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매실①]매실의 역사 및 효용성
[특집-매실①]매실의 역사 및 효용성
  • 김은수 기자
  • 승인 2003.07.01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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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약용 효능 기원전부터 널리 활용

저 유명한 나관중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는 매실과 관련된 재미있는 대목이 등장한다. 위나라 조조가 군사를 이끌고 행군을 하던 도중 식수가 바닥났다. 가뭄에다 마땅히 물을 길어올 만한 데도 없어 행군마저 어려워진 상황. 이때 조조가 채찍으로 앞을 가리키며 “이 골짜기만 벗어나면 매화나무 숲이 있다. 그곳에 가서 매실로 갈증을 풀 수 있을 테니 조금만 더 참고 가자”라고 독려했다던가. 곧이어 병사들은 신 매실을 생각하며 침이 돌아 갈증을 이겨낼수 있었다.

매실에 대해 최초로 언급한 기록을 찾아보면 기원전 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생성된 시경(詩經)에 ‘매(梅)’란 글자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신농(神農)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서는 매실을 가장 오래된 과수의 일종으로 약용으로 사용되어 왔다고 적고 있으며, 가장 오래된 종합 농업기술서라는 제민요술(齊民要術)에도 ‘백매(白梅)’와 ‘오매(烏梅)’의 제조법이 기록돼 있을 정도니 식용으로는 물론 약용으로도 매실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 됐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매실은 중국에 그 기원을 두면서 일본, 대만 그리고 우리나라에 전파됐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1500년 전 백제 왕인박사가 천자문과 함께 매화나무를 전했다는 설도 있고, 당시 중국과 교역하던 한 사신이 오매와 매화나무를 들여갔다는 설도 있는데 어쨌거나 지금은 영어 명칭마저 ‘Japanese apricot´로 지정될 정도로 원산지인 중국보다 위세를 떨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이 매화나무가 심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에는 관상용으로만 재배되다가 한의학이 도입된 고려 중엽부터 그 열매인 매실이 약용으로 이용됐다고 한다. 주로 이용되는 청매실은 이른 봄에 꽃을 피웠다가 6월경부터 열리기 시작하는 매화나무의 햇과실. 때문에 요즘이야말로 청매실을 수확하는 농민들의 손길이 가장 바쁠 때다.

장미나무과 앵두나무속에 속하는 핵과류인 매실은 약알칼리성 식품으로 과육 부분이 전체의 80~85% 정도를 차지하며 수분과 당질이 주성분이다. 특히 매실의 신맛은 다른 과일보다 탁월하게 많은 유기산에서 기인하는 것인데 구연산, 사과산, 주석산, 숙신산 등이 매실의 대표적인 유기산 성분들이다.

이러한 매실의 성질을 두고 수필가 김진섭 선생은 수필 ‘매화찬(梅花讚)’을 통해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그 꽃이 청초하고 가향이 넘칠 뿐 아니라, 기품과 아취가 비할 곳 없는 것도 선구자적 성격과 상통하거니와, 그 인내와 그 패기와 그 신산에서 결과된 매실은 선구자로서의 고충을 흠뻑 상징함이겠고, 말할 수 없이 신산(辛酸)한 맛을 극(極)하고 있는 것마저 선구자다와 재미있다”.

이외에도 매실에는 시토스테롤, 레아놀산, 세릴알콜 등의 수렴성분들과 카테킨산, 펙틴, 탄닌 등이 함유돼 있어 살균작용과 함께 다양한 건강 유효성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이러한 유효성분들이 임상적으로 증명되기 이전부터 매실은 약용으로 이용돼 왔는데, 고(古) 의서에는 매실의 이러한 유효성에 대한 기록이 자세히 남아있다.

본초강목은 매실을 “맛이 시고 무독하며 간과 담을 다스린다. 세포를 튼튼하게 하며 혈액을 정상으로 만든다. 내장의 열을 다스리고 갈증을 조절한다. 토역광란을 멈추게 하고 냉을 없애며 설사를 멈추게 한다. 항구거취(입속의 냄새를 없애며), 심복창통(가슴앓이와 배 아픈 것)을 다스리고 허증피로를 다스리며, 폐와 장을 수렴한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동의보감 역시 오매(청매실의 껍질을 벗기고 나무나 풀 말린 것을 태워 그을린 것)를 가리켜 “염을 제거하고 토역을 그치게 하며 이질과 열과 뼈 쑤시는 것을 다스리며 주독을 풀고 상한과 곽란, 조갈증을 다스린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몇 해 전 이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의 일대기를 그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매실로 역병 환자들을 고치는 장면이 방영된 이후 국내 매실 수요가 폭발적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물론 드라마 전개상 과장된 부분도 없진 않겠지만 이러한 고전 의서에 근거를 두고 있는 만큼 완전한 ‘픽션’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최근에는 이러한 매실의 기능성이 임상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는데 가장 활발한 연구 결과를 보이고 있는 곳은 일본이다. 일본 스쿠바 대학의 스즈키 교수팀은 실험용 쥐가 탈진할 때까지 뜀박질을 시켜 체내 글리코겐 저장량을 소모시킨 후 물만 먹인 실험군과 각종 유기산을 먹인 실험군을 비교했는데, 그 결과 후자쪽의 체내 글리코겐이 상당한 격차로 빨리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스즈키 교수는 포도당과 유기산을 섭취시킨 그룹을 분리해 실험한 결과, 역시 유기산을 섭취한 실험군의 회복력이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는데, 이는 어떤 과일보다도 유기산이 다량 함유된 매실이 피로회복에 큰 효과가 있음을 자명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허증 피로를 다스린다’는 본초강목의 기록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한편 일본 히로사키 대학 연구팀은 매실 농축액이 적리균의 증식을 중지시켰으며 티프스균과 대장균에도 동일한 작용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매실 농축액을 실험쥐에 적당량 투여한 결과 쥐의 위장, 소장 및 대장의 연동작용이 활발해졌으며, 고콜레스테롤 식이를 한 토끼에 매실 농축액을 섭취시키자 혈중 콜레스테롤 증가가 억제되고 간장의 총 지방량과 중성지방의 상승이 억제됐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매실과 관련된 연구 논문이 몇몇 보고되고 있는데, 1988년 발표된 고려대 대학원 의학과 이태훈의 논문에서는 매실이 백혈병성 임파모 세포와 인체 장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몇 해 앞서 발표된 조선대 대학원의 고은영(1986년)과 정두례(1987년)의 논문에 따르면 매실 추출물이 당뇨병에 유의적인 개선 효과를 보였으며, 위내 펩신 활성도를 증가시킴으로써 위의 소화를 촉진시키고 장기간 투여로 간 기능도 회복시킬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매실 명인으로 유명한 홍쌍리 여사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매실은 우리 몸 속을 깨끗이 청소해주는 식품”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날로 심각해지는 오염 속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식품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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