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학교급식②]이빈파 한국급식 전국네트워크 사무처장
[기고-학교급식②]이빈파 한국급식 전국네트워크 사무처장
  • 문윤태 기자
  • 승인 2003.03.12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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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도 교육의 일환 이윤 추구 행위 배제해야

학교급식이 교육이라는 것을 학부모들이 인식하는 일은 아주 간단하다. “학교에서 급식을 한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교육이어야 한다. 고로 학교급식은 교육이다.” 라는 명료한 이유에서인데 가끔은 현실과 이상은 분리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적용되어 학교에서 학부모의 생각은 인정받지 못한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학교급식인 만큼 질 높은 식재료를 사용하고 학교가 책임 지는 교육으로서 급식을 운영하라고 요구를 하는 것이다. 특히 학교급식이 교육이기 때문에 우리 것을 먹이며 전통 식문화와 식습관을 교육하고 우리 민족의 삶의 질과 정서를 결정하는 가장 기초인 먹는 교육을 학교에서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되도록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면 아이들의 입맛과 전통 식문화를 계승함과 동시에 먹거리 교육을 통한 지역사회의 생산과 공급, 소비의 유기적 사회 교육은 물론이고 자연의 고마움과 환경의 중요함을 직접 체험하는 교육이 이뤄지며 그로부터 파생되는 식량안보와 환경 보전, 지역경제 순환까지 자연스럽게 교육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나라는 의무적인 공교육 체제이므로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을 하되 국민은 복지로서 교육적 혜택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직영과 무상 급식이 원칙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학부모가 급식비를 부담하고 있고 그 액수는 단위학교 운영회계의 3분의 1이 넘고 있음에도 학부모들은 실수요자로서 아무런 요구도 할 수 없으며 교육 주체로서 참여권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교육의 삼주체로서 학부모들은 당연히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학교나 교육부 혹은 학교급식을 위탁하는 급식 업체에서는 "예산이 없으므로 위탁경영을 해야 한다"거나 "시장 경제도 원칙도 모르는 무식한 처사"라거나 "급식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직영도 위탁을 해야 한다"며 정책적 당위론을 늘어놓는다. 그렇다면 결국 ‘교육은 이윤을 배제한 철학이고 급식은 경영이므로 학교급식은 교육이 아닌 것’이 라는 궤변이 성립된다.

이미 학교급식에 위탁의 개념이 들어온 이후부터 학교급식은 교육이 아니다. 우선 운영의 주체가 학교가 아니라 업체이기 때문에 이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시설투자를 강제하고 경영 논리가 적용되므로 급식 운영비 중 식재료 사용 비율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 그 때문에 단가가 낮은 수입 식품을 식재료로 사용할 수밖에 없으며 관리 비용도 절감해야 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심지어 어느 업체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시급 종사원을 쓰기도 하며 임금을 체불하기까지 한다.

식중독 사고는 철저한 위생관리와 식재료의 안전성을 기반으로 예방되어야 하는데 열악한 근무 조건과 자긍심 없는 직업관에서 맛나고 좋은 음식이 만들어질 리 만무하며 그 피해는 오롯이 우리 아이들에게 입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리고 위탁 업체 입장에서는 잔반 처리 비용도 절감해야 하고 학교에서 좋은 평가를 얻어야 하므로 아이들이 급식을 먹지 않아서 음식을 남기게 되거나 급식이 싫다는 평가를 받지않기 위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스턴트 식품이나 일명 돈가스 같은 간편한 튀김류 등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그 때문에 아이들의 식성과 건강을 망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나아가 학부모들은 급식을 거부하고 도시락 부활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학교급식을 도입하게 된 사회적 요구가 도시락 전쟁과 무거운 가방으로부터 교육 수혜자들을 해방시킨다는 측면도 있었다. 그리고 교육의 일환으로 건강한 청소년을 국가가 만들고자하는 의지를 담고 있어서 급식 또한 교육과정으로 이해되며 영양 관리, 건강 교육을 함께 하였던 것인데 위탁업체에게 철학이 담긴 교육을 요구할 수 없는 것이며 '위탁한다'는 개념 자체가 이미 교육적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되므로 교육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식중독 사고가 일어났을 때 학교의 책임선은 아주 미미하며 업체는 해당 영양사를 해고하면 그만이다. 실제로 위탁급식의 경우 학부모가 부담하는 급식비에는 급식에 사용되는 식품비와 시설비, 인건비, 관리비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완벽한 소비자부담 원칙의 경제 논리인데 급식의 질을 높이자고 하면 급식 업체나 학교에서는 "몇 푼 되지도 않는 비용 가지고 너무 많이 바란다"며 "집에서나 잘 해 먹이라"는 식이다. 어디 그뿐인가. 급식을 하다가 도중에 부도를 내고 업주가 도주를 하는 경우가 발생하여 학교와 채권단이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어느 학교는 급식비를 내지 못한다 하여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무안을 주고 밥을 굶긴다. 급식이 교육이라면 경제 원리를 적용해서도 안 되며 업자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생각이다.

학부모는 님비가 아니다. 급식의 폐해를 얘기하면 혹자는 자녀 이기주의적인 발상이라거나 위탁 업자들 역시 학부모와 같은 피해자라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절대 같은 선상에서 판단될 입장이 아니다. 오히려 학부모들은 자신이 내놓은 급식비 중 기지불된 시설비에 대해 아무런 권한도 없으며 업체는 이미 급식 운영으로 안정된 내수를 확보하여 엄청난 기업 이윤과 성장을 확보한 이상 이제는 스스로 학교를 물러나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는 것은 신성한 교육 현장을 교란시키는 일이다.

사업은 학교 밖에서 하면 되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교육을 원하는 것이지 자녀의 끼니를 싼 값으로 적당히 때우고자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 둬야 한다. 그러니 학부모와 업자가 다툴 일은 없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면서 학부모들에게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아이들의 건강이다. 과다한 학습량과 입시 경쟁에 시달리는 우리 자녀들에게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건강이고 그와 직결되는 것은 바로 잘 먹이는 일이다. 더구나 요즘에는 흔히 아침 결식학생이 많은 터라 점심을 제공하는 학교 급식에 대한 관심강 도는 그만큼 지대하다.

학부모들은 특히 집에서 챙겨 먹이는 친환경 식품은 고사하고라도 사람이 듬뿍 담긴 가정의 식탁과 비교하여 학교급식의 질이 현저히 낮음을 개탄하며 급식비를 지불하는 소비자의 입장은 물론 학교교육의 삼주체(학생, 학부모, 교사)가 해결해야 할 교육 자치로서의 학교급식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치는 곧 참여다. 학부모들이 식품 검수에 참여하고 업체 실사를 맡아 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들어 급식 개선을 유도하고 학부모들에게 급식 운영을 일체 공개하면서 투명한 운영을 한다면 급식의 질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 대개 학교에서 활발한 급식 소위원회의활동으로 식재료를 검수하고 업체를 실사하게 되면 급식은 질적으로 눈에 띄게 달라진다.

학교와 정부는 교육기관으로서 장차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생명의 안전을 위해 하루 세 끼 중 한끼를 학교에서 교육으로서 잘 먹이도록 고민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교육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는 급식 또한 교육의 일환이므로 학교 운영 주체의 참여와 민주적 절차를 통한 협의 체제로서 단계적 발전과 개혁을 꾀해야할 것이다. 그 역할은 학교운영위원회가 담당하고 민주적 대의 절차 과정을 충실히 수행하고자 운영위원회 산하 급식소위원회를 상시적으로 활동하게 함으로써 급식의 질 관리와 투명한 급식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어쨌든 급식을 하는 이상 그것이 교육 급식이어야 하며 교육 주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교육 주체의 참여를 보장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학부모들은 더 이상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학교급식은 학교자치로서 명백한 교육으로서 거듭나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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