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가격 전반적 인상 속 라면만 제자리…왜?
식품 가격 전반적 인상 속 라면만 제자리…왜?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1.03.02 0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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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서민 음식 소비자 가격 저항…오뚜기 자진 철회
팜유·맥분 등 원재료 상승세 지속되면 하반기엔 불가피

오뚜기가 라면 값 인상 닷새 만에 자진 철회했다.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서민물가 안정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옥죄기 정책에 의해 가격 인상 철회를 한 경우는 있었으나 자진 철회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갈수록 커지는 소비자들의 입김이 작용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대표적인 서민음식인 라면은 소비자들의 가격저항이 어떠한 품목보다 심하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생활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국민 대표 먹을거리인 라면 값까지 오르는 것에 대해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이는 결국 오뚜기의 백기투항을 받아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뚜기의 이번 라면 값 인상 자진 철회는 갈수록 커지는 소비자들의 입김이 작용된 것으로, 이는 많은 부분을 시사한다. 향후 식품업계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의 눈치를 살피며 올리는 일들이 빈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팜유, 맥분 등 주원료 값 인상으로 인한 원가 압박에도 가격 인상에 실패한 라면업계가 하반기에는 가격을 인상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사진=식품음료신문)
△팜유, 맥분 등 주원료 값 인상으로 인한 원가 압박에도 가격 인상에 실패한 라면업계가 하반기에는 가격을 인상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사진=식품음료신문)

사실 올 초부터 대부분 식품들의 가격이 올랐다. 풀무원은 두부와 콩나물 가격을 10%가량 인상했고, 동원F&B와 샘표는 반찬용 통조림 캔 제품을 각각 13%, 35% 올렸다. CJ제일제당과 오뚜기도 즉석밥 가격을 7~8% 인상했고, 코카콜라와 롯데칠성음료도 탄산음료의 가격을 7%가량 올렸다. 특히 라면 값 인상에 실패한 오뚜기는 상품죽, 컵밥, 캔참치 등의 가격을 일제히 올리고 있다.

또 내달 정부가 맥주와 막걸리에 붙는 주세를 개편하면 술값도 오를 가능성이 높고, 오는 8월부터는 우유 원유 가격도 ℓ당 1034원에서 1055원으로 21원(2.3%) 오를 예정이다.

식품산업 전반적인 가격 상승에 라면만 제외된 셈이다. 그리고 선봉장으로 나선 오뚜기의 실패로 끝난 가격 인상의 난은 라면업계 전체 엄청난 파장을 미치고 있다. 본지 취재결과 농심, 삼양식품, 팔도 등 타 라면업계는 (가격을)올려야 하는 요인은 있지만 당분간 가격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오뚜기는 2008년, 농심은 2016년, 삼양식품은 2017년, 팔도는 2018년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가격이 동결 상태다. 하지만 갈수록 치솟는 원·부재료 값 인상에 따른 원가 압박이 한계점에 달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실제 라면의 주재료인 팜유와 맥분의 경우 가격인상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팜유는 지난 2017년 kg당 1080원에서 올해 1월 기준 1175원으로 10%가량 상승했고, 맥분은 2017년과 비교해 5% 하락했지만 작년 8월부터 밀 작황이 나빠져 일부 국가에서 수출 쿼터를 시행하는 등 상반기 중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소비자 반발이 크지만 상반기에도 라면 원·부재료 가격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하반기부터는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라면업계 한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어느 정도 상승할 경우 원료 구매처를 다변화하고, 물류비 최소화 등 자구책을 추진하겠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강세를 보이고 있는 원재료 값 상승세가 꺾일 것 같지 않아 하반기에는 원가 압박에 본격적으로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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