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도 미만 ‘저도주’ 상술 논란
17도 미만 ‘저도주’ 상술 논란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5.09.2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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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불가’ 저지선 통과 위한 꼼수…지상파 등 주류 광고 청소년에 무방비 노출
소비자연맹 주최 간담회

‘좋은데이’ ‘순하리’ ‘자몽에이슬’ 등 알코올 도수를 17도 미만으로 선보인 주류업계가 사실은 지상파 주류광고를 통해 이익을 챙기기 위한 얄팍한 상술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이 나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건협회 방형애 실장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소비자연맹 주최로 개최된 ‘저도수 소주 간담회’에서 대한보건협회 방형애 기획실장은 “현재 지상파 광고에서 17도가 넘는 주류는 방송불가 판정을 받고 있다. 이에 주류업계가 고안한 것이 17도 미만의 저도수 소주”라면서 “지난 2006년 저도수 소주의 포문을 연 무학의 ‘좋은데이’는 16.9도며, 이후 나온 롯데주류의 ‘순하리’는 14도, 하이트진로의 ‘자몽에이슬’은 13도로 알코올 도수를 대폭 낮췄다. 그 결과 현재 지상파는 물론 각종 케이블 등에선 쉬지 않고 주류 광고가 나와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방 실장은 “해외 대부분 국가는 방송 광고 가능한 알코올 도수를 2.5로 제한하고 있으며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은 모든 주류의 광고를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면서 “반면 국내처럼 주류에 대해 관대한 국가도 없을 것이다. 저도수의 소주만 광고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소비자들은 그 회사의 모든 제품을 각인하게 돼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같이 광고만큼은 알코올 도수에 대한 규제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표준화기구 소비자정책위원회 문은숙 제품안전의장은 “저도주라는 명칭부터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저도주라기 보다는 첨가물 소주가 올바른 표현인데도, 저도수 소주라는 뉘앙스 자체가 마치 좋은 술인 것처럼 포장돼 있다. 이는 주류업계의 얄팍한 상술이라고 본다”면서 “현재 주류광고의 모델을 보면 대부분이 청소년들의 우상인 톱모델을 발탁하고 있다. 연예인들도 공익적인 차원에서 주류 광고만큼은 자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신여대 허경옥 교수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허경옥 교수는 조금 다른 시선에서 접근했다. 그는 “주류 광고 기준이 정해져 있는 만큼 광고를 못나가게 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시간대 제한을 두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대출 광고 등의 경우 법 개정을 통해 청소년 텔레비전 시청이 높은 시간대 광고를 제한하고 있다. 주류 광고 역시 이러한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처라고 본다”고 표명했다.

특히 주류업계가 저도수 소주를 출시함으로써 원료비는 줄어든 반면 신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해 수억 원에 달하는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내용도 제기됐다.

문은숙 의장은 “과거 주류업계 저도주 취재를 통해 알코올 1도를 낮췄을 때 업계에 발생하는 이익은 몇 억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업계에선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한 접근이라고 하지만 선택 폭이라는 것은 아이템, 특성 등 다양한 부분을 반영한 것이지, 똑같은 미투 제품을 출시해 선택 폭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면서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저도수 소주 출시로 신규 소비자도 늘고, 음주량 역시 증가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가 줄고 여성 등 신규 소비자 늘어 일석이조 장사
도수 낮아도 세 잔 넘으면 위험 음주…첨가물 숙취도
국내 지침 관대한 편…알코올 도수 규제 강화해야  

방형애 실장은 “과실즙을 첨가한 저도수 소주는 여성들을 신규 고객으로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주류업계는 기본보다 낮아진 원가에 더 많은 소비자에게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하게 된 것이다. 업계 입장에선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면서도 “하지만 저도수 소주라도 하루 세 잔을 초과하면 WHO 일일 권고량(여성 20g, 남성 40g)을 넘어 위험 음주 범위에 속한다. 특히 저도수 소주의 경우 일반 소주에 비해 도수가 낮다보니 상대적으로 취하는 속도가 느려져 섭취하는 양이 증가하고, 합성첨가물이 포함돼 그에 따른 숙취도 오래도록 지속되는 등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알코올 전문병원인 부천 진병원 윤영환 원장 역시 “저도수 소주엔 일반소주엔 없는 합성 착향료와 과즙 등 각종 첨가물이 포함돼 있다. 결국 이 술에 함유된 향으로 인해 소주의 독한 맛이 감춰져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되고 숙취도 더욱 심해진다”면서 “무엇보다 쓴 맛 때문에 소주를 꺼리던 여성이 상대적으로 순한 저도수 소주를 접하면서 알코올 의존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표준화기구 문은숙 의장
이와 함께 저도수 소주에도 맥주, 물 등과 같은 유통기한 설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일반소주의 경우 유통기한 대신 제조일자가 표기돼 있다.

문은숙 의장은 “알코올 함량이 낮은 저도수 소주는 일반소주보다 살균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원에서 안전성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허경옥 교수는 “일반소주와 비교할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현재로선 유통기한 논쟁보다는 연구를 통해 이를 증명할 입증근거부터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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