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관련 법령 및 제도 정비의 필요성①-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산책<125>
식품관련 법령 및 제도 정비의 필요성①-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산책<125>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6.01.11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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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 재활용 관련 법원 무죄 판결
향후 HACCP 정책에 관심 집중

△김태민 변호사
2015. 12. 17. 재활용 시리얼을 생산한 혐의로 기소된 D사에 대한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판결은 식품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걱정되는 바다. 변호사로서 당연히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하겠지만 보도에 공개된 일부 판결 내용을 볼 때 완제품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당연한 판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재판부가 시중에 유통되는 최종 제품의 경우 대장균이 검출되지 않아 위해가 없다고 한 판단은 다소 이해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시중에 시판된 모든 제품을 전수 조사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일부 제품을 통해 그 위해성을 판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법원에서 일반적으로 위해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오히려 결과가 없더라도 위해가능여부로 판단해 위법행위로 본 것에 비하면 관대하게 적용됐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유통하기 전 단계에서 포장을 마쳤다고 해서 이를 최종 제품으로 볼 합리적 근거가 없다는 논리 역시 법률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제품을 최종 제품으로 볼 수 있는지 재판부에 묻고 싶다. 이 문제는 비단 D사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식품업계 전반에 걸쳐 적용되는 문제로 앞으로 영업자들이 재가공의 범위를 설정하는데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했어야만 했다.

이런 재판부의 기준이라면 식품접객업소에서 잔반을 재활용하는 것을 처벌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제공됐지만 손이 가지 않았거나 무슨 연유로 식당 홀에 제공됐지만 다시 주방으로 돌아온 잔반에 대해서 재가열 조리한다면 위해도 제거될 수 있고, 재사용된 반찬에서 아무런 위해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무슨 문제가 있을 것도 없다.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이번 판결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성명서도 발표했지만 이제 식품안전관리인증제도(HACCP), 유통기한, 자가품질검사 제도가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 유통기한이 표시돼 포장이 완료된 제품도 완제품이 아니라면 언제든 다시 포장을 뜯어 재가공하게 되면 이미 인쇄된 유통기한은 의미가 없어지고, 재가공이 1년 뒤에 되든지 아니면 매년 반복돼 10년이 지났더라도 이론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으며, 위법도 아니다.

이렇게 된다면 유통기한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게다가 자가품질검사 결과 부적합이 나오면 계속 완제품을 뜯어서 재가공하면 되니 괜히 출고했다가 회수해서 폐기할 필요도 없이 그냥 계속 뜯어 재가공하는 것을 반복하면 된다. 식품안전관리인증제도(HACCP) 역시 이런 공정을 위법이 아니니 인정해야 한다면 굳이 제도를 운용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물론 아직 판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사건의 특성상 대법원까지 갈 것이 분명하니 최소 1년에서 2년은 더 기다려야만 정확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모든 식품회사가 동서식품을 따라하더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며, 소비자는 이제 재활용 식품을 섭취하는 것을 무조건 받아들여야만 하는 가혹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 매우 걱정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 빠른 대처가 기대된다.

[본고는 개인적인 의견이며, 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없습니다. 개별사안은 본지나 김태민 변호사의 이메일(lawyerktm@gmail.com) 또는 블로그(http://blog.naver.com/foodnlaw)로 질문해 주시면 검토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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