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산업’ 각국 전략적 육성…국내 활성화 시동 걸었다
‘곤충산업’ 각국 전략적 육성…국내 활성화 시동 걸었다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5.08.17 0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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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식량·환경문제 대안…세계 시장 2020년 38조원 규모
식품 외 환자식 등으로 파급…‘맛있는 건강식’ 위상 정립을
농진청 ‘곤충식품연구회’ 창립 심포지엄

‘고소애’(갈색거저리 애벌레) ‘꽃벵이’(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 등의 애칭을 갖고 있는 식용곤충을 실생활에서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미 작년부터 식용곤충 카페가 인기리에 운영되고 있는가하면, 국내 대형 병원에서는 이들 곤충식품을 이용한 환자식이 개발돼 내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이 미래식량으로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한시적 식품으로 인정받은 장수풍뎅이를 포함한 이들 식용곤충은 앞으로 보다 적극적인 연구와 정보 공유를 통해 귀중한 식량자원으로서의 가치 확대와 다양한 메뉴 개발을 통한 ‘맛있는 건강식’의 위상을 확립하기 위한 곤충식품연구회가 창립돼 그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연구회는 13일 전주에 있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 강당에서 ‘곤충 식품연구회 창립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최근 미국, 네덜란드, 영국 등 선진국에서 식용곤충 판매 전용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등 세계적으로 곤충식품 산업화의 움직임이 활발한 만큼 곤충의 영양학적 가치를 활용한 기능성 식품으로 더욱 발전시키도록 각계가 협력해야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황재삼 박사
이날 심포지엄에서 ‘식약용 곤충연구 현황 및 발전방안’에 대해 발표한 농업과학원 곤충산업과 황재삼 박사는 “세계 각국은 이미 곤충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해 정책으로 육성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시장규모만 2007년 11조 원에 달하고 오는 2020년에는 3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화두를 던졌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700억 원 규모로 이제 시작하는 단계로서 잠재적 가치가 충분한 만큼 특히 곤충은 단백질, 불포화지방산, 칼슘 등 영양 가치가 높아 이를 적극 활용해 기능성 식품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황 박사의 주장이다.

황 박사에 따르면 현재 애기뿔소똥구리에서 추출한 신규 항생 펩타이드 코프리신이 개발돼 화장품 소재로서의 활용이 가능해졌으며, 코프리신을 이용한 포도상구균 감염증 및 장염치유효과 등이 임상실험을 통해 입증됐을 뿐 아니라 왕지네에서 추출한 펩타이드는 아토피 유발 시 증가하는 면역글로블린 E와 히스타민 억제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농진청은 현재 6종의 식용 곤충 종을 오는 2018년까지 10종으로 늘리고, 이들을 활용한 특수 의료용 식품을 개발한다는 계획아래 암환자, 위장장애, 삼킴장애 환자 등을 대상으로 임상 영양 실험을 추진 중에 있다. 또한 염증, 비만, 치매 등 치료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대학, 국공립연구소, 농가 등 150여 명이 참석해 곤충식품산업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아울러 일반식품 개발과 관련해서도 곤충함유 메뉴에 대한 전문가 워크숍을 개최하고 한식, 중식, 일식, 양식별 요리책자를 발간하는 한편 다양한 캐릭터를 개발해 제과, 제빵 등에 응용할 방침이다.

황 박사는 “이 같은 식용곤충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관리 체계 방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식용곤충 사료의 종류, 사육환경 등 사전관리에 필수적인 내용 규정해 고시할 방침이며, 식용곤충 생산자 관리 또는 생산이력추적제도를 마련해 식용곤충 사육농가에 대한 사후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수입곤충에 대한 대책도 마련된다. 농진청은 이와 관련 유전정보 확보 및 판별마커를 개발하고 향후 곤충 생산·가공·판매 체계 확립을 위해 ‘곤충식품소재개발사업단’을 운영할 방침이다.

△윤은영 박사
‘곤충식품화를 연구개발 동향’을 발표한 농업과학원 곤충산업과 윤은영 박사는 “미래식량 및 환경문제 해결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곤충식품은 17조 원 규모의 국내 육류시장을 1%만 대체해도 1700억 원 규모를 형성할 만큼 잠재적 가치가 높고, 국내 천연물의약품 시장(약 3500억 원 규모) 및 세계 천연물의약품 시장(약 200억 달러 규모)의 차세대 주자로 도약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윤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왜 곤충까지 식품으로 이용해야만 하는지에 의구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세계 인구 증가로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고,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수급 불안정이 심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높은 토지 이용효율 △한번에 수백개의 알 산란 △짧은 생활사 △높은 사료효율 △적은 온실가스 배출량 △고단백 고불포화지방산 △종 다양성으로 다양한 기능성 물질의 보고 등 FAO(국제식량농업기구)가 미래 식량으로 곤충을 주목하는 이유도 들었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현재 조리용 소스 14종, 한식 24종, 양식 21종, 일·중식 12종, 후식 및 음료류 18종, 제과 8종 등을 개발했다. 한식 메뉴로는 다양한 죽과 잡채 전 등을, 양식 메뉴로는 감자수프와 시저샐러드, 스테이크, 소시지 등을 내놓았으며, 전문가들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특히 ‘고소애’의 경우 건열조리 시 볶은 새우, 깨, 견과류와 같은 맛으로, 습열조리 시에는 찐 옥수수와 같이 담백하고 구수한 맛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2018년까지 귀뚜라미 등 10여 종 등록…수입산 대책도 마련
‘고소애’ 면 등 60종 개발…단백질 등 영양 많아 활용 가치
‘식용곤충 카페’ 쿠키 등 12종 판매…가격경쟁력 확보 과제 
    

농진청은 이처럼 제조공정별로 제조된 고소애의 성분 및 특성 분석을 통해 식용곤충을 이용한 환자식도 개발했으며, 특수의료용 식품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김형미 팀장
이날 ‘고소애’를 이용해 개발된 60여 종의 환자치료식이 소개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김형미 팀장은 “다양한 영양공급 방안이 필요한 환자에게 양질의 단백질 공급 방안은 절실하다. 농진청에서 갈색거저리를 활용해 개발한 ‘고소애’는 단백질과 지방의 함유량이 높고, 불포화지방산의 경우 함유량이 76~80%로 소고기, 돼지고기에 높은 만큼 환자에게 필요한 공급원으로 활용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세브란스 병원은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총 22회에 걸쳐 전문가 집단의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환자식 선별 및 메뉴 디자인, 실험 조리를 수행했다. 암환자를 위한 고단백식으로 ‘고소애 고기’ ‘고소애 어묵’ ‘고소애 면’ 등을 개발했으며, 고소애 섭취가 용이하도록 파우더 제형으로 다른 식재료와 혼합 조리된 메뉴로 활용했다. 또한 위장관질환자를 위해 미음을, 연하 장애 환자를 위해선 무스식을 각각 개발했다.

김 팀장은 “고소애 면, 고소애 고기 등은 특허 예정이며, 향후 고소애를 병원 환자식으로 다양한 활용을 위해 메뉴 스토리 개발, 메뉴 보급 등을 전개할 계획이다. 단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대체 식재료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 확보도 중요하다”고 표명했다.

△류시두 대표
식용곤충 전용 카페도 문을 열었다. ‘먹을 수 있는’ 이라는 뜻을 담은 이더블(대표 류시두)은 작년 9월 론칭해 현재 서울 동작구 흑석동과 부산 동래구 안락동 2곳에서 운영 중이다.

이곳에선 메뚜기로 만든 에너지바, 고소애로 만든 초코쿠키, 밀웜으로 만든 양갱 등 12종류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 제품의 곤충 함량은 5~10%로, 호두·참깨·땅콩·대추 등 견과류와 한약재를 더해 맛과 영양을 높였다. 또 유기농 밀가루와 설탕을 사용하며 식품 첨가물은 일절 넣지 않는다.

하지만 류시두 대표는 쿠키 등 과자류가 소비자 접근성은 좋지만 부가가치가 적다는 한계성을 극복하고자 향후에는 파우더, 액상으로 제형해 영양밀도는 높이고 밸런스를 맞추는 등 기능성에 집중해 만성질환자 대상 식단 대체제로도 개발할 계획이다.

△농진청이 곤충의 식용화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한시적 식품원료로 인정받은 ‘고소애’ ‘꽃벵이’ ‘장수풍뎅이’ 등 제품들.

△ 이규성 부장
이규성 농진청 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장은 “농진청은 2년 전부터 곤충 식용화를 위해 ‘고소애’와 ‘꽃벵이’의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작년 7월과 9월에, 올 6월에는 장수풍뎅이 애벌레에 대해서도 한시적 식품원료로 인정받았고 올 하반기에는 귀뚜라미의 등록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식용곤충산업은 장기적으로 추진해야하는 사업으로서 우리는 물론 전 세계 전문가들이 식품으로서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오늘 창립된 연구회는 공무원들의 동아리 모임이지만 연구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의 정보를 국민에게 알린다는 정부 3.0의 기조에 맞춰 관련 농업인과 기업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이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전주= 김현옥기자 hykim996@thinkfood.co.kr/ 이재현기자 ljh77@thinkf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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