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포도주스① - 포도의 영양학적 측면
[특집]포도주스① - 포도의 영양학적 측면
  • 김은수 기자
  • 승인 2003.06.17 2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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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린 선물´ 입증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일화 한 자락. ´신이 나뭇가지를 하나 꺾어 한 번은 새의 갈비뼈에, 그 다음은 사자, 당나귀의 순으로 찔러 넣은 후 이를 심었더니 포도나무가 되었더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포도주를 마시면 처음에는 새처럼 즐겁고 재재거리다가 사자처럼 난폭해지고 나중에 가서는 당나귀처럼 바보가 된다던가.
이는 물론 과음하지 말라는 뜻에서 웃자고 만들어진 이야기다. 오히려 적당한 포도주 섭취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게 최근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정설이다. 이 같은 포도주의 영양가는 당연히 원료인 포도에서 기인한다.

인간이 재배한 가장 오래된 작물 중 하나라는 포도는 그리스 신화뿐만 아니라 구약성서, 함무라비 법전에도 빈번히 등장할 뿐만 아니라 고대 이집트 분묘에서 그 씨앗이나 벽화가 발견될 만큼 오래 되고 인류 문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과실이다.

그러나 그 효능이 구체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8세기로 기록에 의하면 이 때부터 일정 기간 포도를 섭취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하는 ´포도요법´이 일부 의사들에 의해 권장되기 시작했다. 19세기 들어서는 레이, 도트리 등의 의사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들은 온천 도시에 요양원을 세우고 입원한 환자들을 새벽마다 근처의 포도밭에서 포도를 직접 따먹도록 하는 포도요법을 실시했는데 어느 정도 기간이 경과한 후 환자들의 병세가 눈에 띌 만큼 차도를 보였다고 전해진다.

현재도 독일이나 프랑스, 스위스의 티롤 지방 등에서는 이 포도요법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데 특히 독일 뮌헨대학의 헬만 리다 교수와 마르틴 쩨라 교수는 매일 5회에 걸쳐 포도 주스를 마시면 각종 질병을 완치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한편 이러한 포도요법의 일환으로 체중을 조절하는 ´포도 다이어트´도 등장했는데 국내에서도 몇 년 전 여자 탤런트들이 애용하는 방법이라고 해서 이 다이어트법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포도 다이어트는 단식보다 쉬운 것은 물론이거니와 100g당 16~18g의 당분을 함유, 무화과를 제외하고 과일 중 가장 당분이 많아 공복감을 없앨 수 있고 이뇨 작용까지 도와 여러 모로 다이어트에 제격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성분들이 포도를 건강 식품으로서 이토록 인구에 회자되도록 만들었을까?

포도의 효능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던 듯하다. 16세기 소설가 라블레가 포도를 일컬어 ´하늘에서 내린 선물´이라고 칭송한 바도 있거니와 동양의 대표적 의학서인 본초강목과 동의보감에도 포도의 효능에 대해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의서는 포도를 "맛이 달고 편안하며 주로 치료되는 것은 힘줄과 뼈가 습으로 마비되는 것을 다스린다. 기를 더하고 힘을 곱으로 세게 하고 정신력을 굳세게 하고 사람으로 하여금 살찌고 건강하게 하며 허기를 참고 추위와 바람에 견디는 힘이 강해지고 오래 먹으면 몸이 가볍고 늙지 않고 오래 산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미 당시에도 포도의 효능이 민간에 알려져 있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러한 포도의 유효성을 나타내는 성분이 무엇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 낸 것은 최근의 현대 의학과 영양학이다.

포도의 효능을 나타내는 대부분의 성분은 포도당과 과당, 주석산, 사과산 등의 유기산으로 이들 영양소는 피로 회복과 소화 촉진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공복을 달래 주고 이뇨 작용을 돕는다. 또한 포도 껍질에 함유된 펙틴과 타닌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내려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장 운동을 촉진해 몸 안의 해독 작용을 돕는다.

실제로 영양학자들은 매일 포도를 먹을 경우 혈중 콜레스테롤이 최대 19%까지 내려가며 심장 혈관의 건강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 미국 위스콘신대의 존 폴츠 교수는 심장학회에서 포도 주스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가 혈전 생성을 억제, 심장병과 동맥경화증을 예방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폴츠 교수에 따르면 식물성 색소인 플라보노이드는 차나 일부 과일, 야채에도 함유돼 있으나 그 중에서도 포도 주스나 포도주에 함유된 것이 심장병 예방 효과가 크며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하루 한 잔씩 포도 주스나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좋다고 권장한다.

이처럼 포도의 다양한 건강 기능성 중에서도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부문은 바로 항암성. 세계적인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는 포도의 레스베라트롤이라는 성분이 암에 대해 억제 작용을 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를 통해 암 환자들을 비롯한 현대인들의 관심이 포도에 쏠리기도 했다.

이 레스베라트롤은 식물이 외부의 독성 물질에 대해 스스로 배출하는 항독성 물질인 파이토알렉신의 일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기존의 항암제같은 부작용이 없어 새로운 암 예방물질로 개발될 수 있다는 게 사이언스에 실린 내용의 골자다.

이 잡지는 또한 관련된 동물 실험 결과를 소개했는데 포도의 레스베라트롤은 정상 세포가 암 세포로 발전하는 것을 차단하는 동시에 이미 악성화한 세포의 증식도 억제하는 등 세포 암화(癌化)의 주요한 3단계에서 항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소개했다.

연구팀은 피부암에 걸린 쥐를 상대로 레스베라트롤을 18주 동안 투여한 결과 대조군에 비해 암 세포수가 68~98%나 줄어들었으며 혈액암인 백혈병의 배양 세포에 첨가하자 이상세포의 생산이 중단되고 암 세포가 정상 세포로 돌아왔다고 발표했다.

한편 최근에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연구가 미국 의학 전문지 임상 연구 저널에 의해 소개됐다. 포도 주스를 약과 함께 복용하면 장내에서 분비되는 약효를 낮추는 효소의 활동을 막아 약의 흡수를 도울 뿐만 아니라 약 효능까지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복용한 약품은 소화 및 흡수가 100% 되지 않아 인체에 실제 필요한 양보다 열 배나 더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가운데 이러한 연구가 실용화된다면 과다 복용으로 인한 인체의 피해는 최소화하고 효능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어떤 품종 있나
유럽·미국·교배종으로 대별

다양한 작물 중에서도 포도만큼 복잡하고 각양각색의 품종을 가진 식물은 찾아보기 힘들 듯하다. 일반적으로 포도를 크게 나눠 보면 유럽종, 미국종, 교배종이 있다. 유럽종은 맛과 향이 고급스럽고 우수하며 건조에 잘 견디기는 하나 추위와 병충해에 약하며 미국종은 유럽종보다 품질은 떨어지지만 껍질이 두껍고 매끄러워 벗기기가 쉽다. 교배종은 물론 이 유럽종과 미국종을 섞은 잡종이다.

그러나 보다 세분화해 제대로 살펴볼라치면 종류도 각양각색이거니와 워낙 많은 품종이 존재해 일일이 언급하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우선 주로 애용되고 있는 품종만 살펴보았다.
먼저 국내 포도 재배 면적의 81.5%를 차지하는 캠벨. 대표적인 생식용 품종으로 주로 여름에 많이 나는 흑포도를 일컫는다. 열매는 당도가 13Brix 정도이며 신맛이 많고 과즙도 풍부해 이 품종으로 만든 포도즙은 상품 가치가 높다.

그리고 교배종에 해당하는 거봉이 있는데 일본이 원산지로 당도는 17Brix로 높고 육질이 연하며 과즙이 많다. 이를 개량한 품종으로 피오네 등이 있는데 모양이나 크기는 거봉과 비슷하지만 검은 색이 보다 강한 것이 특징이다.

세라단은 미국이 원산지로 허버트에 워어든을 교배해 탄생했다. 당도도 18Brix 정도로 높고 품질이 우수하나 육질이 질긴 것이 흠. 양조하면 주질이 우수하다.

국내에서 적색 포도주용으로 애용되고 있는 머스캣베일리는 일본 천상씨가 베일리에 머스켓 함부르크를 교배해 육성한 품종으로 과피가 단단하고 머스켓 향이 강한 것이 특징. 당도는 18Brix 정도이며 육질이 연하다.

블랙올림피아는 이름처럼 1964년 동경올림픽을 기념, 거봉에 거경을 교배해 육성한 품종이다. 향기와 당도가 좋아 흑색계 최고급 품종이다. 떫은 맛이 없고 착색도 잘 된다. 포도요법용으로 적합하다.

콩코드는 다른 미국산 포도보다 다양한 지역과 날씨 조건에서 재배된다. 재배 면적도 적고 미국에서만 생산돼 희소 가치를 지니며 동일 면적당 수확량이 다른 종에 비해 적은 고급 품종이다. 주로 주스 및 젤리, 프리저브(과육을 완전히 으깨지 않고 과일 조각이 그대로 남아있는 잼)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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