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 안전성’ 시비 정부가 가려야
‘천일염 안전성’ 시비 정부가 가려야
  • 김현옥 기자
  • 승인 2015.08.31 0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염업조합 공개 사과 요구…법적 대응 불사
황교익씨 반박…“사실 여부 토론으로 밝히자”

국산 천일염의 안전성 시비가 좀처럼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다. 오히려 더욱 치열한 공방전으로 치닫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지난해 10월부터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천일염의 비위생성을 폭로하는 글을 연재하면서 비롯됐다. 국산 천일염은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비위생적이며 목포대 천일염연구센터장 등 일부 학자들이 강조하는 풍부한 미네랄 함량도 일반 소금과 별로 다를 바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황씨는 “소금은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식재료로, 쓰레기 다음으로 값싼 물질”이라고 전제한 뒤 “극히 일부의 소금이 돈이 될 수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그럴 가능성이 없으므로 로또행정으로 세금을 버리지 말라”고 정부의 천일염 명품화 사업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이에 국내 5000여 천일염 생산자들의 권익보호단체인 대한염업조합은 24일 목포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 씨에 대해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천명했다.

제갈정섭 염업조합 이사장은 이날 “국산 천일염은 지난 2008년 광물에서 식품으로 전환되며 정부와 지자체, 학계, 유통 및 식품업계가 공동으로 낙후된 염전시설을 위생적이고 안전한 친환경소재로 바꾸는 등 명품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하고, “그러나 황 씨의 왜곡된 발언은 이 같은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를 보였다”며 이에 맞서 실력행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염업조합은 황 씨가 언론인터뷰와 블로그, 페이스북에 올린 100여건의 글을 통해 ‘신안 일대와 서해안 바닷물로 만들어진 대부분의 국산천일염은 환경호르몬과 대장균 등 세균이 포함돼 있고 심지어 염생식물 제거를 위해 농약을 살포한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립목포대 천일염연구센터,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국산 천일염소금 연구기관, 해양수산부, 전남도, 신안군, 식약처 등 모든 기관에서 시행한 천일염 각종 검사 결과 우수성이 인정돼 황 씨의 발언이 사실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조합 측의 설명이다.

염업조합은 또 황 씨가 특정회사의 소금(정제염)을 먹는 것이 대안이라면서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타 소금을 판매하는 등 그 의도에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황 씨는 국산천일염 생산자들과 국민 앞에 공개 사과할 것 △각 방송국은 황 씨의 출연을 즉각 중단시킬 것 △향토지적재산본부는 황 씨를 연구위원서 즉각 퇴출시킬 것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황 씨는 즉각 자신의 블로그에서 ‘대한염업조합원에게’라는 제목으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따르면 장판 문제는 이미 알려진 사실로서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금을 들여 친환경 장판으로 교체하고 있는데, 그 친환경장판마저 울어서 또 문제가 되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는 것.

천일염 세균 문제에 대해서도, 황 씨는 자신의 주장이 아니라 국가 기관에서 확인한 결과라며 2013년 발표된 농진청 논문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는 또 “소금은 그 자체가 미네랄인데, 미네랄이 많다 적다고 말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다. 일본에서는 소금에 그런 표현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했고, 우리도 과학적으로 말하자는데 그것이 왜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어떤 소금을 먹으라고 권한 적이 없고, 자신과 관련된 쇼핑몰도 없으며, 소금은 물론 그 어떤 물건도 팔지 않는데도 염업조합이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황씨는 “거짓된 정보로 특정의 음식을 먹으면 건강에 좋은 듯이 말하면 안 된다”고 못박고, 천일염이 과연 위생적인지, 또 무엇이 과학적으로 바른 정보인지 토론으로 사실관계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여기서 토론의 대상자는 천일염 생산자가 아닌 천일염에 대해 허위 정보를 만들어 제공한 과학자들로서, 모든 책임은 그들에 물어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런 와중에 국내외 의학계에서 소금을 적게 먹으면 심혈관계 질환과 사망률이 증가하고, 천일염이 고혈압이나 신장 질환 등에 효과적이라는 임상결과가 발표돼 천일염 안전성 논란에 불을 붙였다.

지난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천일염 심포지엄’에서 미국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학대학 교수는 “한국인의 소금 섭취량은 적정수준이므로 줄일 필요가 없다”고 지적하고, 소금섭취가 적으면 심혈관계 질환과 사망률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한국의 나트륨 저감화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대 의학전문대학원 채수완 교수도 “고혈압과 당뇨병을 동시에 가진 환자에게 12주간 5863mg의 나트륨이 함유된 한식을 꾸준히 제공한 결과 당화혈색소나 맥박수, 교감신경톤이 감소된 것을 확인했다”며 알더만 교수의 말을 거들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관련 당국은 입을 봉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소금이 고혈압의 주범이라며 세계에서도 가장 짜게 먹는 우리의 식습관을 고쳐야한다고 한목소리로 외쳐왔다.

그런데 난데없이 천일염이 오히려 관련 질병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하니 국민들은 누구의 말을 믿어야할지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자칫 비과학자와 과학자간 싸움으로 비쳐지는 천일염 논쟁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의 육성 발전을 위해 정부 예산을 쏟아 부은 농식품부와 안전성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식약처의 보다 책임 있는 개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논쟁을 지켜본 한 누리꾼은 “현재의 기득권(천일염업자)이 당면한 문제, 즉 그들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건 아닌가 싶다.”며 “따라서 그들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 모색도 병행되는 것이 필요하므로 상호 윈-윈을 위한 토론의 장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