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가공식품 성장기 진입
쌀 가공식품 성장기 진입
  • 김은수 기자
  • 승인 2003.05.2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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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밥·음료 등 시장 1000억대…선두 다툼 치열

최근 '쌀 산업'이 뜨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쌀이 우리 민족에게 친숙한 소재인 만큼 제품 출시에 따른 부담이 적은 데다 시장 진입이 용이하기 때문. 게다가 쌀 재고량이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쌀을 이용한 제품 출시는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이에 기업마다 쌀을 소재로 한 제품을 잇따라 선보여 쌀 산업은 틈새 시장을 넘어 주력 시장으로 성장했다. 특히 가뜩이나 새로운 소재에 목 마른 식품업계에서 '쌀'은 성장 잠재력이 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국내에서 쌀 가공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 쌀 재고량이 1000만 석, 이에 드는 관리비만 4000억원에 달하자 정부가 쌀 가공업체에 대해 시설 현대화 자금을 장기간 저리(底利)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쌀 산업 살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95년 흉작을 계기로 한동안 쇠퇴기를 겪은 쌀 가공산업은 2000년 쌀 재고율이 전년 13.7%에서 19.1%로 급증하면서 다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쌀 소비 촉진을 위한 각종 홍보 활동에 나섰으며 기업들도 넘쳐나는 쌀을 이용해 신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최근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밥' 시장. 본격적인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올해 1000억원 규모가 예상되는 즉석밥 시장은 현재 CJ와 농심이 치열하게 격전을 벌이고 있다.

CJ는 지난 96년 '햇반'을 출시해 국내 즉석밥 시장을 창출한 장본인. 자사 식품연구소 내에 쌀가공센터를 설립할 정도로 쌀 사업에 대한 애정이 유별난 CJ는 오곡밥 및 영양밥 등 다양한 건강기능성 햇반 시리즈를 선보이며 지난해만 5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100% 쌀로 만든 '햇반 쌀생면'도 선보였다. 올해는 지난 3월 야심 차게 출시한 '발아현미 햇반' 등을 계기로 즉석밥 부문에서 7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작년 '햅쌀밥'으로 시장에 합류, 첫 해에 120억원의 실적을 올린 농심의 맹추격으로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 최근 지주회사(농심홀딩스·가칭) 설립을 계기로 식음료 사업에 본격 매진할 농심 역시 라면과 스낵에 이은 차세대 전략 사업으로 밥을 선택할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 선두 주자인 CJ와 동시에 '발아현미밥'을 출시해 향후 양사간의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올해 농심의 즉석밥 부문 목표액은 250억원.

쌀음료 시장은 최근 들어 성장세가 주춤하긴 하지만 여전히 규모 면에서는 1500억원을 형성하고 있는 거대 시장이다. 현재까지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는 웅진식품의 '아침햇살'은 99년 출시 첫 해 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이듬해 13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업체간의 과열 경쟁과 전반적인 곡물 음료의 퇴조로 지난해 800억원대까지 실적이 떨어지면서 웅진은 최근 바나나 맛과 딸기 맛 과일 분말을 첨가한 '아침햇살' 2종을 출시해 시장 재공략에 나섰다.

조규철 웅진식품 기업문화팀장은 "쌀음료는 밥과 별도로 소비되는 생활 음료인 만큼 밥을 대체하는 버거류나 즉석밥 등의 쌀가공품 소비와는 달리 기존의 쌀 소비 시장은 유지하면서 쌀 소비를 추가로 늘릴 수 있는 것이 장점"라고 설명했다.

쌀 가공식품 개발의 본격적인 포문을 열었던 쌀과자도 여전히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87년 기린이 '쌀로별'을 내놓으며 형성된 쌀과자 시장은 뒤이어 농심, 롯데제과, 해태제과, 크라운제과 등의 잇따른 참여로 2000년 250억원, 2001년 450억원에 이어 지난해 550억원의 시장을 형성했다. 현재 농심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며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쌀을 이용한 맥주도 등장했다. 하이트맥주에 꾸준히 점유율을 내주고 있는 오비맥주가 지난 4월 야심차게 내놓은 'OB'가 그 주인공. 쌀을 3.56g 첨가하고 발효도를 높인 '강화발효공법'을 이용해 '목넘김'이 부드럽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일단 출시 후 첫 시장 반응은 성공적이다. 이동통신 3사와 연계해 실시한 모바일 무료 시음회에서는 한 달간 총 320만명이 참가했으며 5월 2일 현재 당초 목표였던 200만 상자보다 180% 돌파한 360만 상자를 판매했다.

오비측은 신제품 영업과 마케팅에 총 500억원을 책정할 정도로 'OB'에 전 사운(社運)을 걸고 있다. OB맥주와 하이트맥주의 제로섬 경쟁이나 마찬가지인 국내 맥주 시장에서 지난해 하이트측에 56.5%까지 내준 시장 점유율을 다시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쌀 산업의 본격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문제점은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CJ측 관계자는 "쌀 가공사업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실질적으로 수지 타산이 맞는 사업은 아니지만 쌀 재고에 대한 논란이 이슈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산 쌀을 이용한 제품의 생산이 기업 이미지 제고 측면에 도움이 돼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쌀 가공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공업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식품개발연구원 쌀연구단 이현유 박사는 "8만6000톤 가량의 쌀 소비량 중(2000년 기준) 떡이나 면류가 51%, 주류가 23%를 차지하는 등 가공식품이 일부 제품에 편중돼 있어 관련 제품의 다양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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