법과 관련해 육가공협회 정동홍 부회장은 “지금의 고돈가 시대가 마감하면 누가 생산 농가를 도와줄 것이냐”며 “육가공산업이 발전해야 생산농가도 잘되기 때문에 생산농가들은 돈육가격 하락에 힘을 써줄 것”을 당부했다.

또 “유통업체들의 횡포로 정상적인 판매가 안된다”며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모두 공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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