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 대란…업종별로 희비 교차
육류 대란…업종별로 희비 교차
  • 김은수 기자
  • 승인 2004.02.10 0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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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가공·외식 업계 매출 큰 타격
콩·수산제품 대체수요 몰려 호황

육류대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식품업계는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광우병에 이어 조류독감, 돼지 콜레라까지 잇따른 악재가 터져 나오면서 육가공, 외식업계 등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반면 육류 대체 식품을 생산하는 일부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특히 두부 등 콩 가공 제품과 참치 등 수산 가공 제품들이 육가공품을 대체하면서 관련 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기 침체와 ‘웰빙’ 붐 역시 소비자들의 육류 외면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실제로 농림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육류 소비는 외환 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 육가공 울고,콩·수산가공 웃고

육류 파동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히는 회사는 생식품 전문 업체인 풀무원. 풀무원은 지난해 3ㆍ4분기 기준 1750억원 규모의 포장 두부 시장에서 75.3%를, 630억원 규모의 포장 콩나물 시장에서 50.2%의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교보증권의 박종렬 연구원은 “풀무원의 주력 제품군인 두부와 콩나물의 수요가 최근 조류 독감 및 광우병 파동으로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금년 들어 두부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증가했고 콩나물도 10~20%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현재 풀무원의 두부 및 콩나물 매출은 전체의 45.6%에 달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번 파동은 전체 매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풀무원은 지난해 생산을 중단했던 ‘검은콩 두부’를 재출시하는 한편, ‘에브리데이 두부’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섰다.

동원수산 대림수산 오양수산 등과 함께 육류 파동 수혜주로 꼽혔던 동원F&B 역시 참치캔 매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반사이익 대열에 동참했다. 특히 미국발 광우병 파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에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 전년 동기 대비 10% 성장세를 보였으며 설 대목이 있었던 1월 선물 세트 판매도 전년 대비 14% 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육가공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가금류 가공 업계의 경우 조류독감이 전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됨에 따라 부도 업체가 등장할 정도로 피해가 막심한 실정이다.

닭고기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하림의 한 관계자는 “최근 태국산 닭고기 수입이 금지되면서 국내산으로 대체되고 있지만 줄어든 전체 매출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하림은 이에 대응해 열을 가해 조리한 닭고기는 안전하다는 점과 HACCP 등 자체 위생 및 방역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자사의 익산, 임실 농장에선 조류독감이 발병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롯데햄ㆍ우유 역시 시장 선두 업체인 데다 육가공 및 식육 부문의 매출이 전체의 65%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아 타격이 큰 편이다. 실제로 육가공 부문에서만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만 전년 동기 대비 10%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햄ㆍ우유 관계자는 “소비 심리 자체가 모든 육류를 기피하고 있어 돈육 비중이 큰 자사 매출도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계육 등과는 달리 별다른 대응책이 없어 관망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대신경제연구소의 박재홍 연구원은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육류 파동까지 겹치면서 양계 및 축우 관련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풀무원 CJ 등 생식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웰빙 영향까지 더해 수혜를 입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하림이나 마니커 등도 거래처 기업당 매출은 감소한 대신 태국산 수요를 대체, 전체 거래처는 늘고 있어 기업가치 측면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급식 업계·기내식에도 여파

소·닭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단체급식 업계에도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광우병 발생 소식이 전해진 직후 미국산 소고기 사용은 전면 중지되고 호주 및 뉴질랜드산으로 대체 공급되고 있다. 닭고기나 계란의 경우 고온에서 익혀 먹으면 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꺼려해 아예 메뉴에서 배제되는 실정이다. 돼지고기나 수산물을 이용한 메뉴 개발도 한창이다.

CJ푸드시스템은 단체급식용으로 확보해 두었던 소고기의 대부분이 호주산과 뉴질랜드산으로 미국산 소고기의 재고 처리 부담은 없다고 밝혔다. 닭고기 역시 국내산 냉장 계육 의존도가 높아 비축에 대한 우려는 없다는 것. 그러나 수입이든 국내산이든 닭고기 전체 수요량 감소로 발주가 거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산 우육이 계속적으로 수입 금지될 경우 호주, 뉴질랜드산 우육의 품귀 현상이 빚어져 가격이 대폭 상승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으며 그럴 경우 쇠고기가 단체급식 재료로 사용되는 비중은 상당 부분 줄어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세계푸드시스템의 경우 돼지고기나 수산물 등으로 구성된 메뉴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 사태 발생 이후 꽁치나 고등어 등 등 푸른 생선 중심으로 메뉴를 구성하고 있으나 이 역시 지난해 수온 상승으로 어획량이 줄어든 데다 부산 지역 수산 업체들의 잇따른 부도로 공급이 쉽지 않는 등 예전보다 한정된 재료로 메뉴를 구성하다 보니 애로가 따른다고 메뉴 개발 담당자는 호소했다. 대체 상품으로 생선류의 소비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급식 업계의 원가 부담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회사측은 덧붙였다.

아워홈은 급식용 소고기의 경우 원래부터 뉴질랜드산을 사용하고 있으며 닭 역시 검역 절차를 확실히 거친 제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 요소를 감안해 돼지고기, 수산물로 주메뉴를 대체해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최근 소·닭고기 대체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있는 참치를 활용한 프리미엄급 삼각김밥을 출시하기도 했다.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철도청 등 비행기 및 열차 내 식사를 공급하고 있는 전담 부서 및 업체도 메뉴를 소·닭고기에서 해산물로 전격 교체했다.

대한항공 기내식을 전담하고 있는 푸드앤베버리지 사업부는 광우병 발생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뉴질랜드산 소고기로 메뉴를 제공하고 있으며 치 킨메뉴는 아예 중단했다고 밝혔다. 항공사의 특성상 미주산을 직접 수입해 다량으로 사용해 왔으나 현재는 전량 뉴질랜드산으로 교체했으며 하림으로부터 공급받던 계육은 예전의 10% 수준으로 줄여 해외 항공사에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은 “종전엔 치킨, 소고기, 생선 등 3가지를 주메뉴로 했으나 치킨을 제외한 현 상황에선 생선 메뉴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열차 내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도시락을 공급하고 있는 서울 프라자호텔은 레스토랑의 경우 안심 스테이크와 로스트 비프 등이 제공되는 코스 요리가 예약 주문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현재 예약이 끊긴 상태라고 밝혔다. 도시락 메뉴를 담당하고 있는 박영균 주방장은 “소고기 장조림은 호주산을 사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나 닭· 소고기를 꺼려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고급 야채류의 밑반찬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소고기의 경우 호주산이나 뉴질랜드산으로 대체해 쓰고 있고 닭 관련 메뉴도 중단하고 있어 지금은 오히려 안전한 상황”이라며 “광우병과 조류독감에 대한 우려가 누그러들면 비축돼 있던 미국산 소고기가 헐값에 풀려 나와 일부에선 싼 값에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제품을 조리에 사용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앞으로를 더욱 걱정했다.

■ 외식업계 돈육·해산물 메뉴 개발

최근 잠잠하던 조류독감이 국내의 최초발생지에서 재차 발생하고 태국 베트남 등에서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피해보도가 연일 계속되자 외식업체들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BBQ, 닭읽는 마을 등을 운영하는 닭고기 프랜차이즈업체인 제너시스 김태천 사장은 “조류독감 인플루엔자가 75℃ 이상에서는 사멸하고 WTO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음식을 통해 감염된 사람이 없다고 보고되는데 언론에서 연일 사망자수 등 자극적인 내용만 보도해 피해가 더 크다”며 대체메뉴의 개발보다는 식품에서 조류독감의 무해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KFC는 원료 닭으로 국내산 하림제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매출급감을 고려해 본사차원의 대체메뉴 개발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리아는 태국산 닭고기 사용을 중단하고 국내산 닭고기로 대체하는 한편, 돼지고기를 이용한 ‘호밀빵웰빙버거’ 등 건강메뉴와 ‘새우버거’ ‘홍게스틱’ 등 해산물관련 메뉴의 판촉에 주력하고 있다. 원료 닭고기 100%를 태국에서 수입하던 한국맥도날드도 정부의 태국산 닭고기 수입금지 조치에 따라 닭고기 공급라인을 바꾸고 사태가 장기화 될 것을 우려, 공급망을 다양화한다는 계획이다.

놀부는 조류독감 후 유황오리 매출이 30%이상급락하자 기존 유황오리 진흙구이가마에 돼지고기를 바비큐로 굽는 메뉴를 개발하고 돼지갈비와 삼겹살구이를 주메뉴로 내건 ‘놀부한판석쇠구이’체인을 추가했다.

업계관계자는 “조류독감 파동이 이대로 지속되다가는 양계농장부터 유통가공, 외식업체까지 모두 파산할 지경이다”며 “조류독감의 원인과 발생경로 등은 물론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은 괜찮다는 정부의 대국민 홍보노력 부족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김은수 기자(eskim@thinkfood.co.kr)
-이지현 기자(sam9304@thinkfood.co.kr)
-김양희 기자(yang275@thinkf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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