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 올라오는‘PB’…식품 업계 “신경 쓰이네”
치고 올라오는‘PB’…식품 업계 “신경 쓰이네”
  • 김승권 기자
  • 승인 2018.07.24 0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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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슨코리아 조사서 20% 넘어…선진국보다 낮지만 영향력 상승 중

피코크, 유어스, 노브랜드 등 PB제품의 매출 상승폭이 갈수록 커지며 기존 식품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싼가격을 내세우는 탓에 식품 안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한국 식품 분야 작년 PB제품 침투율은 20%를 넘어섰다. 스위스(54%)나 유럽 전체(38%)에 비하면 아직 낮지만 유통업체 매출에서 PB제품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마트의 PB인 피코크와 노브랜드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정용진 부사장의 핵심사업인 피코크는 작년 약 1000종의 라인업으로 24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HMR 분야의 중위권 식품업계 수준으로 성장했다. 올 상반기엔 AK플라자 등 다른 유통망에도 입점했고 9월부터는 피코크 전문매장을 열어 이마트 울타리를 벗어나 단독 브랜드로 키운다는 것이 정 부회장의 계획이다.

2015년에 런칭한 노브랜드는 3년 만에 식품만 450여 가지로 늘며 몸집이 커졌다. 작년 매출은 2900억 원(가전 포함, 편의점 제외)이다. 특히 상승폭이 높은 것은 과자류다. 전체 노브랜드 제품 중 3위(버터쿠키), 6위(자색고구마칩), 8위(감자칩 샤워크림&어니언)가 스낵류에서 나왔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마트 ‘피코크’ 매출 2400억…HMR 부문서 중위권
노브랜드 상품 3년 만에 450여 종…과자 등 판매 쑥쑥

◇피코크, 유어스, 노브랜드 등 작년 PB제품 비중이 20%에 달하며 식품업체들의 수익 구조를 위협하고 있다.
◇피코크, 유어스, 노브랜드 등 작년 PB제품 비중이 20%에 달하며 식품업체들의 수익 구조를 위협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PB 제품 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CU와 GS25, 세븐일레븐의 PB 상품 매출 비중은 전체 제품의 30%로 증가했다. 작년 매출 신장률은 GS25가 42%에 달하고, 세븐일레븐이 36%, CU가 19% 가량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과업계는 PB 과자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존 시장에 큰 타격을 주는 수준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실제 노브랜드 상위 제품과 비슷한 제과업계 1위 NB제품 매출을 비교해 본 결과, 기존 NB제품 매출 하락세는 5억~10억 안팎이었다. 이정도 등락은 마케팅과 이슈에 대한 정상적인 등락폭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PB 상품은 큰 판촉비 없이 유통업체의 지원으로 NB보다 매대 선점에서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에는 유통업체들이 NB업체로 끌어들이려 하는데 한 업체가 시작하면 기존 제과 업체도 서로 가격 경쟁만 하게 돼 일본처럼 유통회사가 ‘슈퍼 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PB시장은 2016년 약 3조 엔을 넘어서며 유통업체들이 교섭력 우위를 점한지 오래다. 일본 최대 편의점 채널인 ‘세븐 일레븐’은 일류 제조업체들을 PB 파트너로 포섭했다. 코카콜라나 산토리가 세븐일레븐을 위한 PB 캔 커피를 만들고 있고 기린도 PB 맥주를 만들고 있다. 현재 일본 세븐일레븐 50%의 매출이 PB에서 창출되고 있다는 것이 세븐일레븐 관계자의 설명이다. 

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PB 상품도 30%
“가격 경쟁력에 치중 식품안전 문제엔 소홀” 지적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가격 경쟁력에 방점을 찍는 PB 제품이 많다보니 식품 안전 문제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있다. 피코크와 노브랜드는 작년 식약처에게 적발돼 총 4건의 시정명령을 받았다. 모두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에서 OEM 생산한 제품이다.  

이마트가 태국 CP사와 공동 개발해 수입 판매한 피코크 ‘새우완탕스프 위드 누들’에서는 이물질이 발견됐고, 인도네시아 메가 글로벌푸드사가 생산한 버터쿠키에서는 작년 9월, 11월 연이어 벌레와 실이 나와 충격을 줬다. 해당 업체는 식품위생법 제7조 4항에 의거해 지난 1월 식품 안전당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일본은 거의 모든 유통업체들이 PB를 운영하고 있고, 그 적용 품목도 거의 모든 제품에 해당될 정도로 질적 양적 모든 부분에서 시장이 발달했다”며 “한국 또한 PB 시장을 싼 저가 시장 중심으로 키울 것이 아니라 괜찮은 제품을 만드는 중소기업과 윈윈하는 구조로 만들어야 일본과 다른 전처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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