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원료로 만든 ‘저급 고추장’ 논란
값싼 원료로 만든 ‘저급 고추장’ 논란
  • 이은용 기자
  • 승인 2018.05.02 0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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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줏가루 대신 밀가루·탈지대두분 등 섞어
식품공전에 대두 함량 설정 목소리 고조

밀가루와 탈지대두분 등 값싼 원재료를 다량으로 섞어 만든 ‘저급 고추장’이 버젓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일부 대기업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어 장류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를 감시하고 방지해야 할 정부가 식품의 다양성이라는 명분 아래 식품공전(식품의 위생과 안전을 위해 품질규격을 정한 정부고시)에서 주원료인 메줏가루 등을 사용하는 규정을 삭제, 현재 사태를 키웠다.

식품당국은 식품공전 상 시험·검사성적서 항목에서 단백질 함유량이 35% 이하인 제품에 대해서는 판매할 수 없게 법으로 규제를 해왔지만 식품공전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이 조항을 빼면서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어 업체들이 저렴한 밀가루와 탈지대두분을 이용해 저급 고추장을 만들 수 있게 된 것.

고추장의 정통적 의미는 메줏가루에 질게 지은 밥이나 떡가루 또는 되게 쑨 죽을 버무리고 고춧가루와 소금을 섞어 만든 장을 의미한다. 하지만 식품공전 개정으로 인해 정작 현장에선 업체들이 고가의 메줏가루나 쌀 등을 이용하지 않고 저가의 밀가루와 탈지대두분을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 고추장 고유의 맛과 품질을 지금은 느낄 수 없게 됐다는 점에서 소비자 피해 등이 우려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저급 고추장을 일부 대기업들이 원가절감을 목적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용량 포장으로 영세한 식당 등에 주로 납품·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이들 업체를 제제할 법적 구속력이 없어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선 대두 함량 기준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가의 밀가루와 탈지대두분을 넣어 품질과 맛이 떨어진 저급 고추장이 버젓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어 정통방식으로 제대로 된 재료를 이용해 고추장을 만드는 선량한 업체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일부 대기업들 마저 원가절감을 이유로 고추장 품질을 저하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는 만큼 정부가 다시 식품공전을 원래대로 되돌려 악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품질 규격을 없앤 탓에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어 선량한 기업들의 피해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런 식으로 고추장을 제조하도록 방치한다면 소비자를 기만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 이상 선량한 업체와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식품공전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식품 당국에서는 식품의 다양성 측면을 강조하며 식품공전을 개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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