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페북에서는...]자충수에 걸린 너무나 절망적인 우리 낙농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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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5.11.2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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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문정훈 교수
우유 쪽은 농식품부가 손을 떼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으로 보입니다.

지금의 유가연동제를 그대로 유지해서는 지금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 유가연동제는 낙농가의 수익을 보장해주고자 하는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우유는 남아 돌고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생겨버렸습니다.

유가연동제는 작년 농가의 생산비용을 기준으로 간단한 산식을 통해 올해 가격을 정하는 것입니다. 즉 가격 탄력성이 극도로 낮은 상태로 유지됩니다.

이 상황에서 낙농가가 취할 수 있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숏텀 전략은 '무조건 많이 생산한다'가 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작년 가격대로 높은 수매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시장의 논리가 작동하지 않으니 많이 생산해도 가격이 내려가질 않습니다.

그런데 롱텀으로는 시장에는 원유가 남아 돌고, 재고 비용은 올라가고, 재고가 많은 유가공 업체들은 원유를 사는 것을 꺼리게 됩니다. 소비자들 역시 가격이 비싸니 우유를 덜 먹게 되죠. 결과적으로 낙농가는 생산된 원유를 팔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소비 시장에서 흰우유 소비가 급격히 줄고 우유를 가공한 치즈 소비가 폭증합니다. 다른 경우엔 이런 소비 패턴의 변화는 엄청난 기회인데, 왜곡된 시장 구조를 가진 우리에겐 오히려 악재가 됩니다.

유가공 업체 입장에서는 국내 원유가가 높으니 국내산 원유로 치즈를 제조하는 것보다 해외의 치즈를 수입해서 팔거나 또는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해 제조하는 편이 훨씬 이득입니다. 그래서 유가공 업체는 국내산 원유를 살 이유가 갈수록 더 줄어듭니다.

그런데 가격은 내려가지 않습니다. 가격은 유가연동제로 작년에 농가가 생산에 투입한 비용에 맞춰서 이미 설정돼 있기 때문이죠.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엄청나게 남은 원유를 처리하는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정부가 전부 수매해서 바다에 갖다 버리거나 아니면 유가공 업체가 국내산 원유를 수매해 가공하도록 독려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생각해낸 것이 '치즈용 원유쿼터제'입니다. 즉 농가가 원유를 치즈 가공용으로 유가공 업체에 판매하면 그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농가에게 지불하는 방식이죠. 이렇게 되면 당장은 해결될 것 같지만 왜곡된 시장 상황은 더 왜곡됩니다.

방법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유가연동제를 폐지하고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게 하는 겁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감량되도록 두는 겁니다. 문을 닫는 농가들도 생길겁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비즈니스는 아웃시키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최선입니다.

농식품부는 치즈용 원유쿼터제에 쓸 돈으로 그 낙농가들이 다른 비즈니스로 전환해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편이 가장 낫습니다.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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