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고추장의 기능성
[특집]고추장의 기능성
  • 김은수 기자
  • 승인 2003.06.04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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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장류연구소,고추장의 산업화 기술과 과학화

최근 고추의 매운 맛 성분인 캡사이신의 항암 효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기존에는 발암 물질로 오인받기도 했던 캡사이신이 최근 들어 각종 관련 실험 결과를 근거로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무리 캡사이신이 항암 효과를 지녀 건강에 이롭다 해도 고추의 섭취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이에 각국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고추를 이용한 가공식품을 즐기며 건강한 생활도 함께 영위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전통식품인 고추장이 바로 이러한 대표적 식품이라 하겠다. 지난 3일 대구 영남대학교에서는 고추장, 정확하게는 캡사이신의 각종 발암 기작 및 암 세포 사멸 효과 등 국내 고추장에 대해 재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고추장의 산업화 기술 및 과학화’라는 주제로 이뤄진 이번 심포지엄은 영남대 부설 장류연구소가 주최하고 대한장류공업협동조합을 비롯해 대상식품, 샘표식품, 해찬들 등 국내 내로라 하는 정상급 업체들의 후원으로 실시돼 눈길을 끌었다. 이 날 심포지엄의 주요 발표 내용을 짚어 본다.

◇고추의 매운 성분 캡사이신의 발암 억제<서영준·서울대학교 약학과 교수>=지금까지는 자극성이 있는 매운 음식의 섭취가 위점막을 손상시켜 결과적으로 위암 발생률을 높인다는 게 일반적 통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편견이나 속설과는 달리 실제로는 고추 섭취가 상대적으로 많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인들에게서는 다른 남방 민족들보다 위암이나 대장암의 발생률이 훨씬 낮은 데 비해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에게서는 위궤양이 높은 비율로 발견된다. 이들은 같은 싱가포르 내 다른 인종들에 비해 고추 소비량이 상대적으로 낮다.

또한 고추 등 매운 음식을 별로 접하지 않는 일본인들이 우리 나라와 마찬가지로 위암 발생률이 높다는 점을 봐도 매운 음식을 위암 발생의 위험 인자로 보기는 어렵다. 멕시코와 같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역시 매운 고추의 섭취량이 많음에도 위암의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고추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미국에서 위암 증가율이 낮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처럼 상용량으로 섭취하는 고추는 위 점막을 손상시키지 않으며 오히려 위궤양 발생을 막거나 이미 생긴 궤양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는 고추의 캡사이신이 위장관 운동을 촉진하고 위 점막을 방어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고추 추출물과 캡사이신을 쥐에 투여했을 때 아스피린이나 알콜로 유도된 위 점막 손상에 대해 보호 효과를 나타냈다는 실험 결과도 제시된 바 있다. 비록 동물 실험 결과이긴 하지만 캡사이신의 위궤양 보호 효과는 기존의 궤양 치료제인 시메티딘(cimetidine)에 버금간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뿐만 아니라 이처럼 화학적으로 유도된 궤양 외에도 헬리코박터 등에 의한 위 점막 손상도 고추에 의해 예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실험실(in vitro) 시험으로는 캡사이신이 배양된 헬리코박터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결과가 제시된 바 있다.

이상의 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매운 음식의 섭취와 한국인의 높은 위암 발생률이 관계가 깊다는 속설은 재고되어야 하며 오히려 캡사이신의 위장관 보호 효과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조명이 필요하다. 한편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고추나 캡사이신이 발암 억제제 또는 항암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캡사이신이 항산화 및 항염증 작용을 나타내 조직의 산화적 손상을 막고 종양 촉진이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발암성 화학물질들은 우리 체내에 들어와 간에서 대사돼 반응성이 높은 중간체로 활성화된 후 표적 세포의 DNA를 공격함으로써 암화(癌化)하기 시작하는데 캡사이신은 발암원 물질들의 대사 활성화를 억제해 발암 과정을 억제하는 것이다.

특히 본인의 연구실에서 수행한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캡사이신은 위에서 생성되는 대표적 발암 물질인 니트로소아민의 돌연변이성을 억제하는 한편 암 세포에 처리 시 아폽토시스를 통한 암 세포의 자살을 유도해 항암 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히포크라테스는 "Let food be your medicine, medicine be your food"라는 경구를 통해 최근 자주 거론되는 식품의약(nutraceutical)이나 기능성 식품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제시한 바 있다. 우리는 고추의 기능성과 약리 활성을 과학적 방법으로 검증하고 그 결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전통 식품 고추장을 산업화하고 더 나아가 세계화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고추에 들어있는 캡사이신을 비롯한 각종 화합물들의 생리 활성 및 약리 작용을 세포 및 분자 수준에서 규명함으로써 신약 후보 물질들의 도출에도 일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캡사이신의 암세포 사멸 효과<김정애·영남대 약학부 교수>=고추의 매운 맛을 내는 성분인 캡사이신은 혀의 미뢰를 자극해 식욕을 촉진시키고 체지방을 분해하고 열을 발생시키며 감각 신경의 바닐로이드(vanilloid) 수용체를 경유한 신경 흥분 및 탈감각 작용과 항박테리아 작용 등 다양한 생리활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이러한 캡사이신의 생리 작용을 이용해 통증 및 염증성 질환, 요실금 등의 치료제로 개발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물론 지난 몇몇 연구에서 캡사이신이 발암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근래 보고된 임상 결과에 따르면 캡사이신이 요실금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배뇨근 과민 반사를 치료하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5년간 캡사이신을 투여한 요실금 환자의 방광에서 종양이나 암화와 관련된 변화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나타나 이런 논란에 대한 반증이 되고 있다.

뿐만 캡사이신이 오히려 발암 및 암 세포 증식을 억제하며 사멸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는 만큼 본 연구 그룹은 여러 종류의 암 세포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실시했다.

우선 세포 내 칼슘이 세포 사멸의 신호 전달 기전에 관여하는 공통 인자로 작용하고 신경세포에서 바닐로이드 수용체의 활성화를 통해 세포 내 칼슘 농도가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는 바 캡사이신에 의한 암 세포 사멸 작용에 미치는 칼슘 신호의 역할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이들 신경 유래 암 세포주에서 캡사이신이 세포 내 칼슘의 농도를 증가시키기는 하지만 세포 사멸 유도 작용과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캡사이신에 의해 유도된 세포 내 활성산소종의 생성 감소 효과로 인한 redox state의 변화가 캡사이신의 신경 유래 암 세포 사멸 유도 작용을 직접적으로 매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캡사이신은 사람 신경교암(A172 세포주) 및 신경암(SK-N-SH 세포주) 세포에 대해 농도 의존적으로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간암 세포에서 캡사이신의 사멸 효과에 관계하는 신호 전달 경로로 세포 내 칼슘 및 활성산소종의 영향을 보기 위한 실험에서는 캡사이신은 세포 내 칼슘 농도와 활성산소의 발생을 증가시키며 세포 내 유리 칼슘 chelator인 BAPTA-AM을 전처리하면 캡사이신에 의한 활성산소종 증가 및 세포 사멸 효과가 억제됨을 관찰할 수 있었다. 활성산소종의 생성이 세포막 NADPH 산화 효소의 활성화에 기인한다는 것도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cyclooxygenase(COX)-2의 발현 증가 현상도 함께 관찰됐는데 COX-2 효소 억제제인 NS-398을 전처리하면 캡사이신에 의한 활성산소종의 증가 및 세포 사멸 효과가 유의적으로 감소함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로 미뤄 볼 때 간암에서 유래된 암 세포주인 HepG2에서는 캡사이신이 세포내 칼슘 농도의 증가를 유도하고 이것이 세포막 NADPH 산화효소의 활성화 및 COX-2의 발현 유도를 통해 활성산소종의 생성을 증가,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편 방광암 세포에서는 생쥐 유래 세포주인 MBT-2 세포보다 사람 유래 세포주인 HT1376 세포에서 사멸을 유도하는 캡사이신의 농도가 더 높은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두 종류의 방광암 세포에서 캡사이신의 효과를 다르게 나타내는 이유로 작용할 수 있는 신호전달 인자를 확인하는 실험은 아직 수행 중에 있다.

이처럼 캡사이신은 사람의 신경암, 신경교암, 간암, 방광암 세포 모두에서 세포 사멸을 유도했으며 그 신호전달 경로는 암세포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캡사이신이 항암 물질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바 이에 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고추장의 암 예방 및 다이어트 효과<박건영·부산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고추장의 기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공장식 고추장의 항돌연변이 및 항암 효과를 측정해 보았다. 먼저 고추장의 항돌연변이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숙성된 전통 고추장과 숙성되지 않은 전통 고추장, 시중 판매용 고추장 및 고춧가루 추출물을 실험 재료로 해 SOS chromotest를 수행했다. 그 결과 숙성된 전통 고추장의 경우 94%에 이르는 높은 항돌연변이 효과를 나타냈으나 시판용 65%, 숙성되지 않은 고추장은 58%를 나타냈다.

즉 고추장이 숙성되면서 항돌연변이 효과도 증가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특히 전통 고추장의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고춧가루도 84%의 높은 항돌연변이 효과를 나타냈는데 이는 고춧가루에 함유된 지방산과 카로테노이드 등에 의한 영향으로 보여진다.

또한 시료에 의한 항종양 효과를 관찰하기 위해 마우스의 왼쪽 서혜부 피하에 종양 세포를 이식한 후 20일 동안 시료를 투여한 지 32일 후 마우스를 해부해 종양을 분리, 그 무게를 측정했다. 그 결과 종양 세포만 이식한 대조군은 종양의 무게가 6g인 반면 숙성된 전통 고추장은 3.3g으로 감소해 45%의 종양 생성 억제 효과를 보였으나 숙성되지 않은 전통 고추장과 상품용 고추장은 각각 17%, 23%로 낮은 종양 저해 효과를 보였다.

다음으로 마우스에 Colon 26-M3.1 전이 암세포를 이용해 종양 전이 억제 효과를 실험해보았다. 그 결과 대조군의 318개의 종양 갯수에 비해 전통 고추장의 경우는 52, 66개로 79%, 84%에 이르는 높은 전이 억제율을 보였으며 상품용 고추장도 34개로 58%의 억제율을 나타냈다. 비숙성 고추장의 경우도 62, 48%로 다른 실험들에 비해 대체로 높은 저해율을 보여주었다.

한편 인체 실험(in vivo)에서 고춧가루와 고추장의 항비만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상품용 고추장, 비숙성 전통 고추장, 숙성 전통 고추장 그리고 고추장에 포함된 동일한 양의 고춧가루를 첨가한 고지방 식이를 급여한 군들의 체중 및 식이 효율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최종 체중에서 식이처리 4주 후 정상군의 경우는 338.8g이던 것이 고지방 식이 급여군의 경우 382.8g으로 증가했으며 고추장 급여군과 고춧가루 급여군 모두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특히 숙성된 전통 고추장 급여군의 경우는 354.5g으로 높은 체중 감소를 보였으며 상품용 고추장 역시 이와 비슷한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반면 비숙성 고추장의 경우는 352.6g으로 고춧가루군과 거의 비슷한 감소 효과를 나타냈으며 숙성된 고추장이나 상품용 고추장에 비해 체중 감소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다.

각 장기 무게의 경우 역시 이와 비슷한 양상을 나타내 숙성된 고추장이 높은 체중 감소 효과와 더불어 지방 조직의 감소 효과를 가져오며 숙성되지 않은 고추장 식이군은 감소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아 발효 유무가 체중 감소 및 지방 조직 감소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시판용 고추장, 비숙성 고추장, 숙성된 고추장 그리고 고추장에 포함된 동일한 양의 고춧가루를 첨가한 고지방 식이를 급여한 군들의 간과 지방 조직에서 총지질, 총콜레스테롤, 총중성지방의 양을 측정한 결과 고지방군이 정상군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였으나 고추장 첨가 식이군의 경우는 거의 정상 수준에 가깝게 낮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비만이 될수록 면역성이 감소한다는 점에 착안, 이 실험에서 NK 세포의 활성을 측정한 결과 숙성되지 않은 고추장이나 고춧가루 등에서는 낮았던 NK 세포의 활성이 숙성된 고추장인 상품용과 전통 고추장에서 정상군과 유사한 활성을 보여 발효에 의해 면역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들이 더 생성됐음을 알 수 있었다.

동일한 실험군으로 조직에 함유된 지질의 산화 정도를 살펴본 결과 고지방식이 처리군의 간 과산화지질양은 정상군 수치의 4배 이상을 나타냈으며 비숙성 고추장 역시 산화 정도가 고지방식이군과 비슷하게 높게 나타났다.

반면 시판용 고추장, 숙성된 전통 고추장, 고춧가루 식이군의 고지방군의 절반 정도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 같은 결과에서 고지방식이군에 대해 숙성된 고추장 첨가 식이군이 세포에서의 지질산화를 억제해 정상에 가깝게 유지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실험 결과로 미뤄볼 때 고추장은 암 예방 기능과 다이어트 기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는 발효 과정과 제조 방법 등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고추장의 암 예방 기능은 된장이나 청국장보다는 다소 낮지만 재료 자체보다는 발효 과정을 거치는 동안 암 예방 기능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추장은 흰쥐를 이용한 식이 섭취 실험에서 고지방식이로 인한 체중 증가를 감소시켜 정상에 가까운 체중을 유지하도록 했으며 부고환 지방 및 신장 주위 지방 조직의 총지방, 콜레스테롤, 트리글리세라이드의 함량도 낮추는 효과를 보여 발효된 고추장이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고추장 재료의 발효 밀쌀 시료도 발효 시간이 증가되는 만큼 지방 세포에서 렙틴 생성을 감소시켰으며 지방이 분해되는 지표인 글리세롤 함량을 증가시켜 형태학적으로 지방세포의 수축을 일으켰다

◇고추장의 산업화 기술 및 과학화<김종규·영남대 생물산업공학부 교수>=고추장은 약 300년 전 고추가 우리 나라에 전해진 후 약 200년 전쯤부터 생산되기 시작했다. 당시의 고추장은 산숙장 제조와 같이 된장에 고추 분말을 넣어 제조됐는데 이후 전분질 원료를 이용해 단맛으로 매운 맛을 소실시키는 방향으로 바뀌어 지금의 고추장으로 개발됐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고추장의 대량 생산 기술은 전통식 고추장의 제조 방법을 기초로 개량되었기 때문에 다른 장류에 비해 소비자의 기호도를 더 많이 충족시키고 있다. 즉 단백질 원료인 대두, 전분질 원료인 찹쌀, 쌀, 보리, 밀 등, 엿류, 소금, 고추 분말 및 메주 등의 사용 방법이 전통식에 근거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고추장의 대량 생산에 따라 엿류는 전통식 고추장에서 사용하던 맥아엿에서 이용이 편리한 물엿으로 대치됐으며 전통 고추장 발효에서와는 달리 고추 분말의 첨가 시기는 변색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등 고추장 제조 방법에도 다양한 산업화와 과학화가 응용되고 있다.

메주 역시 자연 환경의 미생물을 이용해 제조하던 전통식에서 국균을 종균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도입됐다. 메주나 국을 제조하기 위해서 대두 중 단백질을 열 변성시키거나 전분질원 중 β-starch(생전분)의 micelle 구조를 없애 α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화를 용이하게 하도록 하고 있다. 단지 전통식 메주의 주발효균이 Bacillus subtilis group strain이라는 점에서 국균 대신 바실러스속 세균을 종균으로 이용하는 편이 전통식 맛, 향, 기능성 등의 측면에서 소비자의 기호를 보다 더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미료로서 고추장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와 맛, 향, 색, 조직, 기능성 물질, 영양성, 독성물질 등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미진한 만큼 보다 조직적이고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감마선 조사 고추장의 미생물 및 일반 품질 특성<변명우 김동호·원자력연구소 박사>=고추장은 외국인들에게도 선호도가 높아 세계적인 식품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최근 산업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그 용도가 매우 다양하고 식품의 풍미를 향상시킬 수 있어 일반 가정과 식품 산업 분야에서 사용 빈도가 매우 높다.

그러나 고추장에는 발효 과정에서 유래한 다양한 미생물이 분포하고 있어 제품 자체의 보존뿐만 아니라 가공식품의 원료로 사용하는 데도 커다란 제한 요소가 되고 있다. 고추장에 분포하는 미생물 중 바실러스는 내열성 및 내약품성이 커 살균이 어려우며 효모와 산생성 세균은 대부분 내염성 미생물인 만큼 고염 상태에서도 생장이 가능해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고추장은 염도가 10~20%인 된장, 간장 등과는 달리 보통 10% 이하의 소금만 첨가되고 당 함량이 높아 가스 발생에 의한 부피 팽창 및 유기산 생성에 따른 신맛 발생 등으로 인해 제품의 보존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산업체에서는 고추장 또는 그 가공제품에 화학 보존료나 발효 주정을 첨가하거나 열처리, 냉장 유통, 수분 활성도 조절 등을 부가적인 보존 방법으로 병용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이러한 기술들은 화학 보존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거부감, 제품 고유의 풍미 및 물성, 색택 등의 저하, 생산 및 유통 비용의 상승 등의 문제점으로 소비자와 산업체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식품 산업에서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방사선 조사 기술이 고추장과 같은 발효 식품의 보존성 확보에 유용한 기술로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연구진은 고추장의 보존성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의 방법으로서 실험적으로 제조한 코지(Koji) 고추장의 감마선 조사에 따른 일련의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그 산업적 적용 가능성을 살펴 보았다.

고추장의 보존성 향상을 목적으로 고추장에 0, 5, 10, 20 kGy의 선량으로 감마선을 조사하고 25℃에 12주간 보존하면서 고추장의 미생물 및 일반 품질 변화를 조사했다. 고추장의 바실러스는 감마선 조사에 대해 3.94 kGy의 D10값을 보여 감마선에 대한 저항성이 높았으며 효모와 젖산균은 10 kGy의 선량에서 완전 사멸에 가까운 살균 효과를 보였다. 반면에 일반 품질 평가 요소인 아미노산성 질소, 총환원당, 프로테아제 및 아밀라제 활성, pH, 갈변도의 변화는 감마선 조사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로 미뤄볼 때 감마선 조사는 고추장의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고 미생물만 선택적으로 사멸시켜 제품의 보존, 유통 및 가공에서 미생물 관점의 품질을 유지하는 데 유용한 방법이 될 것으로 평가됐다.

이 경우 고추장의 보존성 향상을 위한 감마선 조사의 적정 선량은 10 kGy 수준으로 생각되지만 고추장을 소스 등의 원료로 사용할 경우에는 감마선 저항성이 큰 바실러스의 살균을 목표로 20 kGy 이상의 조사 선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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