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설록차´ 허위표시 논란
태평양 ´설록차´ 허위표시 논란
  • 김은수 기자
  • 승인 2003.10.23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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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찻잎 사용하면서 국산인양 오도

태평양이 제조 판매하고 있는 ´설록차´ 브랜드의 녹차 제품이 회사측에서 표방하는 내용과 상당 부분 달라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태평양은 ´눈덮인 한라산 다원에서 생산된 깨끗한 녹차´란 의미의 설록차(雪綠茶) 브랜드로 자사 제품만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국내 녹차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에서 내놓고 있는 설록차 티백 제품의 경우 실제로는 전남 강진의 월출산 다원 등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녹차잎을 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미를 섞은 현미 녹차는 전체 녹차 함량 40%중 30%를 중국산으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평양은 이들 제품 포장에 버젓이 ´설록차´ 표기를 하고 있으며 인쇄 매체를 이용한 광고에서도 ´천혜의 명차 재배지인 눈 덮인 한라산에서 자라 눈처럼 맑고 깨끗한 녹차란 의미의 설록차는 까따롭게, 제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일반 녹차와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현미와 녹차 비율이 6 대 4로 녹차라기보다는 현미차(?)에 가까운 ´현미녹차´의 경우 녹차 함량 중 국산비율이 10%에 불과한 데다 중국산과 섞어 사용하는데도 제품 포장에 설록차란 표기와 함께 한라산 다원 사진과 설명을 게재해 마치 제품의 원료를 모두 제주산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태평양은 또 ´현미녹차, 설록차인지 확인하셨나요?´란 문구로 경쟁사 제품에 대한 우월성을 은근히 비교하는 광고도 집행한 바 있으며 설록차 홈페이지(www.sulloc.co.kr)를 통해 ´자연이 준 천혜의 차 재배지, 한라산 다원에서 갓 따온 어린 차잎으로 만든 현미녹차는 오직 설록차 현미녹차뿐이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제품 구입 전부터 ‘설록차’를 제주 한라산 녹차라고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록차 브랜드가 붙어 있는 제품을 굳이 원산지까지 살펴보고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교묘히 이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연맹 이향기 실장은 “현물에 중국산 사용을 표기하고 있더라도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원산지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만큼 홈페이지상의 이런 표기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홈페이지에도 중국산 원료를 사용했음을 명확하게 표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시 광고과의 김수주 주사는 “광고 내용 및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따라 처벌 경중만 달라질 뿐 소비자 오인성이 있다면 허위 광고임에 틀림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태평양 건강사업본부의 한 관계자는 “만약 홈페이지상에 소비자의 오인 여지가 있다면 수정할 용의가 있다”며 “솔직히 직영으로 재배하긴 하지만 중국산에 대한 국내 인식이 안 좋은 만큼 중국산 녹차 사용을 일부러 노출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태평양 홍보실 관계자는 “물론 ‘설록차’ 브랜드가 지어진 초창기에는 ‘국산’이라는 의미였지만 최근에는 딱히 그런 뜻보다 모(母) 브랜드 개념이 강하다”며 “현미녹차가 태평양 녹차의 대표 브랜드 ‘설록차’의 산하 제품이기 때문에 제품에 모브랜드를 표기한다고 해도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 6월 CJ가 합성보존제 소르빈산과 안식향산을 사용한 스파게티 제품을 자사 홈페이지에서 ‘무방부제’라고 소개했다가 식약청으로부터 ‘허위 표시’로 적발된 경우와 최근 중국산 검은콩 농축액을 사용하고도 국산콩만 사용했다고 표기한 일부 우유 생산업체들이 경찰청에 적발된 사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다운 올바른 정보 제공 자세가 아쉽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김현옥 기자(hykim996@thinkf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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