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법령 전문가 도움 받아 정비를
기존 식품위생법, 축산물 위생관리법, 약사법, 의료기기법, 화장품법 등에 분산되고 중복돼 있던 시험검사기관에 대한 규정들을 통합·관리한다는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며, 더 나아가 실질적으로 식품분야의 시험·검사에 있어서 문제점과 개선점에 대해서 논해 보고자 한다.
얼마 전 한 수입업체로부터 다급하게 연락이 왔다. 미국 회사로부터 식품을 수입하고 있는 이 업체는 제조사에서 첨가하지 않은 식품첨가물이 검출돼 수입신고 시 부적합 처분을 받았다. 이에 해당 업체는 동일 생산로트의 제품을 대상으로 한 미국 농무성의 검사성적서 및 부적합처분을 받은 제품과 같이 통관된 제품을 국내 타 시험검사기관에 의뢰해 받은 검사성적서를 관할 기관에 제출해서 해결을 꾀했지만 최초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정한 식품위생검사기관의 검사성적서 때문에 처분을 되돌릴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수입정밀검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소수의 식품위생전문검사기관만이 시행할 수 있는 검사이므로 그 신뢰도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준하는 수준으로 높아야 할 뿐만 아니라 관련 장비 및 인력운용에 있어서도 국가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행 식품위생검사기관 지정평가기준(식약처 고시 제2014-11호, 2014. 2. 12.)에 따르면 검사장비나 인력기준은 규정돼 있지만 업무의 가중치를 고려한 조항이나 지정기간동안 검사오류에 대한 평가항목은 전무하다. 오히려 가산점 규정만이 존재한다.
지난 회에도 언급했듯이 식품안전관리인증제도(HACCP)와 마찬가지로 한번 지정을 받기만 하면 사후관리에서 부적합을 받아 지정취소가 되거나 재지정에서 탈락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가 없다. 다시 위 사건을 보면 결국 수입업체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비공식적으로 해당 식품위생전문검사기관에서 재실험을 실시했고, 부적합통보의 근거가 되는 최초 실험이 잘못됐다는 것이 명백하게 밝혀져 결과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자발적으로 검사기관이 검사오류를 인정하는 공문을 보내게 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역에서 수입되는 대부분의 정밀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해당 식품위생검사기관에 대해서 이러한 사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아무런 행정처분이나 제재조치가 없었고, 지금도 마치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업무처리가 되고 있다.
해당 검사기관에서는 작업자의 장비해석 오류라고 설명했지만 최초에는 수차례 실험을 반복해서 결과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통보했다고 주장하며 실험오류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해 온 상황이어서 신뢰가 전혀 가지 않는다.
최근 ‘식품괴담’이라고까지 칭해지는 잘못된 식품관련 정보들이 소비자나 업계에 만연하면서 이러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측면에서 매우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업계, 정부, 학계 등이 동분서주하면서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그렇지만 각 분야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주체가 스스로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면 이러한 모든 노력은 허사가 되므로 주의해야 할 것이다.
결국 법률가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관련 법령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실행해서 국민들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것이다. 결국 모든 행정행위의 근거가 되는 것은 법령이므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법령 제·개정 및 검토에 한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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