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패러다임의 전환-어느 치과의사의 프로바이오틱스 관심(6)
[연재]패러다임의 전환-어느 치과의사의 프로바이오틱스 관심(6)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6.04.11 0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균=질병 치료 동반자” 미생물 인식 전환
프로바이오틱스도 새로운 패러다임 선상에

△김혜성 원장<사과나무치과병원>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란 말은 인식의 전환정도로 해석된다. 그만큼 이 말은 인식론적 혹은 사회학적 의미로 더 쓰이는 듯하다.

구글에 의하면 패러다임이란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인식의 체계 또는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를 의미한다. 하지만 본래 패러다임이란 말은 자연과학에서 출발했다. 1962년 이론물리학을 전공한 토마스 쿤은 과학사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과학의 발달은 평탄한 과정이 아닌 정상(normal)과 이상의 충돌이 거듭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를 묘사하기 위해 패러다임이란 신조어를 만들었다.

즉 패러다임의 전환이란 기존 학계에 주류를 이뤘던 정상과학(normal science)이 관찰과 실험, 경험을 통해 다른 이론으로 교체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것이 뉴튼으로부터 시작한 고전역학이라는 정상과학이 상대성이론이라는 새 이론으로 교체되는 과정이다.

물론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과정은 결코 화합적이지 않다. 처음에 새 이론은 부정당하기 일쑤다. 지속적인 관찰과 실험으로 새 이론이 스스로를 입증해 가더라도 상당기간 정상과학의 주류 과학자들은 새 이론을 거부한다. 그 과정은 질시와 반목의 과정이다.

1628년 혈액이 순환한다는 논문을 발표한 윌리엄 하비는 당시 혈액은 끊임없이 몸에서 만들어진다고 믿는 의사들에게 이상한 사람이라며 따돌림 당한다. 현대 우주이론의 정설은 우주가 팽창한다는 빅뱅(Big Bang) 이론인데, 이 말은 빅뱅이론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놀리던 것에서 유래한다. 우주는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항상 일정하다고 생각했던 정상우주론자들은 팽창은 말도 안 되는 웃기는 이론이라며 ‘Big Bang!’이라고 비웃었다.

전반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옛 패러다임과 대치되는 관찰과 실험이 축적된다. 그러다 더이상 옛 패러다임과 양립할 수 없을 때가 돼서야 정상과학은 혁명적 과정을 거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된다. 이것이 ‘패러다임 쉬프트’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지금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치과에서 임플란트의 출현은 하나의 혁명이었다. 1960년대에 스웨덴의 정형외과의사 브뢰네막이 다른 실험을 위해 개에 박아놓은 티타늄 나사가 빠지지 않자 그것을 턱뼈에 심어 치아를 지지하는데 쓰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낸다. 그리고 1977년 그에 관한 방대한 임상실험 논문을 발표한다. 하지만 세계 치과학의 주류인 북미에서 임플란트가 받아들이는 계기가 된 1981년 토론토미팅 때까지 그 후에도 10여 년이 소요된다. 또한 그것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이 2000년 무렵이니 거의 20년이 걸린 것이다.

당시 임플란트라는 턱뼈 내부를 침습하는 치료에 대한 상상력이 없던 대다수 치과의사들은 당황했다. 그 과정에서 한 부류의 치과의사들은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치주인대가 없어 뼈와 직접 붙는 현대형 임플란트가 생역학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물질이 뼈에 들어가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2016년 현재 세계 모든 치과의사들은 임플란트를 빼놓고 치료계획을 세울 수 없다.

인체 미생물 연구나 프로바이오틱스 연구는 이제 막 이륙하고 있다. 생명과학분야에서 21세기 들어 발표된 가장 중요한 문헌을 꼽으라면 2001년에 발표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다.

20세기 생명과학의 가장 중요한 문헌인 1953년 왓슨&크릭의 DNA 구조 발표 이후 게놈프로젝트를 통해 인간 DNA를 구성하는 30억개가 넘는 염기서열과 2만1000개가 넘는 유전자의 구조가 발표됐다. 그 이후 DNA를 이용한 유전공학에 속도가 붙었으며 DNA 검사를 통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 발전의 연장으로 DNA 검사기법을 이용해 미생물 연구를 하는 것도 그 전에 비해 훨씬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7년에 시작해 2012년 1차 발표된 인간 미생물 프로젝트( human microbiome project)가 있다.

이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300명을 무작위 선별해 인체 각 부위에서 남자 15곳, 여성 18곳(여성의 질에서 3군데 포함)의 미생물을 분리해 총 4788개의 샘플로 조사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인간내부에 공생하는 미생물 연구의 발판을 다진 의미가 있다. 이 방향으로 연구가 계속 진행된다면 또 하나의 중요한 생명과학 지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러한 연구들은 지금까지 미생물을 배양(culture)과 관찰을 통해 분석해 왔던 인간의 지식이 얼마나 좁았고 편협했는지를 드러낸다. 실제 메타지노믹스(metagenomics)라는 DNA 검사기법을 통한 미생물 연구는 지금까지 배양되지 못했던 미생물들까지 모두 정체를 밝혀준다.

21세기 들어서야 인류는 실제로 배양가능한 미생물이 1%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전까지 미생물 지식은 1%의 세계에서 100% 알고 있는 것처럼 행세해 왔다. 미생물 공부를 다시하고 있는 필자도 치과대학 재학 시절 재미없게 배웠던 미생물 공부가 지금과는 판연히 다른 것에 놀라고 있다.

또한 20세기 동안 병원성 세균(pathogenic bacteria)에 집중됐던 미생물연구가 큰 인식의 전환 과정에 있어 보인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만성 장 증후군이나 염증성 장염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식해 치료하는 대변이식치료법(fecal transplantation)은 원래 인간에 살고 있는 공생 미생물을 이용해 인간의 건강을 도모하는 방법이다.

세균이 병을 일으키는 것만이 아닌 질병을 치료하는 동반자라는 인식은 인간과 미생물의 관계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던진다. 또 지금까지 일상적으로 사용해 왔던 항생제를 비롯한 여러 치료기법에 대해서도 한번쯤 달리 볼 것을 권한다.

이런 과정이 미생물과 세균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원래 인간과 오랫동안 함께 공존해 왔고, 유익함이 실생활에서 검증된 프로바이오틱스 미생물이 그 전보다 훨씬 의미있어 보이기도 하다. 미생물 세계에서 진행되는 패러다임 전환의 연장에서 본다면 프로바이오틱스는 새로운 패러다임 기반 위에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프로바이오틱스의 공부와 섭취는 그 자체로 미생물에 대한 더 넓은 지평과 미래와 맥이 닿아 있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