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컨트롤타워 식약처 허술한 관리·대응 도마에
안전 컨트롤타워 식약처 허술한 관리·대응 도마에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5.09.1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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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오 민원 확인 않고 이엽우피소 불법 유통 무대책
떡볶이 등 ‘수거 검사’ 결과도 HACCP 인증과 연계를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며 식품안전 컨트롤 타워로서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출범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년 반이 지난 지금도 식품의 전반적인 안전·관리·감독 등 모든 면에서 총체적 부실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식약처의 안일한 대처로는 제2, 제3의 백수오 사태가 우려된다.”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은 일제히 식약처의 미흡한 정책 운영과 사안에 대한 지지부진한 대응, 미온적 해결 등을 질타했다. 한 마디로 '식약처의 낮은 존재감'에 대한 실망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14일 충북 오송에서 개최된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 의원들은 식약처의 관리·감독 등 총체적 부실에 대해 일제히 질타했다.

△남인순 의원
특히 이날 주요 쟁점이었던 백수오 사태에 대해선 ‘식약처의 허술한 대처가 빚은 무능한 결과’라면서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 '가짜백수오'는 후진국형 식품안전사고 대처의 전형
남인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백수오 사태에서 보여준 식약처의 무능함은 메르스 사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보건복지부의 무능함과 똑같다”고 비유하며 “식약처는 신뢰할만한 독성연구 자료가 보고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엽우피소 섭취로 인한 인체위해성은 없다고 단정했다가 국민적 비난을 거세지자 이엽우피소 독성시험을 하기로 하는 등 후진국형 식품안전사고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일갈했다.

남 의원은 “게다가 식약처는 내츄럴엔도텍 백수오에서 이엽우피소 혼입사실을 밝혀낸 소비자원과 협력하기는커녕 방어적 대응에 집착해 검찰에서 발표하기 4개월간 한 일이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 식약처 식품민원 1700건 중 백수오가 301건…그래도 방치

△김명연 의원
김명연 의원(새누리당)은 “식약처는 6년 전 이엽우피소가 불법적으로 유통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대한한의사협회에 안내 공문을 보내놓고도 6년 간 아무 대책이 없었다”면서 “특히 작년 식약처에 접수된 식품 관련 민원 1700여 건 중 백수오 관련 민원이 301건에 달했지만 역시 이를 확인하지도 않았다”고 질책했다.

김 의원은 또한 내츄럴엔도텍 검찰 결과에 관해서도 “검찰은 법을 공부한 사람들이고, 식품 관련 전문가는 식약처에 다 있지 않느냐. 식약처의 미온한 대처로 2개월 제조정지 및 자진회수라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춘진 위원장
◆ "건기식 종합대책 마련 위한 민간참여 협의체 구성하겠다"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가짜 백수오 사태로 국민의 불안감은 고조됐고 관련업계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사실 우리 정부는 미국이나 유럽 등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엄격한 규제를 통해 건강기능식품을 관리해왔다. 그럼에도 이러한 사태가 발생해 국민들로부터 국내 건강기능식품의 신뢰성을 하락시킨 것은 결국 그동안 식약처가 시행해 온 정책의 미흡함과 허술함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나친 규제 없이도 자정작용을 통해 제2, 제3의 백수오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식약처의 향후 대책에 이러한 점이 반영됐는지 면밀히 검토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김승희 식약처장은 “가짜 백수오 사태로 국민 여러분에게 염려를 끼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달 중 건기식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민간 참여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김승희 처장(맨 왼쪽)이 국정감사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송학식품의 ‘대장균 떡볶이 불법유통사건’도 도마 위에 올랐다. 6차례나 대장균이 검출됐음에도 처벌의 강도가 지나치게 약했다는 지적이다.

◆ 송학식품 대장균 검출 6건 불구 해썹 인증 취소 안해…짬짜미?
남인순 의원은 “관리기준을 3회 이상 준수하지 못하면 HACCP 인증을 취소하고 있음에도 송학식품에 대해서는 인증 취소를 하지 않고 솜방망이 처분에 그쳐 최소한 송학식품에 대해서만큼은 4대악 근절 의지가 실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최동익 의원
식약처가 남인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이후 송학식품의 떡볶이에서 식중독 원인균인 대장균이 검출돼 적발된 사례는 6건이지만 해썹 인증 취소처분은 없었으며, 품목제조정지 15일과 해당제품 폐기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당시 식품안전정책국장이었던 식약처 강봉한 국장은 송학식품의 해썹 인증 취소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적발된 제품의 품목이 모두 다르다”고 답했다.

하지만 남 의원은 “품목이 모두 떡볶이여서 대장균이 반복적으로 검출됐다면 심각한 위해요소가 있다는 것”이라며 “원스트라이크 아웃은 고사하고 삼진아웃도 되지 아니한 채 송학식품은 버젓이 해썹 인증 떡볶이를 제조 판매했다. 식약처에서 식품안전관리를 담당했던 과장이 송학식품에 취업해 관련 업무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식약처와 송학식품간 ‘짬짜미’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식약처 차원의 감사를 실시해 진실을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연 1회 해썹 정기점검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무의미
최동익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식약처가 송학식품 후속대책으로 해썹업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지만 사실 이 제도는 연 1회 실시하는 해썹 정기점검에만 적용된다. 업체에서는 1년에 한번 실시하는 정기점검만 잘 넘기면 된다. 실제 송학식품의 작년 정기평가 점수는 만점 기준 94%였다”면서 “해썹 정기점검이 아닌 수거검사 결과에 따른 행정처분을 해썹 인증과 연계해 해썹 제도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식품안전 기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제식 의원
김승희 처장은 “현재 송학식품 해썹 인증취소 절차가 진행 중이다. 식약처 자체 감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건강기능식품 인증 운영 과정에 대한 허술함도 제기됐는데, 특히 어린이 키성장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 키성장 건기식 주성분은 해열작용 '한속단'…심각한 오류
김제식 의원(새누리당)은 “한 대기업의 키성장 건강기능식품의 주성분 등 기능성 원료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검토없이 허가를 냈다. 해당 기업 키성장 건강기능식품 주성분인 ‘속단’에는 뼈 근골을 강화하는 천속단과 해열제로 사용되는 한속단이 있다. 그런데 해당 건강기능식품에는 키성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한속단이 함유돼 있음에도 식약처는 기능성을 인정했다”고 꼬집었다.

“문제없다” 판정한 흑산수유 실형…투명한 운영 절실
어린이 건기식 80% 합성첨가제…별도 관리체계 필요
“키 성장 제품 성분은 해열제 ‘한속단’…믿을 수 있나?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김승희 처장(왼쪽).

최동익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역시 “한속단이 포함된 건강기능식품을 보면 4년간 섭취 시 청소년 성장이 3.3mm 큰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러한 수치가 의미있는 수치인가. 특히 한속단은 독성실험도 거치지 않은 원료다”면서 “백수오 사태와 마찬가지로 어린이 키성장 기능성 원료 심사과정에서도 혼동하기 쉬운 약재

△김용익 의원
에 대한 전문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이 증명됐다. 기본적인 문헌 자료 검토과정에서 조차 심각한 오류를 확인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국민이 건강기능식품을 믿고 구입할 수 있겠나”라고 질타했다.

◆어린이용 건기식에 금지된 합성첨가제 사용…품질인증제 도입해야
어린이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품질인증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김용익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시중에 어린이용 건강기능식품을 표방한 281개 제품 중 81%가 합성착향료, 유화제 등 합성첨가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49개 제품에서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기준’에 사용이 금지된 ‘프로피온산(보존제)’ 계열 성분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스테아린산마그네슘(144개 제품), 이산화규소(138개 제품), 히드록시프로필메틸셀룰로오스(55개 제품), 폴리소르베이트(5개 제품) 등 합성첨가제 성분이 상당수 어린이 건강기능식품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양승조 의원
김 의원은 “건강기능식품은 일반식품과 달리 몸에 좋으라고 따로 챙겨먹는 제품인데 합성첨가제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어린이용을 표방하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해서는 합성첨가제 사용에 제한을 두거나 어린이 기호식품처럼 별도의 품질인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조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또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건강기능식품 품질인증제도가 필요하다. 화학합성첨가제 표시 역시 의무화하고, 건기식 제조업소 GMP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 식약처는 성분, 첨가제, 제형, 포장 등을 포함해 별도의 ‘어린이용 식품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주요 쟁점이었던 백수오 사태와 관련, 이양호 농진청장(왼쪽)과 김재수 내츄럴엔도텍 사장이 증인석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인재근 의원
◆ 어린이음료 1일 당허용량 초과…산도 기준도 필요
인재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캐릭터를 활용한 어린이용 음료 제품이 과도하게 설탕과 과당 등을 사용해 비만과 치아 손상을 유발한다고 꼬집었다. 인 의원에 따르면 102개 캐릭터 음료 중 75개 제품이 설탕·과당 등 당을 주성분으로 만들어졌으며, 이중 9개 제품은 어린이 기호식품 당 1일섭취허용량 17g을 초과했다.

인 의원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어린이 음료 산도 기준이 없다. 식약처가 성장기 어린이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 시판 흑산수유 부작용 심각한데도 식약처는 '문제없다' 방치
김재원 의원(새누리당)은 시중에 유통되는 흑산수유 효능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제품의 산수유 함유량은 고작 1%에 불과했으며, 이 마저도 함량 기재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

△김재원 의원
김 의원은 “제품에는 기준치 50배 정도의 니코틴산이 함유돼 구역질과 피부 가려움증, 코피, 실신 등이 부작용 발생 사례가 빈번한데도 식약처가 제품을 수거 검사한 뒤 아무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서울시 수사기관에서 조사해 현재 해당 업체 관련자들은 전부 실형을 받았다”면서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사례로서 과연 식약처를 전문조직이라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든다. 식약처가 업체 앞잡이라는 오명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투명한 운영이 요구된다”고 힐책했다.

[충북 오송=김현옥/이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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