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문기 식약처 차장에게 거는 기대
손문기 식약처 차장에게 거는 기대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5.10.2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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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이철호 이사장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1일 손문기 농축수산물안전국장을 식약처 차장으로 승진 발령했다고 보도했다. 손 차장은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5급 특채로 식약처에서 공직을 시작한 사람이다.

그동안 식품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식약처의 식품안전관리 업무가 확대되는 것에 비해 식품 전공자들의 식약처 내 위상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는데 반가운 소식이다.

분석기술의 발달과 생명과학의 진보로 인해 식품의 유용성과 위해성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다. 약품은 먹을 수 없는 독성 물질을 질병이라는 위기상황에서 투여하는 물질인 반면에 식품은 먹을 수 있는 물질을 매일 안전하게 먹어야 하는 것이므로 식품의 안전관리는 약품과는 출발점이 다르고 관리체계도 달라야 한다.

식품안전관리를 약품의 잣대로 잘못 예단해 발생한 식품사고가 적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지나친 우려와 불신을 초래한 경우가 많았다.

식품은 모든 사람이 필수적으로 먹어야 하는 물질이므로 원활한 공급과 식량안보 확보가 안전관리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다. 먹을 것이 부족하면 안전관리를 따질 겨를이 없으며, 안전하지 않으면 쌓아 놓고도 먹지 못한다. 식품 위생 또는 안전 수준이 높아질수록 먹을 수 있는 식품이 줄어들고 가격은 상승한다.

따라서 식품안전관리는 약품과는 달리 국민에게 필요한 식량 공급 능력과 안전관리 수준을 조정해 원활한 식품 수급이 이뤄지도록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식과 판단력을 배우는 학문 영역이 식품학이다. 손문기 차장의 발탁을 반기는 이유다.

우리 사회에는 독성학을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위해요소(hazard)와 위험(risk)을 구분하지 못하고 완벽한 식품을 요구하는 경향이 크다. 과학적인 위해평가를 인정하지 않고 감상적인 불신을 키우는 개인과 단체들이 많다. 언론도 이러한 경향이 크다. 소비자의 알권리를 내세워 식품의 원활한 수급을 방해하는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의 식품안전관리를 합리적으로 수행할 제대로 교육받은 인재들이 필요하다. 식품학 전공자들이 식품의 생산과 가공, 유통, 소비의 전 과정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안전 관리를 해 소비자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이번 식약처의 인사를 계기로 식품안전관리에 적합한 인재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책임 있고 전문화된 식품안전관리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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