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식품 코덱스 규격 정부-기업 온도차
전통식품 코덱스 규격 정부-기업 온도차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6.06.07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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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국내 품질 기준보다 못하고 활용 기회 적어”
농식품부 “규격 개정 검토…수출 돕는 방안 강구”

정부가 우리 전통식품의 세계화를 위해 김치 고추장 된장 인삼의 코덱스(CODEX) 규격화를 완료했지만 실제 수출 현장에서는 거의 활용하지 않아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식품연구원이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전통식품 CODEX 규격 활용도 제고를 위한 산·학·연·관 심포지엄’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코덱스는 글로벌시장 진출 시 상대 국가에 정확한 제품 규격이 없거나 통관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에선 전통식품 코덱스 규격 품목을 실제 현장에서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전면 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대상 글로벌사업부 이태훈 팀장은 김치의 코덱스 규격은 국내에서 제조하는 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진다며, 이를 수출현장에서 적용하기 위해서는 규격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치 수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수출국 정보를 수집해 업계에게 제공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NH무역 인삼특작부 고병기 부장은 장기불황으로 세계 시장도 경기침체로 허덕이는 가운데 세계 표준인 코덱스 품목 규격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진출하려는 계획 자체는 고무적이라면서도 국가별 높은 관세 장벽을 코덱스 하나만으로 돌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고 부장은 “우리 인삼 중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은 인삼을 보건식품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코덱스 규격은 아무 쓸모가 없다”며 “중국 측에 인삼을 일반식품으로 분류하도록 정부 차원의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인삼공사 백인호 신사업팀장은 국내 인삼은 ‘고려인삼’으로 수출되고 있으나 중국에서도 동일한 표시를 하고 있어 차별성이 없다며 한국 인삼의 우수성을 나타낼 수 있도록 ‘코리아 진생’으로 바꿔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백 팀장은 “우리는 단순히 수출을 위한 수출만 추진하려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수출 대상국이 너무 많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 나라의 시장규모, 발전 가능성, 현지 소비자 성향 등을 고려한 타깃형 수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김치협회 박윤식 전무는 “코덱스로 인해 우리 김치의 수출이 상승하는 효과는 통계상 분명히 발생했지만 코덱스 규격화 15년이 지난 지금도 국내 김치업계에선 김치가 코덱스 품목이라는 사실 조차 모르는 곳이 많다”며 홍보의 중요성을 짚었다.

박 전무는 그러면서 “무엇보다 우리 김치가 코덱스 규격 품목이라는 것을 세계 속에 널리 알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품 패키지에 라벨 표시 등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고, 국제식품박람회 등에서도 코덱스 규격 제품을 전략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건의했다.

한국장류협동조합 조인상 품질관리실장은 “대부분 영세한 장류업계에선 코덱스 규격화에 대한 필요성 보다는 장류에 대한 홍보가 더욱 절실하다”고 전제한 뒤 “게다가 글로벌 진출 시에는 코덱스가 아닌 해당 국가에 부합하는 기준에 맞게 보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코덱스가 활성화되려면 전 세계적으로 규격화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과 정찬민 사무관은 “현재 코덱스 기준은 15년이 지난 규정이다. 업계와 의견 수렴 후 규격 기준 재개정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타깃별 국가대응에 관해서도 적극 개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제품 품목 표기에 대해서도 정 사무관은 “우리 업계가 보다 원활한 수출이 가능할 수 있다면 해당 국가와 협의를 통해 품목에 대한 표기가 가능하도록 적극 타진하겠다”고 말했다.

정 사무관은 “각 나라별 기준 차이가 크다. 우리 전통식품 코덱스 4대 품목과 수출국 기준의 차이를 면밀히 파악해 조치할 방침”이라며 “그동안 우리 품목의 코덱스 규격화를 위한 대책이 주를 이뤘다면 앞으로는 코덱스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 업계가 수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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