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 칼럼(151)]맥주③-맥주와 생맥주의 차이
[하상도 칼럼(151)]맥주③-맥주와 생맥주의 차이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3.11.04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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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처리 하지 않은 생맥주 맛있고 신선
유통기한 짧아…국내산 병맥주와 차이 없어

△하상도 교수
생맥주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가장 대중적이고, 친숙한 술이다. 생맥주는 원래 열처리를 하지 않은, 양조한 그대로의 맥주를 말한다. 효모와 효소가 살아있어 건강에도 좋고, 열처리한 병맥주에 비해 맛도 더 신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인들은 시중 유통되는 생맥주는 효모가 살아 있고, 살균과정을 거쳐 효모와 일반세균이 없는 병맥주와는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호프집 등에서 유통되는 생맥주는 이러한 사회 통념과는 달리 일반 병맥주와 차이가 전혀 없다고 한다. 동일한 생산공정을 거친 후 마지막 포장 단계에서 병에 담으면 병맥주, 페트병에 담으면 페트병 맥주, 캔에 담으면 캔맥주, 생맥주 통에 담으면 생맥주가 된다는 것이다.

“생맥주(生麥酒, draft beer, draught beer)”의 정의를 살펴보면, “맥아즙을 발효·숙성시켜 여과만 하고, 가열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은 맥주”를 말하며, 농촌진흥청에서도 “가열 살균되지 않은 맥주로서 향미는 좋지만 효모가 살아 있어 보존성이 낮다”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시중에 유통되는 생맥주는 엄밀한 의미에서 효모가 살아 있는 “생맥주”가 아닌 것이다. 맥주 제조업체들이 효모가 살아 있는 상태의 진짜 생맥주를 유통시키지 않고 살균 처리한 일반 맥주를 생맥주 통에 담아 유통하는 이유는 바로 보존성과 안전성 확보로 생각된다.

액화탄산가스 첨가해 맛 다르게 느껴져
유형 재분류하거나 업체 개선 노력 필요

일반적으로 살균하지 않은 생맥주의 유통기한은 길지 않다. 살아있는 효모가 시간이 지나면서 발효를 계속 일으키고 자연적으로 오염된 초산균에 의한 초산발효가 일어나 술이 식초로 변하기 때문이다. 특히, 양조장에서 운반되는 생맥주의 경우 유통과정에서 변질, 오염 등 위생상의 문제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신선한 상태로 생맥주를 유통시키려면 냉장장치(cold chain)가 필요해 비용부담도 증가하게 된다.

그렇다면 같은 회사 맥주라면 병맥주와 생맥주는 같은 제품이고 맛도 같아야 정상인데, 맛이 다르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마실 때의 맥주 온도, 안주, 제조일자 차이에 의한 변질 등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특히 저장기간은 같은 회사의 맥주라도 맛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맥주업체는 생산 후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유통기간을 가능한 단축시키려 노력한다. 또한 생맥주통에서 맥주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액화탄산가스가 첨가되기 때문에 생맥주는 병맥주에 비해 더 강한 톡 쏘는 맛을 갖고 있다.

전형적인 통맥주(Keg 또는 Cask beer)는 케그통(1 keg = 58.67리터)에 보관하며, 압력으로 맥주를 따라 마시는 것으로 살균이나 여과공정을 거쳐 효모가 비활성화돼 유통기한이 비교적 긴 맥주를 말한다. Keg맥주는 인공적으로 이산화탄소(CO2)와 질소가스(N2)를 혼합해 맥주통에 주입, 압력을 가하는 것이고, Cask맥주는 살균이나 여과하지 않고 통에서 따라서 마시는 맥주를 말한다. 영국에서는 일반적으로 “Keg맥주”는 “살균맥주”, “Cask맥주”는 “비살균 생맥주”를 의미한다. 통맥주는 12°C에서 저장되어야 하며, 일단 통을 개봉해 마시면 3일 내에 모두 소비해야 한다.

캔 또는 병에 적혀 있는 "draft" 맥주나 "draught" 맥주 표시는 Keg로부터 바로 따라 부은 맥주와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한 마켓팅용 용어다. 대표적으로 Miller Genuine Draft와 Guinness stout 맥주회사들이 그런 마케팅을 한다.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draft"라는 용어를 캔 또는 병맥주 중 살균하지 않은 "생"이라는 의미를 갖는 제품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 즉, 생맥주란 일반적인 포장의 캔 또는 병맥주보다 신선한 맛을 갖고 있으며,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을 말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생맥주”와 시중 유통되는 “생맥주”가 다르다면 법적인 제품의 유형과 정의를 재검토하거나, 생맥주 제조사가 능동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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