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승복 샘표회장
[인터뷰]박승복 샘표회장
  • 김현옥 기자
  • 승인 2000.12.21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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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투명경영만이 건실기업 만든다"

지난 10월 3일 간장 생산공장을 서울 창동에서 경기도 이천으로 이전한 샘표식품(대표 박진선). 41년간 가동해 온 창동시대를 마감하고 새 천년을 맞는 첫해에 이천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더욱 큰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새로 마련된 이천공장은 대지 6만2000평 규모에 연간 7만6500㎘의 간장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일본의 유수한 간장회사 관계자들도 견학할 정도로 규모나 설비면에서 최첨단 시설을 자랑한다. 1946년 창업주 박규회 사장에 의해 출범한 샘표는 올해로 54주년을 맞은 장년기업이다. 최근엔 신세대들과 호흡을 같이하는 청년기업으로 회춘하려는 노력과 함께 국내 장류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현재 일선에서의 실질적인 경영은 3세 박진선 사장이 맡고 있지만 아직도 회사 구석구석 사랑과 관심을 갖고 지도 편달하는 박승복 회장이 있기에 샘표의 발전은 꾸준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회장을 만나 샘표가 이천공장 시대를 열기까지의 역정과 업계 발전방안등을 들어봤다.

 

-해방 이듬해 창업해 오직 장류라는 한 우물을 파온 샘표식품은 회사명이기도 한 최장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반세기를 넘기면서 국내 장류업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샘표의 눈부신 발전은 국내 식품산업사에 기념비적 자취로도 조명된다. 오너입장에서의 소감은.

▲우리회사는 3대째 가업을 잇는 국내 몇 안 되는 기업중의 하나이다. 이는 돈이 있어서 이뤄진 일도 아니고 오직 장인정신으로 正道를 걸어온 결과이다. 기업은 정신이 제대로 정립될 때에 수명을 유지할 수 있다. 진실하고도 투명한 경영만이 건실한 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이미 경영을 통해 경험했고 그런 만큼 후배들에게도 확신있게 충고하고 있다.

기업주 자신이 두려울 게 없을 때 종업원들이 믿고 따른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회사가 시끄러운 것은 경영자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이익을 추구한다든지 일을 너무 많이 벌린다든지…. 일을 너무 많이 벌리게 되면 일부 소홀해지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고 따라서 미처 손을 대지도 못하고 밖으로 새나가는 부분이 생길 것이다.

때문에 경영자는 잘못된 일이 진행될 때 직언할 수 있는 충실한 부하직원을 참모로 두는 것도 절대 필요한 일이다.

-직접 경영일선에서 지휘할 때의 보람있었던 일 한가지만 예로 든다면.

▲정부 관료로 몸담고 있다가 56세때 회사를 맡아 경영현장에 뛰어들었다.

취임당시 나를 바라보는 종업원들의 눈초리가 마치 “관료출신이 얼마나 알겠느냐”는 듯 시덥지 않은 인상이 역력했으나 100일만에 180도 바뀌었다. 1만 5000평이나 되는 공장 구석구석을 매일같이 순회하면서 현장에서의 문제가 무엇인지 일일이 체크했고 그 해결방안을 교육을 통해 제시하면서 종업원들의 급여수준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당시 간장병 용기가 유리병이었는데 너무 높게 쌓는 바람에 파손율이 크고 그에 따른 비용손실이 발생하는 문제를 지적, 적재높이를 한 단계 낮춤으로써 파손율을 줄여 전 직원에게 1년치 보너스를 지급한 일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또 사장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점심 식사 때도 종업원과 똑같이 직원식당에서 함께 함으로써 근로자와 사용자간 격의 없는 생활태도를 보인 것도 신뢰감을 형성케 한 요인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그 덕분에 우리 회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노조가 없었다. 그러나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근로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의해 오히려 회사측에서 노조를 결성토록 권장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방안으로 결정적 실수에는 엄벌에 처하는 규율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가정에서나 회사에서나 기강이 서지 않을 때 많은 문제가 파생된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인화단결을, 대외적으로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기업이념이 있기에 오늘의 샘표식품을 만들었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회사를 맡아 실질적으로 경영했던 24년 동안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일이 있었다면.

▲부친이 병환으로 회사 일을 전혀 돌보지 못하던 1976년도의 일로 경영에 참여하자마자 당시 1000만원이 없어 부도직전에 몰리는 위기를 맞았다.

그동안 관에서 일하면서 알게된 은행권 인사들과 학교 선후배들의 도움으로 3000만원을 융자받아 문제를 깨끗이 해결한 뒤 원인분석을 통한 장기 발전계획을 수립 경영정상화를 위해 동분서주 뛰었다.

매년 정월 초면 어김없이 은행장을 방문해 월별 거래계획서를 제출하는등 3년동안 전 은행을 거래하면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경영의지를 보이면서 상호 신뢰감을 쌓았다. 그 결과 10억원을 무담보로 신용융자 받아 공장증설에 들어갔고 매사 적법한 절차로 일을 진행시켜 다소 느렸지만 착공한 지 5년만에 준공하는 기쁨을 맛보았다.

-명실공히 세계적 장류 공장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최첨단 시설을 이천공장에 갖추었다. 무엇이 가장 자랑스러운가.

▲철저한 품질관리와 저가의 서비스만이 소비자를 위하는 최선책이란 점에서 두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중앙통제실을 들 수 있다.

총 5억달러를 투자한 이 공장을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컴퓨터 시스템에 의한 품질 균일화와 한치 오차 없는 위생관리이다. 모든 지혜를 총 동원한 시설투자인 만큼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고품질의 장류제품을 저가에 공급하는 것이 우리의 의지이고 목적이다.

또 하나 장맛을 결정짓는 물의 품질이 전혀 오염되지 않은 청정수란 점을 자랑하고 싶다. 요즘 주류회사간 원수의 품질을 둘러싼 논쟁이 일고 있는데 그에 못지 않게 간장도 물이 깨끗해야 맛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균이 없는 지하 청정수를 하루 1000톤이상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여건 역시 우리 회사의 큰 자랑이다.

-내년 4월부터 유전자변형(GMO)식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업체는 포장에 GMO임을 알리는 표기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콩으로 사용하는 장류업계를 대신해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현재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수입해 배분하는 형태의 국영무역 체제에서는 Non-GMO를 찾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노력이 절대 필요하며 다른 한편으론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좋은 품질의 원료를 직접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유구매 체제로 전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현행 수의계약으로 이뤄지고 있는 군납방식에 대한 반대의견이 거세지고 있는데….

▲나라의 안보를 지키는 군 장병들에게 우수한 품질의 식품을 공급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품질은 엉망인데도 무조건 값싼 제품만 선호하는 수의계약형태의 군급식은 잘못된 것이다. 최근 군 PX에서도 기존 납품업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우리와 같은 일반 업체의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 사실을 감안, 정정당당히 경쟁을 벌여 품질좋은 제품이 납품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회사연혁]

46. 8. 20 박규회 사장 창립
54. 3. 1 `샘표´ 상표로 고급 순곡간장 판매 개시. 회사명을 `샘표장유양조장´으로 개명
59. 8. 20 도봉구 창동에 제2공장을 건설함
69. 1. 6 본사를 도봉구 창동으로 이전
71. 4. 12 박규회 사장 정부로부터 철탑산업훈장을 받음
71. 12. 9 샘표식품공업(주)로 법인 설립 등기
76. 6. 29 한국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함
76. 8. 20 박승복 사장 취임
76. 12. 16 한국 생산성본부로부터 76년도 한국 10대 우수기업체로 선정 수상됨
81. 3. 20 박승복 사장 정부로부터 산업포장 수상
83. 9. 23 제21회 이글클럽 국제대회에서 국제우수기업으로 선정 수상됨
83. 10. 31 이천공장 기공
89. 10. 18 제12회 국제식품교역전에서 식음부문에서 대상 수상
91. 8. 27 박승복 사장은 회장, 박승재 부사장은 사장에 취임
96. 5. 30 박승재 사장 정부로부터 석탑산업훈장 수상
97. 4. 17 박진선 전무 사장에 취임
98. 5. 23 ISO 9001 인증
99. 3. 15 박승복 회장 정부로부터 금탑산업훈장 받음
2000. 5. 18 ISO 14000 인증
2000. 7. 12 품질경쟁력 우수기업 선정
2000. 10. 3 이천공장 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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