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시장 ´검은콩´ 약효에 ´중국산´ 찬물
우유시장 ´검은콩´ 약효에 ´중국산´ 찬물
  • 김은수 기자
  • 승인 2003.10.10 2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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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업체 원료납품사 비도덕행위 법적 대응 움직임

국산 검은 콩만 사용했다고 표기 및 광고해 온 제품에 중국산이 혼입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검은콩 우유’로 모처럼 활기를 띠던 관련 시장이 다시 위축되지 않을까 유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 7일 중국산 검은 콩 농축액을 국내산으로 속여 납품한 혐의로 식품임 가공업체인 백경 대표 김모(39) 씨가 구속되자 여기서 농축액을 공급받아 사용해 온 B, H, L, N, Y사는 물론 유업계 전체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아직 업체별 전체 매출에서 검은 콩 우유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지만 지금껏 성장세를 감안, 향후 실적까지 고려한다면 그 피해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청이 제품에 중국산 검은 콩이 혼입됐다고 밝힌 업체들은 자신들이야말로 ‘선의의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대표적인 L사의 경우 원료 공급 업체인 아로마상사가 국내산 검은 콩을 수매할 때마다 농협중앙회 식품연구소의 검사서를 근거로 국내 원산지 증명서를 확인하고 있는데도 임가공 업체의 비도덕적 행위로 인해 자사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최초로 검은콩 우유를 개발, 침체된 우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L사는 제품 개발 초기부터 100% 국내산만을 사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외주 관리 차원에서 백경을 상대로 월 2회에 걸친 현장 조사까지 벌여 왔는데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며 법적으로 대응, 반드시 명예 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현재 검은 콩 원액 생산 업체를 MSC로 교체했다.

L사 관계자는 “물론 외주 업체에서 발생한 일이지만 소비자들에게 송구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그룹 산하 수십 개 계열사들의 명예까지 실추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고의로 중국산을 혼입했겠느냐”며 결백을 강조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경찰 발표 이후 대다수 유통 업체들이 관련 제품의 판매를 꺼리고 있어 무엇보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득 작업이 급선무라며 아직도 변함 없이 국내산 검은 콩 100%만 사용해 제품을 만들고 있음을 강조하는 대대적 광고 활동을 펼쳐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검은콩 두유를 판매해 온 N사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농협에서 직접 국산 검은 콩을 수매해 진성F&B에 공급, 다시 우일음료가 이를 납품받아 제품을 생산해 온 만큼 자사는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N사 관계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자사 직원을 협력업체로 파견해 조사할 만큼 관리에도 남부끄럽지 않지만 OEM 업체의 비도덕적 행태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업체들도 그 불똥이 자사 제품에까지 튈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실제로 적발 업체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사용된 이니셜과 같은 모 업체는 덩달아 매출이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서울우유의 경우 강원도 영월의 서남농협과 전북 부안농협으로부터 수매한 검은 콩을 이용해 충북인삼농협이 농축한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며 원산지 증명을 확보하고 있다는 내용의 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하기도 했다.

한편 제조 업체들이 중국산 검은 콩이 혼합됐음을 알고도 납품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적발 업체 모두 무혐의로 일단락될 전망이다.

경찰청 외사3과의 박성진 부장은 “우유 제조 업체들이 중국산 혼입 여부를 알고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공급 업체와 납품받은 업체 양측이 모두 부정하고 있어 무혐의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며 “그러나 다른 업체 제품들에 대한 중국산 혼입 여부에 대해서는 확대 수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입산 검은 콩 사용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국산 검은 콩 수확량으로는 우유뿐만 아니라 제과 장류 등 전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는 ‘검은 콩 신드롬’에 부응하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불구, ‘수입산’이라면 무조건 꺼리는 소비 심리가 이같은 사태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자급자족은 어려운 상황에서 일단 품질이 인정된 수입산 원료에 대해서는 소비자들도 어느 정도 인정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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