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 칼럼(229)]미국 가공식품에서 퇴출된 부분경화유②-트랜스지방 안전성 논란과 해결책
[하상도 칼럼(229)]미국 가공식품에서 퇴출된 부분경화유②-트랜스지방 안전성 논란과 해결책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5.07.06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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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들어 심장병 등 건강 유해성 인식
쿠머로우 박사 미국 정부에 사용 금지 소송

△하상도 교수
1950년대 쿠머로우 박사는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동맥을 조사하다 많은 양의 트랜스지방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동물실험을 통해 동맥경화 등 트랜스지방의 폐해를 직접 확인했다. 이때부터 쿠머로우는 행동하는 학자로 변신해 트랜스지방 추방운동에 앞장섰다. 그는 평소 지방을 빼지 않은 일반우유를 마셨고 계란도 잘 먹었으나 튀김음식과 마가린은 피했다고 한다.

1970년대부터 학계는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부정적이고 위험한 것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트랜스지방은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던 중 1990년대 접어들며 트랜스지방이 식품가공에는 도움이 되지만 사람 건강에는 해가 된다는 분석이 잇따르게 됐다.

21세기가 되자 트랜스지방의 유해성 연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동맥경화, 심장질환, 당뇨 등 성인병 유발은 물론 기억력, 성기능까지 감퇴시킨다는 보고가 연이어 나왔다. 2006년에는 미 FDA가 가공식품 표시(Label)에 트랜스지방 함유량 표기를 의무화했고, 뉴욕시는 모든 레스토랑에 트랜스지방 사용을 금지했다.

쿠머로우 박사는 2009년 미 FDA에 트랜스지방 사용금지를 요구하는 시민청원을 냈고, 2013년에는 미 FDA와 보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6월 16일 마침내 트랜스지방으로 대표되는 ‘부분경화유(PHO)’는 GRAS 목록에서 제외되며, 가공식품으로부터 퇴출명령을 받게 됐다. 2015년에 101세가 되는 쿠머로우 박사와 미국심장협회(AHA)가 결국 트랜스지방의 유해성을 입증한 셈이다.

트랜스지방은 불포화지방의 일종이지만 포화지방처럼 혈관 질환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혈중 저밀도세포단백질(low density lipoprotein, L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심장병, 동맥경화, 당뇨병 및 비만을 유발해 위험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영국 의학지인 Lancet에 따르면 트랜스지방은 뇌세포 교란, 필수지방산의 활동을 저해하며 트랜스지방의 섭취가 2% 상승하면 심장병 발생 위험이 25%, 당뇨병 발생 위험이 40% 상승한다고 보고했다.

올해 부분경화유 GRAS 목록에서 제외
FDA 결정 세계 가공식품 업계에 파장
고소하고 맛있는 대체 공법 개발 과제

또한 트랜스지방 대신 불포화지방을 섭취하면 미국에서 연간 3~10만 명의 심장병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는 미국 하버드대 보고도 있다. 12만 명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14년간의 추적연구에서는 2%의 열량을 트랜스지방으로 섭취할 때 관상동맥질환 위험도가 2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아울러 트랜스지방 사용이 전면 금지된 보스턴의 경우 심장질환 발생률이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 있으며, 트랜스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기억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FDA의 이번 결정은 전 세계 식품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수 년 전부터 사용이 줄어들긴 했지만 미국의 가공식품 제조업체들은 3년 후 ‘부분경화유’ 사용을 중단하거나 자사의 부분경화유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해 FDA의 예외 승인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다.

향후 미국 식품업계는 부분경화유(PHO) 대체물질이나 새로운 제조공법 개발에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팜오일, 콩기름 등은 가격도 비싸지만 ‘입에 달라붙는 고소한 트랜스지방의 맛’을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에 결국 이번 조치 이후 소비자는 맛없는 가공식품을 외면할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 식품제조업계와 외식업계도 트랜스지방 퇴출에 앞장섰다. 일본 KFC는 2006년부터 치킨을 튀길 때 쓰는 기름의 트랜스지방 함량을 최근 10년간 16분의 1 수준으로 감소시켰다고 한다.

우리나라 정부와 식품산업계는 이미 10년 전부터 트랜스지방 저감화를 위해 노력해 현재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트랜스지방을 가장 적게 섭취하는 나라가 됐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노출된 트랜스지방의 위해가능성은 거의 없어 미국발 부분경화유(PHO) 금지조치가 당분간 우리나라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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