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된 GMO 표시제 4일 시행…출발부터 삐그덕
확대된 GMO 표시제 4일 시행…출발부터 삐그덕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7.02.06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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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기간 없어 수백 억 포장재 재고 큰 부담
시민단체선 식용유 등 포함 ‘완전표시제’ 주장

4일부터 GMO(유전자변형식품) 표시의 범위가 전면 확대된 개정안이 시행됐다. 하지만 업계에선 별도의 유예기간 없이 시행돼 기존 포장재 소진 등 문제로 울상을 짓고 있다. 게다가 GMO 원료가 혼입된 수입가공식품을 들여올 경우 구분유통증명서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개정고시는 재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일부 시민단체에서도 ‘GMO 완전표시제’를 주장하며 이번 법 개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법 자체가 소비자와 업계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형국이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일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조금이라도 검출되면 원재료 함량과 상관없이 GMO 표시를 해야 한다는 새 기준을 발표하고 4일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식용유, 간장, 당류 등 제외).

하지만 일부 소비자·시민 단체에선 이번 개정안에 대해 유럽과 같이 GMO 원료를 사용한 식품은 모두 표시하는 ‘완전표시제’를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업계, 원료 구입난·가격 인상·국산 역차별 등 들어 반대
옥수수 등 원료 ‘구분유통증명서’로 혼입 여부 파악 안 돼   

한살림연합은 2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표시 기준에 대해 허울뿐인 확대일 뿐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식약처를 비판했다. 대표 GMO 작물인 콩과 옥수수가 함유된 식용유, 당류, 간장 등이 제외된 것을 꼬집은 것이다.

한살림연합 오세영 조직지원팀장은 “식약처는 GMO 표시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될 경우 Non-GMO 식품 원료 사용으로 인한 원가 상승으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간다는 식품업계의 터무니없는 궤변에 놀아나고 있다”며 “식약처가 식품의 안전을 지키는 것인지, 식품업계의 안전을 지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힐책했다.

△새로운 GMO 표시 기준에 식용유가 제외되자 일부 시민단체에서 ’완전표시제’를 주장하고 있어 GMO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식품업계에선 원료 수급의 어려움 및 제품 비용 상승, 사후 관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반대의 입장을 분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용유용 콩을 예로 들며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대부분 식용유용 콩은 GMO 콩이다. Non-GMO 콩은 생산량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사용하기도 어렵지만 막상 사용하려고 해도 GMO 콩 대비 54%가량 비싸 Non-GMO 콩을 원료로 사용할 경우 제품 가격은 현재보다 2~3배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표시제’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완전표시제를 할 경우 콩, 옥수수 등 원료에 대해 ‘구분유통증명서’를 통해 GMO 원료 혼입 유무를 파악할 수 있지만 원료 수입 후 2차 3차 가공 과정을 거쳐 막상 추적 이력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공정자동화로 라벨 교체 쉽지 않고…인건비도 만만찮아
식품산업협회 각계 의견 수렴 식약처에 제안서 제출키로 

실제 GMO 원료가 혼입된 수입 가공식품의 경우 구분유통증명서를 생산업체에게 요청하면, 생산업체는 유통업체에게, 유통업체는 수입업체에게, 수입업자는 해당 국가 수출업자에게, 수출업자는 현재 유통업체에게 등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소멸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구분유통증명서의 명확한 개념이 없는 국가의 경우 서류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두고 이 관계자는 GMO 증빙 서류를 식약처 지정 검사기관 8곳에서 실시한 검사성적으로 인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이미 법에서 표시대상을 규정하는 범위 자체를 분석검증을 기반으로 설정돼 있다. 그렇다면 구분유통증명서 발급이 어려운 원료의 경우 정부의 검증을 거친 검사기관이 발행한 검사성적서를 증빙자료로 인정하는 것도 합리적이라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가장 큰 문제를 패키지의 전면 교체 부분 문제를 꼽고 있다. 유예기간 없이 시행 일자를 못 박은 이번 법 개정으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재고 물량을 어떻게 소진해야하는지 난감하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앞서 정부와 업계는 ‘GMO 표시협의체’를 통해 포장재 소진 문제 등에 따른 단속 유예 등이 올해 말까지 합의됐으나 최종 고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별도 유예기간도 없이 시행된다면 의도치 않은 GMO 원료 사용으로 행정처분을 받는 곳이 발생하며, 소비자들에게 거짓 표시를 한 기업으로 낙인 찍혀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며 “이러한 일은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유예기간 또는 계도기간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식약처는 스티커 또는 라벨 작업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지만 이 또한 전 공정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생산하고 있는 식품업계에서 인력이 투입돼 일일이 수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인건비 문제 등 상황이 녹록치 않다.

식품산업협회에서는 업계 의견을 종합 수렴해 식약처에게 제안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협회 김정년 식품안전부장은 “이미 법이 시행된 마당에 지금에 와서 법을 재개정할 수는 없지만 당초 협의체를 통해 합의됐던 단속 유예기간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윤동 식약처 식품안전정책국 수입식품정책과장은 “이번 개정안은 이미 재작년 12월 고시하며 업계에도 충분한 유예기간을 줬다. 업계에서 5순위 밖 GMO 원료를 사용했다면 이 기간 대처했어야 한다. 더 이상의 유예기간은 법 취지에도 어긋나는 만큼 원안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여 향후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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