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순자 대한민국김치협회장
[인터뷰]김순자 대한민국김치협회장
  • 김현옥 기자
  • 승인 2013.11.18 0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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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나트륨 등급제 안 될 말…자율 표시제로 가야”

“김장철인데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눈앞에 두고 있어 지금은 소강상태입니다만, 앞으로도 김치의 등급화는 더 이상 거론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

최근 정부가 김치를 나트륨 함량에 따라 등급표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데 대해 대한민국김치협회 김순자 회장은 매우 언짢은 반응을 보였다.

“김치는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꼽히는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입니다. 한식세계화의 중심에 있는 김치의 문제점 아닌 문제를 들먹여서 마치 김치가 우리 몸에 해로운 식품인 것처럼 호도하는 정책은 국익을 해치는 일이므로 절대로 추진돼서는 안된다”고 김 회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과거 ‘김치 기생충알 파동’을 상기시켰다. 당시 김치 1억불 수출 달성으로 국내업계가 잔치분위기였을 때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검출됐다는 당시 식약청의 발표로 업계는 한 순간에 주저앉고 말았다. 내수는 물론 수출길이 막혀 도산하는 업체가 줄줄이 발생하는 등 치명타를 입어 이를 회복시키는데 10년 이상 걸린 쓰라린 아픔을 갖고 있다.

소금 줄이려면 생산·유통 환경 다 바꿔야
중소기업에 어려움 가중…대기업만 유리
코덱스 기준보다 낮은 김치 제조 모순

우리나라는 다음 달이면 김치와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될 것으로 확실시 되는 축제상황이다. 김치의 나트륨 등급화로 또다시 찬물을 끼얹는 졸속행정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김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영양학적 측면에서 나트륨의 중요성은 알지만, 김치라는 우리 고유의 식생활과 문화를 이해하고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식품에 담긴 철학과 문화적 개념이 아닌 산술적으로 계산하고 계량하는 기계적 사회로 변화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특히 김치는 밥과 함께 입속에서 간을 맞추는 비빔밥의 양념소스와 같은 것으로, 오랜 세월동안 지역적 특성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만들어지는 한국인의 입맛이요 문화인데, 정부가 이를 획일적으로 등급화한다면 시판되는 김치는 자칫 나쁜 김치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곧 ‘김치먹지말기 운동’으로 비쳐질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김 회장은 또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이 자랑하는 치즈와 독일 등에서 생산되는 햄 베이컨 소시지 등 육가공품은 우리 김치보다도 더 짠 맛을 내는데도 그것이 인체에 유해하다며 시비를 거는 일은 없었다”며 생산자 의견을 무시하는 전근대적 강압적 행정을 지양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치에서 소금의 순기능에 대해서도 강변했다. 김 회장은 “김치는 발효식품이기 때문에 소금의 함량에 따라 젖산균의 활동이나 맛의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며 “소금은 김치 저장 중 잡균과 부패미생물을 억제시켜 품질의 변화를 막는 보존효과 뿐만 아니라 고염(식염농도 3% 내외)에 저항성이 강한 유산균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고 강조했다.

만일 김치의 소금량을 낮춘다면 저온유통 시설보완이 이뤄져야 하고, 바뀐 환경에서 김치를 잘 숙성시키는 젖산균도 발굴 보급해야 하는 더 많은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연매출 5억 원 미만인 소규모 업체가 70% 이상인 김치제조업 특성상 나트륨 등급 표시제는 자칫 중소기업에는 어려움을 주고 대기업에만 유리한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치보다 짠 치즈·햄 등 외국선 오히려 자랑
기계적 사고보다 식문화 등 인문학적 접근을
생산자 의견 무시하는 강압적 행정 지양해야 

그는 “세계적 건강식품으로 부각된 김치 식문화를 획일화하지 않고 지역적으로 특화된 김치 맛 문화도 보존시키고, 나트륨을 줄이는 식생활을 보급하되 저염 김치가 시장성을 가질 수 있도록 나트륨 함량기준의 단계적 도입 및 제조업 자율표시제로 소비시장 위축을 막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지난 추석명절 때 저염 김치의 유통상 문제가 그대로 드러난 사례를 들어 나트륨 등급제의 부당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저염김치는 충분히 숙성시켜 익은 상태로 납품해야 하는데, 모 업체에서 폭주하는 선물세트 주문량을 맞추느라 염도 1.4%짜리 김치를 숙성이 안 된 상태에서 공급해 싱거워서 맛이 없다는 소비자 클레임으로 대량 반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 절임통 안에서도 배추의 부위에 따라 염도가 다른 것이 우리 김치의 특성이요, 천년을 이어온 국민의 입맛인데, 우리 스스로 만들어 세계기구에 제출한 코덱스 염도기준 1~4%보다도 낮은 1%이하의 저염김치를 만들라는 정부의 제도 도입은 앞뒤가 맞지 않는 잘못된 정책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김 회장은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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