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발효식품’ 우리나라가 원조…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가치
‘콩 발효식품’ 우리나라가 원조…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가치
  • 황서영 기자
  • 승인 2017.09.29 10: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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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일본과 다른 세계 속의 슬로푸드 겸 자연 건강식
단백질 등 영양에 기능성…현대 식품 활용 가능성 많아

한국음식과 문화를 세계인과 나누고, 시판 장류에 밀려 잊혀져가는 전통장류 제조 방식을 보존하기 위해 최근 한식재단이 ‘전통 장류’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어 전통장류의 문화적·과학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전통장류는 콩을 발효시킨 제품으로 콩은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 함량이 풍부해 쌀이나 보리 중심의 우리 식생활에 부족하기 쉬운 필수 아미노산 및 지방산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해오며 오랜 기간 우리나라 식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오고 있다.

△한식재단과 사단법인 한국전통가공식품협회가 지난달 26일 양재동 aT센터에서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전통 장 문화 확산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최근에는 전통장류의 항암성분, 항비만작용, 항산화작용, 혈전용해작용 및 혈압강화작용 등 생리활성 효과가 입증되며 건강기능학적 부분도 주목받고 있어 장류에서의 우수 균주 분리, 생리활성물질 분석, 기능성 콩 및 부재료 사용을 통한 품질 개선 등 기능성 및 제품 개발 연구가 여러 각도로 시도되고 있다.

△정혜경 교수
지난달 26일 한국전통가공식품협회 주최로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전통장류 문화의 새로운 가치 발굴 세미나’에서 정혜경 호서대학교 교수는 “한국 전통장류를 만드는 콩은 예부터 ‘태(太)’라고 불렸으며 두부 등을 만들어 먹는 대두문화(大豆文化)가 한국에서 싹텄다”며 “콩과 전통 장의 효능은 ‘산가요록’ ‘식료찬요’ 등 옛 고(古)조리서에도 많이 수록돼 있어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콩 가공품 중 하나인 두부의 역사로 콩의 식문화가 우리나라에서 발현됐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두부는 전한시대 회남왕 때 발명품으로 중국 역사 속 수많은 문헌에도 두부에 대한 기록이 없다가 당대말기에서 송대초기에 비로소 등장한 만큼 옛 중국의 동이(東夷)권에 살던 우리 조상이 본디 유목계로 스스로 콩을 이용해 지금의 두부와 유사한 식품을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전해진다.

이는 한·중·일 삼국의 장류 문화에서 알 수 있다. 중국의 장문화는 주로 고기를 넣어 만든 육장 형태로, ‘주례’라는 고서에서 처음 등장해 새고기, 짐승고기, 물고기 등으로 만들어 콩을 넣은 것이 아니며, 일본의 간장과 미소 등도 본래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비슷한 형태로 변형됐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반면 한국은 콩으로 만든 두장(豆醬) 형태가 사용돼 왔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 등 고서에 고구려인들은 콩으로 발효식품을 만들고, 발해인들은 메주를 만들어 먹었다는 등의 기록이 있어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콩을 활용한 장 문화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우리 장류는 예부터 한국만의 특별한 식문화이자 자연건강식으로 많이 섭취됐으며, 현대사회에서는 세계 속 ‘슬로푸드’ ‘자연건강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전통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정도연 원장
정도연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 원장은 전통장류의 발효과학적 미생물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순창의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은 전통문화와 첨단 기술을 연계하는 방법 중 하나로 청국장 발효균인 고초균을 활용해 전통 청국장을 세계적 식품으로 육성하기 위해 토종 고초균을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로 등재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

또한 장류와 막걸리 등 발효식품 균주 대부분은 외국 특허 균주로 등재돼 있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한국형 유용균주’를 신규 개발해 식품기업의 산업용 균주로 생산하고 있는데, 식품산업용 균주를 위해 안전성 및 기능성평가, 발효특성분석 등의 과정을 거쳐 고도배양해 종균·상품화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저염장류제품 △볏짚 미생물 제어기술을 활용한 위생적 전통장류제품 △향토자원을 활용한 기능성 장류·절임제품 △포자형성 유용균주 활용 발효사료 스타터 △순창 전통가양주·블루베리 와인 △건강 과일식초·유산균발효음료 △발효드립커피 △웰니스 건강기능식품 등이 개발된 상태다.

정 원장은 “산업적 가치가 높은 전통문화자원을 발굴하고 기술적 한계 극복방안과 산업적 활용방안을 제시해 이를 응용한 신(新) 시장을 창출하는 ‘재발견-재해석-재창조’ 과정이 우리나라의 문화융성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형 유용 균주로 기능성 장·와인·건기식 등 제조
나트륨 저감화 정책 부응 대체 소금 이용 저염된장 개발
 

△손익재 주무관
전통장류의 오랜 고민거리였던 나트륨 함량에 대한 해결방안도 모색됐다. 손익재 식품의약품안전처 주무관은 “나트륨 과잉 섭취로 인한 고혈압, 뇌졸중 등 질병 고위험군이 증가하면서 2012년부터 식약처에서는 나트륨 저감화 정책이 마련돼 2012년 4583㎎이었던 국민 1인당 나트륨섭취량을 2015년에는 3890㎎로 줄이는데 성공했다”며 “2020년까지 3500㎎ 이하로 낮추는 것이 목표며 식약처는 WHO 저감 목표와 식품 소비패턴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업체 현장 지원 △국민 식습관 형성 유도 △소비자 대상 정보제공 강화 △나트륨 저감 식품 제공 확대 △저감 정책 기반 구축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장류를 비롯한 가공식품에 대한 나트륨 저감화 사업으로 소금 함량 개선, 대체 소금류의 활용 등을 활용해 저염 제품의 상품화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는 가공식품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전문자문단의 기술지원 및 컨설팅, 저감기술교육 및 제품 홍보, 제품화 분석 등을 지원해 국민들의 저감 제품의 개발과 소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제조 공정 및 관리 방안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고 이에 따른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업체별 우수사례집을 제작, 배포해 더 많은 기업들이 손실과 비용을 줄여 저염 장류를 개발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정용진 교수
정용진 계명대학교 교수는 나트륨 저감화 사업 일환으로 저염 된장 연구개발 진행 방향에 대해 발표하며 “장류는 콩 단백질 분해로 얻어지는 아미노산 공급 등 여러 효능에도 불구하고 나트륨 함량이 높은 대표적 식품으로 분류돼 있는 만큼 장류의 다양한 기능과 풍부한 맛을 유지하면서 나트륨의 함량은 감소된 장류 제조기술 보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 교수는 △염수 제조 시 수분 함량을 통한 담금 염도 조절 및 숙성관리 △칼륨이 든 대체 소금을 사용한 나트륨 저감화 △일반 된장과 무염된장의 저감화 블렌딩을 통한 품질 관리 등 3단계 과정을 거쳐 저염 된장 제품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개발된 제품은 기존 장류와의 소비자 대상 비교에서도 관능적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오히려 저염 된장에서 짠맛을 더 많을 느끼고 관능적 특성에서도 저감화 블렌딩이 된 된장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영석 회장
정 교수는 “국내 많은 젊은이들이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여러 해외 식품들을 섭렵하고 있지만 정작 그 제품들에는 많은 첨가물이 들어 있어 결코 몸에 좋다고 할 수 없다”며 “콩으로 만든 우리 장류가 나트륨은 줄이고 더욱 새로운 기술로 제품화된다면 전통문화를 지킬 뿐 아니라 현대 식품으로서의 활용방안도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영석 전통가공식품협회장은 “장 문화는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우리 생활 속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 보존해 나가야 할 문화”라면서 “그 우수성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 향후 정부 정책에도 반영돼 장류를 비롯한 우리 전통가공식품의 큰 번영이 있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전통 장 문화의 가치 재발견과 그의 확산에 대한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주제발표와 종합토론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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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a 2017-09-29 17:07:33
오~ 제가 요즘에 효소력 먹고 있는데..
정용진교수님이 저기 계시네요~
반가운 얼굴에 댓글 쓰고 갑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