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효직 한국유가공협회장 “집유일원화 지연이유는 혜택없기 때문”
윤효직 한국유가공협회장 “집유일원화 지연이유는 혜택없기 때문”
  • 김현옥 기자
  • 승인 2001.01.31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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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정치논리 아닌 원칙·객관성 확보돼야 산업발전
시유개방돼도 품질로 이길 수 있어

“원유를 생산하는 농촌사회와 농민의 의식이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순박하면서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온 농민들이 거칠어지고 원칙이 아닌 힘과 정치논리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이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나라 낙농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의 이사회와 총회에서도 원유가격 결정 과정에서 경제원칙이 아닌 힘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작용할 가능성이 크게 나타나고 있음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순리와 원칙이 아닌 힘과 정치논리로 낙농과 유가공의 현재 문제를 풀려고 한다면 신뢰의 바탕이 무너지고 더 큰 화를 자초하게 된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원칙을 고수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11일 유가공협회 회원사와 정책당국자들이 참석한 신년인사회에서 윤효직 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같은 내용의 올 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를 제시하는 등 여느 해와 달리 결연한 의지를 표명해 주목을 끌었다.

윤회장은 이날 원유가격 기구의 불합리성과 축산업협동조합 위주의 유가공 정책에 대한 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윤회장을 만나 올해 국내 유가공산업의 발전을 위해 협회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과 낙농 및 유가공을 둘러싼 주변환경 등을 들어봤다. 

△올해 협회의 역점사업은

-우선 회원사간 공동발전을 위한 협력을 바탕으로 유통질서가 크게 무너진 시유가격을 바로잡는데 힘을 쏟을 것입니다. 이러한 협력을 기초로 원유가격 결정과정에서 빚어질 낙농가와의 마찰도 원칙을 고수하면서 대응해 나가려 합니다.

또 최근 목우촌우유를 인수한 서울우유협동조합으로 하여금 부산 경남우유 등 지역조합의 생산시설을 후속적으로 통합해 국내 시유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려는 정부의 방침에 맞서기 위한 민간유업체의 힘을 키우는 데 총력을 경주할 계획입니다. 국내 유가공산업은 IMF한파이후 자생력이 약한 업체들이 문을 닫는 등 어느 정도 구조조정이 됐으면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일부 기업들은 시장경제 원리에 의한 내실경영으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대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정부는 사회주의에나 있을법한 협동조합 위주의 인위적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 함으로써 자본주의에 걸맞지 않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올해는 민간유업체와 축산업협동조합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돼 협회는 회원사의 권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축산업협동조합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한데 복안이라도 있습니까. 유가공품 제조에 수입원료를 사용함으로써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하고 있진 않는지요.

-유제품의 원료로 쓰이는 국산분유의 가격이 경쟁할 수 없을만큼 수입산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국산원료를 도외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처사지요. 국내 낙농업의 기반이 흔들리면 유가공산업도 존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능한 국산 원료를 사용하면서 경제의 효율성을 찾을 계획입니다.

이를테면 시유의 경우 최근 몇년간 1000㎖가 700원에 판매되는 등 심한 가격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상당부분 정리되었습니다. 일부에선 생산비 이하로 공급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만일 이러한 가격싸움이라도 붙게 되면 아예 경쟁력이 없는 군소업체는 손을 들 것이 뻔하고 협동조합의 경우도 시유 외의 가공품 비율이 낮기 때문에 그다지 승산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장기적으로 강화유나 발효유 버터 치즈 등 유제품의 취급 비중이 큰 일반유업체가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낙농 및 유가공산업의 구조조정과 가격책정에 개입하는 것은 오히려 산업발전을 지연시키는 꼴 밖에 안됩니다.

△원료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집유일원화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유업체와 낙농가들의 호응도가 낮아 정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정책시행 2년이 되도록 집유일원화가 정착되지 못하는 이유는 낙농가나 유업체 모두 이 제도로 인해 별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부정적 견해가 팽배하기 때문입니다. 낙농진흥회에 아직 가입하지 않은 유업체들의 경우 명목상으론 그동안 닦아 놓은 집유기반이 아까와서 미루고 있다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가입하게 되면 오히려 집유비가 더 비싸지는데다 장기적으로도 더 싸질 것이란 전망도 없기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형편입니다. 낙농가 입장에서도 유업체에 남아있는 것이 낙농진흥회에 가입하는 것보다 수익성 등 여러가지 면에서 유리한 실정이지요.

△올해부터 유가공시장이 완전 개방되면 선진국의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이 물밀듯 들어와 거의 무방비 상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어떻게 대응해 나갈 계획인지요.

-분유나 버터 치즈 등은 이미 국내시장에 진출해 있는 상태이고 시유 부분이 개방된다 하더라도 멸균유 밖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되진 않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시유 중에서도 신선유를 선호하는데다 국산 원유의 품질도 성분이나 위생성 면에서 크게 향상됐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 시유시장이 개방돼도 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다만 분유시장의 잠식이 가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지만 정부차원에서 국산분유의 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최근 정부가 국산원료로 치즈를 가공할 경우 원유값을 50%까지 낮추는 등 유대 차별화 정책을 도입할 방침이라고 발표한데 대해 유업계는 크게 환영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이같은 정책지원에 힘입어 다양한 제품개발과 품질향상에 몰두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외국의 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것입니다. 협회 차원에서도 각종 세미나와 해외연수 등 업계가 선진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지원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회원사나 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협회는 올해부터 수익사업을 높여 나간다는 방침 아래 원료나 부원료의 공동구매는 물론 판매까지 담당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B2B 사업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제 협동조합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확대 재생산에 나서야 할 때이지요. 이와함께 우유의 영양적 가치와 인체내 효용성을 알리는 공동홍보를 통해 소비촉진에 앞장서는 한편 우유팩 수거 작업 등 사회 환원사업에도 비중을 둘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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