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산 가공식품 성공 사례]영광 ‘모싯잎송편’
[특산 가공식품 성공 사례]영광 ‘모싯잎송편’
  • 황서영 기자
  • 승인 2017.09.29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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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 자원 활용 연매출 300억대…‘지리적 표시’ 인증
동부콩 등 재료 생산 농가–업체 산업 클러스터 형성

송편은 추석에 주로 찾는 전통음식이지만, 전남 영광군에는 사시사철 잘 팔리는 송편인 ‘모싯잎송편’이 있다.

모싯잎송편은 연간 300억원 이상이 택배 등을 통해 전국에 팔리는 영광군 특산품으로 거듭났다. 영광군 멥쌀과 삶은 모싯잎을 함께 빻은 반죽에 고소한 동부콩을 넣어 만든 이 송편은 이 세 가지 원료가 어우러진 달콤고소한 맛과 건강에 좋은 효능으로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영광 모싯잎송편제품.

모싯잎송편은 모싯잎이 특유의 향과 맛 그리고 초록색을 낸 송편으로, 떡이 딱딱해지고 변질되는 것을 막아 줘 1~2일은 별도 냉동보관이 필요하지 않아 바로 부드러운 떡을 맛볼 수 있다. 또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를 예방하고 이뇨 촉진에도 효과가 있다.

역사적으로도 유래가 깊다. 동국세시기(조선 헌종 15년)의 기록에 따르면 ‘영광 지방에선 새해 농사를 시작하는 첫날 모싯잎송편을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모싯잎송편은 일꾼의 나이만큼 나눠줬다고 전해진다.

영광군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모싯잎송편의 시장규모는 시장 형성 초기인 2009년에는 약 60억원에 불과했으나 2015년 280억원대로 크게 증가했으며, 작년에는 300억원대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전국적으로 떡류와 쌀의 소비가 급감하고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지역 특산 산업의 성공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일로 영광군은 작년 ‘지역 쌀 소비’ 1위로 대통령 표창을 수여받았다.

이러한 성공에는 모싯잎 떡 장인들의 영광군 지자체 조합인 사단법인 ‘영광에서모싯잎떡을만드는사람들’의 공이 크다. 2010년 영광군 내 떡집 및 농민 100여 명으로 시작된 이 단체는 현재 78개 회원사가 모여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 및 정보공유를 도모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았다. ‘지리적 표시’는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명품 품질과 명성·역사성을 갖춘 지역 특산물에 주어지는 인증 제도로, 모싯잎송편을 만드는 지역, 업체는 많지만 그 중 영광의 것이 ‘원조’라는 것을 보증하는 셈이다.

△영광 모싯잎 송편은 멥쌀과 모싯잎으로 한 반죽에 동부콩 속을 넣어 수작업으로 생산한다.

영광 모싯잎송편은 보통의 송편과 생김새부터 다르다. 엄격한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은 만큼 ‘영광 모싯잎송편’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위해선 철저한 규정을 따라야 한다. 규정의 기본은 ‘송편의 원재료’는 영광에서 생산되는 쌀, 모싯잎, 동부콩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 거기에 부재료로 사용되는 소금도 영광에서 생산되는 천일염만 써야 한다. 개당 크기도 8~10㎝, 60g 내외를 지켜야 한다.

깐깐한 지리적 표시를 인증받기까지 많은 난관들이 있었다. 송편의 콩고물에 들어가는 동부콩의 생육기간이 길어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것.

영광에서모싯잎떡을만드는사람들의 신광수 대표는 “국내산 동부콩은 다른 모싯잎 송편에 많이 쓰이는 미얀마산 동부콩과 달리 겉껄질이 짙은 갈색빛에 가깝고 더 고소하다”며 “국내산 동부콩을 사용해야 더 맛있는 떡이 나오기 때문에 동부콩 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영광군은 전남대학교 육종개발 연구팀과 협업해 생육기간이 짧고 수확량이 많은 아프리카 원산의 동부 종자를 들여와 우리나라 토양에 맞게 개발해 2012년부터 재배를 본격화했다. 그 덕분에 약 9톤에 불과했던 영광군 내 동부콩 생산량은 작년 90톤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영광 모싯잎송편의 지리적 표시는 이렇듯 산-학-관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 ‘트리플 헬릭스(Triple Helix)’의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왼쪽부터)영광에서 생산되는 동부콩과 미얀마산 동부콩 비교 사진, 모싯잎송편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모싯잎.

영광 모싯잎송편은 지역 내 다수의 원료를 사용한 가공식품 중 최초로 지리적 표시제 인증을 받은 것이다. 지금까지는 ‘상주 곶감’과 ‘순창 고추장’ 등 하나의 재료로만 만들어진 가공제품만이 인증을 받아왔다. 그에 반해 영광 모싯잎송편은 쌀, 모싯잎, 동부콩이라는 지역 향토자원으로 만든 지역 가공식품이라는 것.

신 대표는 “모싯잎송편의 인기와 이번 지리적 표시제 인증으로 지역 내 일자리가 늘어나고 역동적으로 변화했다”며 “모싯잎송편 관련 재료를 생산하는 농가와 상품을 판매하는 골목 시장이 생겨나 언제나 북적댄다”며 자랑했다.

이에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니스랩 문정훈 교수는 “농식품의 발전으로 인구와 역동성이 증가하고 재료 생산농가, 업체 등을 비롯한 관련 산업이 형성되는 지역 클러스터(cluster)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며 “영광 모싯잎송편은 경쟁우위를 가지게 되는 지역 혁신의 선진 사례”라고 평가했다.

영광 모싯잎송편은 앞으로 대형마트,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와 입점 계약을 체결하고 온라인 쇼핑몰을 활성화해 수도권 등지로 배송하는 등 사업영역을 더욱 확장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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