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식생활 변화 주식 - 간식 경계 허물어
[기고]식생활 변화 주식 - 간식 경계 허물어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4.09.15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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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한국식품안전협회 회장

△신동화 회장
우리 한식과 서양식의 가장 특징적인 차이는 서로 다른 식재료를 제외하면 주식과 부식이 확실히 구분된다는 것이다. 한상 차림의 한식은 주식인 밥과 부식인 반찬이 뚜렷이 구분되지만 서양식은 그 차이가 불확실하다.

그러나 근래들어 우리 식생활도 여러 요인에 의해 크게 달라지면서 주·부식의 구분이 확실해지지 않는 음식들이 보편화되고 있다. 특히 간편식의 경우 더욱 심하다. 편의식의 대명사인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등은 여러 부재료가 미리 혼합돼 있는 상태로 한 끼 식사가 되고 있으며, 설렁탕, 곰탕 등도 약간의 주·부식의 반찬을 곁들이긴 하지만 그 자체로 한 끼를 때울 수 있다.

주·부식의 구분이 없는 음식의 대표 주자는 약 60년의 역사로 지금은 우리 토착식품으로 자리매김한 라면일 것이다. 물을 끓여 즉석 면을 넣고 스프를 첨가하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이 라면이 세계적으로 1000억 개가 넘게 판매되고 있으며, 국내 시장 규모만 2조1000억 원에 달하고 2억2000만 달러 정도를 외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처럼 이제는 많은 식품들이 주식과 부식의 개념을 벗어나 우리의 배를 채우는 일반적인 음식이 되고 있다.

한국인의 주식인 쌀의 경우 가정이나 외식분야에서 밥으로 먹는 것은 ’08년 75.8kg에서 ’13년 67.2kg(농림부 자료, 2014)로 줄고 있으나 가공용 쌀 소비량은 증가하는 현상을 보여, 밥이 아닌 다른 형태로 쌀이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공용 쌀 소비량이 ’13년 기준 471톤으로 쌀 생산량(423만톤)의 11.1%에 달하고, ’09~’13년 사이 연평균 11.1%씩 증가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쌀 가공제품을 구분해보면 전체 매출액 4.1조 원(2013) 중 떡류 36.5%, 밥류 29.5%로 이 두 가지가 전체의 6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여러 형태의 떡 소비가 많다는 것이며, 밥류는 근래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햇반(CJ)과 같은 즉석밥일 것이다. 쌀 소비 감소에 따라 정부가 재고쌀(68만6000톤, 2013) 해소를 위해 다양한 쌀 소비 촉진 대책을 세우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쌀 가공제품 개발이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제 주·부식의 개념이 없이 한때 간식이었던 식품들이 이제는 한 끼 식사를 대체하는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따라서 간식이 우리 건강과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됐다. 떡은 대표적인 간식이었으나 지금은 한 끼를 때울 수도 있게 됐으며,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등은 이미 우리의 식사 패턴을 바꾸고 있다. 또한 별미로 즐기던 라면은 상당수 소비자들이 주식개념으로 애용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36억3000식/년, 72.3식/인/년, 농심 자료).

라면 햄버거 떡 등 간편식으로 한 끼 대체
열량 높고 영양 편중 ‘정크 푸드’로 불려
건강에 영향…균형영양식 위한 지원 절실 

이와 같은 편의식, 간편식이 우리 주식을 대체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 식품이 국민건강이라는 측면에서 검토해야 할 대상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5대 영양소 중 건강유지를 위한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비율은 55~70:7~20“15~20이고, 여기에 적절한 수준의 비타민과 무기질이 필수적으로 함유돼야 한다. 이와 같은 비율을 지켜야 우리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확하게 학문적으로 검증된 언어는 아니지만 정크푸드(junk food)는 ‘열량은 높지만 영양가는 낮은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식품의 총칭’(두산백과)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균형영양원이 아닌, 한두 성분에 편중된 즉석식품을 일컫는 말로 이해된다. 정크(junk)란 말은 쓰레기나 폐품 등을 지칭하는데 우리가 즐겨 먹은 음식에 이런 말을 붙이는 것은 감정상 합당치 않으나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말인 만큼 우리나라만이라도 조금 더 순화된 언어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주식으로 대체되고 있는 우리의 편의식과 간편식이 ‘정크푸드’에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들 식품에 최소한의 영양균형이 되도록 하는 원부재료의 조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즉 간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는 즉석 떡의 경우 90% 이상이 탄수화물로 구성돼 있어, 대표적인 ‘정크푸드’로 치부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범주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떡류도 상당한 연구를 통해 균형영양식으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 예로, 떡에 넣는 소를 다양하게 개발하거나 다른 영양원을 보강하는 방법 외에 반죽에 새로운 부재료를 넣어 부족한 영양소를 보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떡 하나로도 영양균형을 깨지 않으면서 한 끼 식사를 대신하게 돼 소비자가 즐겁게 선택함으로써 쌀 소비도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라면 역시 한 끼 식사로서 균형영양식에 가깝도록 조성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가공식품가격을 물가안정이라는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국민의 건강을 챙기면서 식품산업이 더욱 발전해 세계 식품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특히 균형영양식은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일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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