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매실③]매실과 식중독
[특집-매실③]매실과 식중독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03.07.0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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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장아찌 먹으면 가벼운 식중독은 저 멀리…
여름철에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식중독이다. 벌써 제1군 법정 전염병인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으로 의심되는 환자와 보균자가 잇따라 발생, 사망자까지 나오고 있어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더구나 장출혈성 대장균 가운데 독성이 가장 강한 O-157(Escherichia coli O157:H7)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환자까지 나오고 있어 학교급식 등 단체급식에서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급해지고 있다. 그런데 여러 식중독균들 가운데서 특히 위험한 병원균인 O-157과 그 밖의 황색 포도상구균 등이 매실 장아찌를 먹으면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는 연구 결과가 최근 일본에서 발표됐다. 또한 매실 장아찌에는 혈류를 원활하게 하여 동맥경화 등을 예방하는 작용이 있다는 것도 최신 실험에서 밝혀졌다.

예로부터 매실은 `삼독(三毒)을 끊는다´고 하여 독을 없애는 묘약으로 이용되어 왔다. 삼독이란 음식물의 독, 물의 독, 혈액의 독을 말한다. 매실을 먹으면 이 세 가지 독을 제거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매실을 소금에 약간 절여 말렸다가 차조기 잎을 섞어 다시 절여서 말린 매실 장아찌(우메보시)는 매실의 약효를 더욱 돋운다.
 
매실은 80∼90%가 수분이고 소량의 단백질과 당질이 주성분이다. 또한 구연산 사과산 호박산 주석산 등의 유기산류가 5% 가량 들어 있는데 구연산은 해독 및 살균 작용이 강하다. 그래서 식중독이 많이 발생하는 여름철에 매실을 먹으면 조금 변질됐거나 병원균에 오염된 식품을 먹어도 소독이 될 수 있다. 또한 차조기 잎에도 독을 중화하는 해독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실 장아찌의 해독 효과는 실험에서 실제로 확인됐다. 일본 와카야마현립의과대학의 연구진(우쓰노미야 히로토시 등)은 장출혈성 대장균인 O-157과 황색 포도상구균, 메티실린 내성 황색 포도상구균(MRSA)에 대한 매실 장아찌의 살균 효과를 알아봤다.
 
O-157은 강력한 독소인 베로독소를 발생시켜 출혈이 따르는 장염이나 용혈성 요독증 증후군(HUS)을 일으키는 매우 위험한 병원균이다.
 
연구자들은 두 개의 실험관 속에 액체 배지를 만들어 한 시험관에 O-157만 넣고 다른 시험관엔 O-157과 함께 매실 장아찌를 으깨서 넣었다. 두 시험관을 섭씨 37도의 온도에서 하루 밤을 놔 뒀다가 그 다음날 조사한 결과 O-157만 넣은 시험관에선 O-157이 증식되어 액체 배지가 흙탕물처럼 탁해졌다. 그러나 O-157과 함께 매실 장아찌를 넣은 시험관에선 액체 배지가 투명했다. 이는 매실 장아찌가 O-157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으로 풀이됐다.
 
또한 와카야마현립의대 연구진은 매실 장아찌의 황색 포도상구균 증식 억제 효과도 실험에서 확인했다. 황색 포도상구균은 현미경으로 보면 포도 송이처럼 붙어 있기 때문에 이름 붙여진 식중독균이다. 식중독만이 아니라 부스럼 여드름 무좀 등의 원인균이기도 하다.
 
식품 속에서 황색 포도상구균이 증식하면 엔테로톡신(장독소)이란 독소가 생겨 그 식품을 먹은 사람에게 구토 구역질 복통 설사 등의 식중독 증상이 일어난다.
 
연구자들은 두 샬레에 활색 포도상구균이 증식되기 쉬운 한천 배지를 만들어 한 샬레어는 황색 포도상구균만 넣고 다른 샬레에는 황색 포도상구균과 함께 매실 장아찌를 넣어 섭씨 37도의 온도에서 하루밤 놔 뒀다가 다음날 관찰했다.
 
그 결과 역시 매실 장아찌를 넣지 않은 샬레 속은 황색 포도상구균이 증식돼 누런 색으로 변했다. 한편 매실 장아찌를 넣은 샬레에선 매실 장아찌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황색 포도상구균이 증식되어 있었으나 매실 장아찌 가까이에선 증식되지 않았다. 매실 장아찌 주위에 황색 포도상구균에 대한 저지원이 뚜렷하게 이뤄져 있었다.
 
이 같은 결과에서 매실 장아찌엔 황색 포도상구균이 증식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시사됐다고 연구자들은 말하고 있다. 황색 포도상구균은 의료 현장에선 항생물질로 치료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엔 항생물질에 내성이 있는 황색 포도상구균이 생겨서 문제가 되고 있다. 메티실린이란 항생물질에 내성을 갖고 있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이 병원 입원 환자들에게 감염돼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이 MRSA에 대해서도 시험관 내의 액체 배지를 사용하여 실험해 본 결과 매실 장아찌는 MRSA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실험으로 예로부터 식중독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진 매실 장아찌가 식중독균에 대한 강력한 살균 사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물론 매실 장아찌만 먹으면 O-157이나 황색 포도상구균의 식중독, MRSA의 병원 내 감염을 간단히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일상 생활에서 청결과 위생에 주의하면서 매일 한 두 개의 매실 장아찌를 먹으면 식중독을 예방하는 일정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일본 와카야마현립의대의 연구자들은 실험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매실 장아찌엔 또한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도록 하여 동맥경화나 혈전 형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최근의 실험에서 확인됐다. 일본의 (독)식품종합연구소 마이크로채널알레이공학 팀장인 기쿠치 유지 등은 모세혈관 모델 `MC-FAN´이란 기기를 개발, 이를 사용하여 매실 장아찌가 혈액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조사했다. MC-FAN은 실리콘 기판(基板)에 미세한 유로(流路)를 만들어 그 위에 유리 기판을 덮은 것이다.
 
이유로는 사람의 모세혈관과 같은 굵기로 설계돼 있다. 그래서 혈액 0.1<&36057>가 8736개의 유로를 통과하여 흐르는 데 몇 초 걸리는가를 측정, 혈액의 흐름을 조사한다. 기준이 되는 것은 생리식염수다. 생리식염수는 이 유로를 12초에 통과한다. 피험자에게 특정한 식품을 먹도록 하고 그 직전과 1시간 후에 채혈해 MC-FAN을 통과시키면 혈류의 속도를 알 수 있다.
 
기쿠치 등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매실 장아찌가 혈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를 조사했다. 먼저 건강한 피험자의 혈액을 채취했다. 그런 다음 매실 장아찌를 1개 또는 2개 먹도록 한 뒤 1시간 후에 다시 채혈, 매실 장아찌를 먹기 전과 후의 혈액을 MC-FAN을 사용 조사했다.
 
그 결과 피험자 28명의 혈액이 MC-FAN의 유로를 통과하여 흐르는 시간은 매실 장아찌를 먹기 전엔 평균 48.2초였던 것이 매실 장아찌를 먹은 지 1시간 후엔 평균 41.8초 걸렸다. 평균 6.4초 단축됐다. 건강한 사람의 혈액이 이만큼 원활하게 흐르도록 했다는 것은 매실 장아찌에 유의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기쿠치는 말하고 있다.
 
개별적인 예를 보면 어떤 사람은 매실 장아찌를 먹기 전에 98.3초였던 것이 매실 장아찌를 먹은 지 1시간 후엔 36.4초로 무려 61.9초나 단축된 사람도 있었다. 다른 사람의 경우는 40.0초에서 32.6초로 통과 시간이 빨라졌다. 기쿠치 등은 이제까지 MC-FAN을 사용하여 여러 종류의 식품이 혈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매실 장아찌, 식초, 낫토, 포도주, 맥주, 야채 주스, 메밀국수 등이 혈류를 개선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 식품 가운데서 매실 장아찌는 혈류 개선 효과 순위가 단연 상위에 들었다. 혈액의 흐름을 결정하는 요소는 혈관의 운동성과 혈액 그 자체의 유동성 두 가지다. 혈관의 운동성이란 혈관이 수축과 확장이 잘 되는 것이다. 혈관 속에 콜레스테롤 등이 쌓여 있어 동맥경화가 일어나면 혈관의 운동성이 떨어져 혈액이 잘 흐르지 않게 된다.
 
그런데 기쿠치 등이 MC-FAN으로 측정한 것은 혈액 그 자체의 유동성이다. 혈액이 흐르는 데는 혈소판 응집력, 백혈구 점착력, 적혈구 변형력이란 세 요소가 관계하고 있다. 혈소판이 응집되거나 백혈구의 점착력이 강해지면 혈액이 잘 흐르지 않게 된다. 한편 혈액은 혈액에 포함돼 있는 적혈구보다 가는 모세혈관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 때 적혈구는 모세혈관의 크기에 맞춰 형태를 자유로이 바꿔야 한다.
 
매실 장아찌는 이 세 요소 모두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고 그리고 이는 매실에 들어 있는 구연산의 작용 때문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우리 몸 속에 칼슘 이온이 다량 존재하면 혈소판의 응집력과 백혈구의 점착력이 상승돼 혈액이 잘 흐르지 않게 된다. 그런데 구연산이 칼슘 이온과 결합, 체내에 자유로운 칼슘 이온의 양이 줄어들면 혈소판의 응집력과 백혈구의 점착력이 억제받게 된다.
 
적혈구의 변형력은 구연산과 칼슘 이온의 결합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기쿠치 등은 아마도 매실 장아찌를 먹으면 침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거나 매실 장아찌에 다른 성분의 작용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기쿠치는 이전에 농림수산성 식품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있던 사람인데 그 때도 `혈액유동성측정장치´를 개발, 매실 장아찌의 혈류 개선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이는 인공 모세혈관 속을 흐르는 혈액의 상태를 텔레비전 모니터로 직접 관찰하는 장치다.
 
한편 기쿠치 등 일본 농림수산성 식품종합연구소 연구진은 매실 과육 엑스의 성분을 분석하던 중 문헌에도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물질을 발견, 이 물질에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이 물질에 `무메푸랄(mumefural)´이란 이름을 붙였다.
 
무메푸랄은 매실에 열을 가할 때 처음으로 생기는 물질로 청매에선 검출되지 않는다. 앞으로 이 물질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면 매실 약효의 비밀이 더욱 확실하게 드러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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