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위기의 유가공 구원 투수로 나선 이창범 한국유가공협회장
[인터뷰] 위기의 유가공 구원 투수로 나선 이창범 한국유가공협회장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1.04.06 0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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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공 불합리한 제도 개선 통한 경영 정상화 이루어야 산업 발전”
시장 원리와 동떨어져 작동…이익 내는 구조로 바뀌어야 낙농가와 상생 가능

현재 국내 유가공 산업은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다. 저출산·고령화의 가속화와 FTA 등으로 국산 원유 사용이 줄어드는 가운데 코로나19로 학교 우유급식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원유 수급 불균형 문제가 더욱 심화됐다. 경영악화가 가속화될 위기에 놓인 유업체들은 원유계약량 감축에 더불어 가격 출혈경쟁에 돌입했다. 이 위기들을 헤쳐 나가기 위해 유업체들의 목소리를 한 데로 모을 협회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는 가운데 4년간 낙농 진흥회 회장직을 역임한 이창범 회장이 한국 유가공협회의 신임 회장으로 입성, 향후 그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회장은 1984년부터 농식품부 재정기획관, 식량정책단장, 축산정책관, 농산물품질관리원장 등 공직생활을 지낸 뒤 2017년부터 4년째 낙농진흥회 회장직을 역임해 낙농가-유업체-정부를 연결한 밀접한 소통과 제도 개선에 앞장설 것으로 기대되는 바다. 본지 인터뷰를 통해 이창범 회장의 향후 포부와 협회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들어봤다.


협회장님의 경륜에 대한 회원사들의 기대가 매우 크다. 협회장으로서 앞으로의 포부는?


A. 협회장에 취임하고 회원사들과 대화하다 보니 유가공산업의 어려움 극복을 위해 저와 협회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만큼 유가공업계가 힘들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현재 유가공 산업은 대내외적인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과 힘든 시국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FTA 개방 및 관세 철폐에 따라 경쟁력 있는 해외 유제품 소비 증가로 국산 유제품 판매 저하, 원유 가격 연동제에 따른 지속적인 원유 가격 인상, 온난화에 따른 원유 생산량 증가로 잉여원유 증가 등에 따른 유가공 업체의 경영 악화 등 어려움은 지속적으로 가중되고 있다.

이 밖에도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어 앞으로 이런 문제들을 하나하나 차분히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 한번 만들어진 제도는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더더욱 없다. 유가공 산업이 조속히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이루어지고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될 수 있도록, 회원사 및 관련 단체와 다양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조속히 사업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취임 후 협회장으로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를 꼽는다면?


A. 유가공 산업의 가장 큰 선결과제는 원유 가격 제도의 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 정부 및 각 이해관계 단체에서 이런 문제점을 서로 인식하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서로 간의 입장 차로 인해 쉽게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들이다.

첫 번째로는 원유 기본가격 인하를 들 수 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원유 가격은 리터당 작년 기준 1080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국산 원유 유제품은 수입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있다. 그럼에도 현행 원유 가격연동제로 인해 이러한 격차는 점점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원유 가격 제도 개선을 통해 수입의존도를 줄이고 국산 원유의 사용량 증대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통해 국산 가공 유제품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국내/외 신규 시장 개척, 소비자 후생 기여 및 낙농 유가공 산업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원유의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생산자-가공 업체 간의 도입 방식을 놓고 수년간 공방이 있었던 제도다. 가공용으로 사용되는 원료유에 국제 유제품 시세를 적용함으로써 국산 유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합리적인 방안을 놓고 양측의 합의가 필요하다.

생산자의 입장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위해서는 낙농가의 생산권 보장을 위한 생산자 중심의 한국형 집유 및 우유 판매 조직(MMB, Milk Marketing Board) 설치로 생산 자율권을 갖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 중이다. 양측의 의견을 수렴해 곧 합의의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세 번째로는 학교 우유급식 단가의 현실화다. 현재 우유급식 제품은 200ml 제품 기준 380원으로 시중 판매 가격의 절반 수준에 해당하는 비현실적인 단가로 납품되고 있어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무엇보다도 학교 우유급식 단가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우선 무상 우유급식 단가 인상이 시급하다. 무상 우유급식 단가가 제도 도입 이후 8년간 동결돼 지금까지 왔다.

수요와 무관한 원유 가격 연동·쿼터제 업계에 부담
시중 가격 절반인‘학교 우유급식’단가 현실화 시급
용도별 차등 가격제 도입돼야 국산 유제품 경쟁력


몇 개월 후면 원유가격이 인상된다. 현재의 낙농 정책과 제도가 매우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회장님의 견해는?


A. 8월부터 원유기준가격이 리터당 21원 인상된다. 가뜩이나 어려운 유가공 회사들에게 올 8월은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낙농가는 원유가격연동제로 가격을 보장받고 있으며, 쿼터제로 인해 시장 수급상황과 관계없이 생산원유량을 모두 유업체가 사들여야 한다. 그로 인한 부담은 모두가 유업체가 떠안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시장수급에 의해 가격과 생산량이 정해지는 시장원리에도 맞지 않는 부분이다. 소비가 줄면 생산도 줄어야 하지만 쿼터제로 인해 생산량은 줄지 않고 있다. 누가 보아도 불합리한 제도다.

생산자 측에서는 낙농산업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반문하지만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로 정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낙농 유가공산업에 있어서 생산 농민과 유가공회사 모두 중요한 한 축으로 상생하고 공존해야 한다.

지금까지 서로 간의 입장 차로 인해 대화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서로 간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가공협회장으로써 대척점에 있는 낙농가들과의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 간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현재 진행 중인 원유 가격 제도 개선 TF 및 소위원회와 각 단체 이사회 등에 적극 참여해서 자주 만나고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유 소비가 둔화되면서 회원사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상당수 회원사들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종적으로 원유 소비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한 협회 대응 방안은?


A. 코로나19 사태로 정상적인 등교가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시유의 큰 소비처인 학교우유급식 물량이 잉여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이에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일부 업체에서는 멸균유로 가공해 시장에 밀어내기도 하고, 분유로 가공하고, 연중 할인행사를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유업체 경영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협회에서는 국내 소비 확대를 위해 올해 해외 공동마케팅 사업비의 일부를 국내 소비 확대 및 수급 안정을 위한 사업으로 전환 사용을 계획하고 있으며, 소비활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계획해 추진코자 한다. 이를 통해 제품 소비 캠페인 활동, 온라인 마케팅 및 소비 활동, 기타 음식 콜라보를 통한 소비 활동 등을 기획하고 있다.

FTA 시대 글로벌 업체 맞서 체력 키우고 해외 나가야
수출 분과협의회 신설 비관세장벽 등 애로 적극 해결
공동 마케팅 사업비 일부 국내 소비 진작에 지원 모색


유가공산업의 진흥·육성을 위해 평소에 갖고 계신 견해가 있다면?


A. 먼저 유가공업체들이 이익을 낼 수 있는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유업체들은 현행 시스템에서 전통적인 유가공만으로는 쉽게 이익을 낼 수가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낙농산업의 모든 제도들이 자유시장원리와는 무관하게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공업체가 유가공 제품에서 이익을 낼 수 없다면 향후 우리나라 낙농·유가공산업은 더욱 암담해 질 수 밖에 없다. 기업이 돈을 벌어야 R&D에 돈을 쓰고 시설투자도 할 수 있다. R&D와 시설투자 없이 산업이 성장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기업이 유가공 시장에서 이익이 날 수 있는 구조로 제도를 바뀌어야 향후 산업이 성장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유가공 산업이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선 현행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유가공 업체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만들어져 있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서 산업이 어려움을 타개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유가공업체들도 수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책 지원은 물론이려니와 경쟁국에 대한 정보 공유 등이 필요하다. 협회의 지원방안은?


A. 국내 시장의 소비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수출을 통해 소비확대를 이루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제가 됐다. 협회에서는 2014년도부터 정부와 같이 해외공동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이러한 노력은 유제품 수출에 마중물 역할을 해서 많은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생각한다. 국내 시장이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인 해외 수출로 시장을 키워나가야 한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지금보다 더욱 많은 지원을 통해 유가공업체의 수출활동을 지원하려고 한다.

또한 현재 비관세장벽에 의해 수출이 지연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금년부터 협회에서는 수출 분과협의회를 신설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하려고 한다. 수출 분과위를 통해 수출의 문제점을 발굴하고 정부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올해 중점사업으로 정부에서 추진 중인 수출 통합조직에 유가공 분야도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코자 한다. 향후 좀 더 체계적인 유제품 수출활동을 하기 위해 유가공 수출 통합조직을 설립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현재 우리 유가공산업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 2026년이면 주요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없어지면서 수입유제품은 물밀듯이 밀려올 것이 예상된다. 이런 어려운 형국에 글로벌 유가공 기업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낙농·유가공산업의 체질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유가공협회는 국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가 유가공산업이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낙농가가 유가공 업계의 어려움을 깊이 이해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회원사의 변함없는 지지와 협력을 기대하며 항상 열심히 일하는 협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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