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겨냥한 공정위 칼날…육계 시장 불공정 바로잡나
‘하림’ 겨냥한 공정위 칼날…육계 시장 불공정 바로잡나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7.08.14 0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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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 1위 대기업 조사 주목…계열사 ‘올품’ 지원·프랜차이즈와 생닭 가격 담합 등 살펴

국내 닭고기 생산 1위기업인 하림그룹이 오뚜기와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오뚜기는 중견기업 중 유일하게 대통령 간담회에 초청될 정도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반면 하림은 공정위 레이더망에 걸렸다.

무엇보다 하림은 김상조 체제 공정위 첫 대기업 대상 조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하림은 지난 5월 자산 규모 10조 원 이상을 보유해 대기업집단에 처음 편입됐다.

업계에선 공정위가 치킨가격 인상 부분을 벼르던 상황에서 생닭 공급 시장 점유율 20%에 달하는 하림이 타깃이 됐다는 분석이다. 소위 말하는 “찍혔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실제 하림은 김홍국 회장이 장남 준영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계열사 올품을 부당 지원했는지 여부와 생닭 출하 가격의 담합 및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의 거래 과정에서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이례적으로 공정위 2개국(시장감시국, 카르텔조사국)이 동시에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중 조사에 대해 표적수사는 아니라고 잘라 말하며 상황에 따라 원칙적으로 동시 조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로 닭고기 공급업체와 프랜차이즈가 관여한 가격 담합 정황이 드러날 경우 업계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김홍국 하림그룹회장, 정병학 육계협회장, 농가 대표가 상생을 다짐하는 점등식을 하고 있다. 사진은 2013년 육계협회에서 전국 육계농가와 상생을 다짐하는 행사 모습.

이에 대해 육계 농가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중론이다. 그동안 육계산업에서 시장점유율을 앞세워 군림해 온 하림을 본보기로 전체 계열업체와 사육농가간 끊이지 않던 갑을관계 논란이 종지부 찍기를 바라고 있다.

육계산업은 전체 비중 가운데 94%가 위탁사육을 중심으로 한 계열화 사업 체계가 완성돼 계열업체에서는 위탁사육농가들에게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농가들은 사육보수 등 문제로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그럼에도 육계 농가들은 계열업체에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다. 어떤 형태로든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양계협회 “위탁사육 보수 논란 등 갑을 관계 정리되길”
사육 평가 방식 농가 수익성 악화시키고 계열사만 유리
계열업체, 지급기한 단축·재정보증 폐지 등 발 빠른 대응 

한 예로 지난 2014년 정부에서 FTA대책으로 도축장 전기요금 20%를 한시적(10년)으로 내리면서 농가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가도록 지시했지만 당시 계열화업체들은 일방적으로 농가들에게 수당 1원(kg당, 전기료 인하에 따른 비용 중 일부)을 지원했으며 나머지 6.3원은 계열사에 편입시킨 바 있다.

이홍재 한국양계협회장은 “농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대책이 돼야 하는데 농가에게 1원을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계열사들이 앞에서는 농가들과의 상생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불합리한 일들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육계계열화업체 시장 점유율 변화

순위

2005

2010

2015

업체

점유율

업체

점유율

업체

점유율

1

하림

25.53%

하림

32.67%

하림

29.85%

2

동우

6.94%

동우

9.22%

참프레동우

15.16%

3

체리부로

5.01%

체리부로

7.51%

이지바이오

12.06%

4

마니커

4.83%

마니커

7.11%

체리부로

8.17%

5

()키토랑

3.81%

농협목우촌

3.17%

사조화인코리아

4.99%

기타

기타

53.88%

기타

40.32%

기타

29.77%

CR3

37.48

49.40

57.06

CR5

46.12

59.68

70.22

※출처 : 농림축산검역본부 도축현황 가공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사육보수 평가방식이다. 하림 등 주요 계열업체들은 상대평가 방식을 사용해 농가 사육성적에 순위를 매겨 상위권 농가에게는 인센티브를, 하위권 농가에게는 패널티를 부여하는 식이다. 이는 농가간의 갈등을 촉발하고 농가가 추가적인 첨가제 등을 사용하게 하는 등 농가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문제가 된다.

이 회장은 “계열사에서 농가들한테 100만 원을 주고 나누라는 것인데, 이는 농가들을 줄 세워 하위농가 돈을 뺏어 상위 농가에게 주는 꼴”이라고 지적하며, “이런 방식은 농가간 갈등만 유발할 뿐 전체적인 사육성적이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어 실질적으로 계열사만 유리한 방식”이라고 힐책했다.

이에 계열업체는 한국육계협회 내 ‘계열화사업 불공정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도계장 전기요금 할인분의 농가지원을 50%선으로 올리는 것을 비롯해 사육경비 지급기한을 25일에서 20일 단축, 신규 계열농가에 대한 재정보증 문제 폐지 등을 개선해나가기로 했다.

한국육계협회 측은 계열화업체가 농가의 어려움을 적극 수용하고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면서 계열화업체들의 경영여건이 안정치 않은 상황에서도 해묵은 논란을 해소하고 농가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준 만큼 더 이상의 폄하나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양측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방법은 위탁사육을 선호하지 않는 농가들이 계열화사업에서 이탈해 독립농장을 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종축의 공급 그리고 육계 출하를 원활히 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계열업체들이 확장 시도를 멈추고 가격이 안정적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론이 함께 논의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돼 업계차원에서 수급조절 방안, 갈등해소를 위해 외부시장 조성방안 등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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