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식단이 오히려 스트레스 야기”
“풍부한 식단이 오히려 스트레스 야기”
  • 김현옥 기자
  • 승인 2000.12.14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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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아시아인 식생활문화 긍정·부정 측면 공존

“현재 아시아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하고 많은 종류의 음식들로 영양이 풍부한 식단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폭발적으로 증가한 선택의 기회들은 동시에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있다. 무엇을 먹을지, 어디서 먹을지, 누구랑 먹을지, 언제 먹을지에 대한 결정들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전반적인 삶의 질은 놀랍게 향상됐지만 음식과 관련된 삶의 질은 고전하고 있다. 더 많은 선택의 기회가 더 많은 행복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이다.” 

아시아인의 식생활 조사를 마치고 그 결과를 분석해 발표한 리차드 암스트롱 오길비 앤 매더 아태지역 이사는 변화하는 식생활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소비자들은 자신이 덜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무려 56%에 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식생활이 5년 전보다 건강에 더 안 좋다고 여기고 있었다.

또 단지 10%의 사람들만이 포장돼서 팔리는 음식이 제대로 된 맛을 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실제로 요즘 음식들은 예전만큼 맛있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55%의 여성들이 자신의 어머니만큼 요리를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에따라 뛰어난 요리기술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

더욱이 41%의 어머니들이 가공 및 반조리 음식이나 재료를 사용하는데 만족하지 못하고 현대음식에 대한 불신을 표출하고 있으며 상당수(87%) 사람들이 정부의 식품안전 관리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지적, 교육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아시아인의 42%가 외국음식을 즐거움이라기 보다는 고유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요소로 간주했으며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않아야 하는지 먹는 즐거움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혼란스런 규칙들로 인해 손상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함께 식사하는 가족들이 결속력이 높다고 믿는 사람이 81%에 달했으나 33%가 실제로 그것을 지키기란 어렵다고 응답했다.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영양학적 지식이 풍부해짐에 따라 음식에 관한 간단한 결정에서도 긍정적인 혜택과 부정적인 결과가 공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바빠지고 복잡해진 생활 때문에 빠르고 간편한 음식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과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친 듯한 느낌을 갖는 어두운 면도 보이고 있다.

음식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더 신선하고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찾게 되는 반면 전통적인 음식에 대해 부정적으로 느끼면서 현대적 음식도 믿지 못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생활의 활력소로 여기는 측면이 있는가 하면 선택의 기회가 너무 많아 혼란스럽다는 반응과 새로운 음식을 요리할 수 있는 솜씨가 부족해 마음껏 즐길 수 없다는 불만스런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선택기회의 증가와 물질적 풍요로 가족 구성원들의 독립성이 증대되는 반면 음식과 가족유대감이라는 중요한 아시아적 가치가 흔들리고 있으며 새로운 서구 음식은 더 독립적이고 모험적인 자아를 찾게 해주는 방법이 되지만 변화에 뒤쳐지지 않고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암스트롱 이사는 “확실히 음식이 주는 단순하고 명쾌한 즐거움은 사라져 가고 있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음식 브랜드 및 관련 식품업계는 그만큼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식품업계는 식생활에서의 혼란을 좀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음식 브랜드가 음식을 사고 먹는데 있어 미묘하게 공존하는 상반된 가치들과 세분화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고 암스트롱 이사는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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