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름발이식 국내 지리적 표시제 “유명무실”
절름발이식 국내 지리적 표시제 “유명무실”
  • 천진영 기자
  • 승인 2016.07.11 02: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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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선 3개 운영 불구 ‘원산지 명칭’만 적용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문정훈 교수 지적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리적표시제(PGI)는 유럽의 지리적표시 등록제의 3가지 유형 중 한 가지만 도입한 것인데, 내용상으로는 원산지명칭보호표시(PDO)를 적용하고 있어 제도의 실효성이 없는 유명무실한 제도입니다. 지역 전통 및 문화 진흥과 로컬푸드 보호라는 지리적표시 등록제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유럽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리적표시(PGI: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와 원산지명칭보호(PDO: 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 전통특산품보증(TSG: Traditional Specialty Guaranteed)을 모두 도입해 병행해야합니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문정훈 교수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한 지리적표시제의 본질적인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유럽의 제도를 벤치마킹해 지난 1999년 국내 도입된 지리적표시제는 상품의 품질, 특성, 역사성 등이 본질적으로 지리적 근원에서 비롯되는 경우 해당 지역의 생산품임을 증명하는 제도로, 2002년 보성녹차 이후 등록 품목이 꾸준히 증가했다.

유럽의 지리적표시 등록제도는 크게 원산지명칭보호(PDO), 지리적표시보호(PGI), 전통특산품보증(TSG) 등으로 나뉜다.

원산지명칭보호(PDO)는 해당 지역 내에서 원료 생산 및 가공과정을 거친 경우, 지리적표시보호(PGI)는 생산, 제조 및 처리과정 중 하나라도 지역과 연계성이 있는 경우, 전통특산품보증(TSG)은 원료 및 제조 지역과 관계없이 문화가 녹아있는 고유한 레시피를 그대로 따랐을 경우에 해당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중 표면상으로는 지리적표시보호제도를 도입하고서도 내용상으로는 원산지명칭보호표시제를 적용함으로써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며 2012년을 기점으로 품목 등록 건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문 교수는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 면적과 한정된 원료로 인해 대부분의 가공식품이 지리적표시보호(PGI)에 해당하는데도 제도적으로 원산지명칭보호(PDO)만 인정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지리적표시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정산성 막걸리’ 외지원료 사용  PDO 등록불가
지리적표시보호(PGI)·전통특산품보증(TSG)도 병행해야
법인 미가입자 생산품도 인정…품질 보증 안 돼  

그 대표적인 예로 ‘부산 금정산성 막걸리’를 꼽았다. 전통 누룩이 첨가돼 맛이 시큼하고 요거트와 같은 질감이 특징인 이 제품은 500여년의 전통으로 독자적 방식으로 제조하고 있지만 원재료인 쌀을 다른 지역에서 공급 받아 사용하기 때문에 지리적표시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산지명칭보호(PDO)와 지리적표시보호(PGI)를 명확히 구분하고 병행 적용해야한다는 것이 문교수의 주장이다.

뿐만아니라 지리적표시제가 ‘지리적표시단체표장제’와 혼용되는 것도 제도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리적표시제는 역사를 중시하는 인문학적 관점을 강조하는 데 반해 지리적표시단체표장은 역사성이 필요없는 단순한 상표법에 불과해 반드시 구분해서 시행돼야할 정책이라고 말했다.

법규 내 예외조항 역시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농수산물품질관리법 제34조제2항4호에 따르면 법인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원료로 제품을 가공할 경우 지역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반면 법인에 가입할 경우 내부에서 운영하는 품질 규정을 지키도록 돼 있다.

문 교수는 “이 법 조항대로라면 굳이 법인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며 “이러한 이유로 품질 규정을 따르지 않는다면 결국 그 품질도 보증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지리적 표시제를 제대로 운영할 경우 국내 전통 식품과 농산물 육성은 물론 로컬푸드, 6차산업과도 직결되는데 이러한 예외조항은 오히려 우수한 정책을 붕괴시키는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 교수는 제도의 홍보 강화도 주문했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유기농과 친환경식품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만 우수농산물관리제(GAP), 지리적표시제, 원산지표시제 등 인증제도에 대해서는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도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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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록 2018-12-24 02:32:18
2018년 12월 아직까지도 개정되지 않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