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유업체, 코로나 시장서 줄줄이 도산 위기…해결책은?
중소 유업체, 코로나 시장서 줄줄이 도산 위기…해결책은?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1.06.28 0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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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소비 감소 속 대형 업체 할인 판매·PB 진출로 새우등
매출 줄고 영업이익 감소…잉여유 처리 등 정부 대책 바라

코로나19로 늘어난 잉여유(乳) 처리와 대형사의 가격 출혈 경쟁으로 중소 유업체의 살 길 찾기가 더욱 시급해졌다. 코로나19와 기후 여건 등으로 올해 초부터 수급불안 상황이 지속됐고 대형 유업체의 지속적인 할인행사 전개로 중소형 업체들의 매출 부진이 가중된 것.

낙농업계는 지속적인 우유 소비 감소로 최근 몇 년간 어려움을 겪어왔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2019년 1인당 연간 우유소비량은 33kg으로 △2016년 32.7kg △2017년 33.1kg △2018년 33.1kg에 비해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또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 확산된 작년 3월부터 연말까지는 전년 같은 기간의 3.8% 감소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감소하는 우유 소비량에 잉여유 처리의 어려움에 겪는 유가공 업계의 원유계약량 감축 요구도 꾸준했다. 이는 경영난이 심각한 중소 유업체들에게서 두드러지고 있다. 낙농진흥회와 계약 중인 중소 유업체들은 원유공급계약을 해지하거나 감축을 요청했으며, 그 양은 전체 계약량의 9.4%이나 협의를 이어간 끝에 2.3% 감축된 물량으로 계약을 유지시킨 바 있다. 낙농진흥회의 작년 중소 유업체 계약 공급량은 전년대비 2.3% 감소한 45만1000톤으로 지난 10년간 평균 계약 공급량 46만9000톤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량이 줄자 낙농진흥회의 올해 잉여원유량은 4만3000톤으로 예측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잉여유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멸균유 생산을 늘리거나 우유 가격할인(덤핑)판매, 끼워팔기 등 공격적인 할인행사로 재고소진에 나섰으나 ‘제 살 깎아먹기’ 경쟁에 참여하기 힘든 중소업체들은 수급불안이 커졌다. 오는 8월 1일부터 우유 원유 가격이 1L당 21원 인상되면서 그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원유 가격은 기존 926원에서 947원으로 2.3% 인상하는 셈이며, 인상 폭은 3년 전인 2018년(1L당 4원)보다 5배에 달한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로 시음 행사와 오프라인 판촉 행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업체 P사의 작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8.2% 감소한 1877억9370만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27.5% 늘어난 113억4064만원을 기록했다. 또 지방 유업체 B사는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10억여 원이 줄어든 1812억9206만여 원, 영업이익은 261억8200만여 원으로 전년 대비 24억8300만원가량 줄었다. 이들 중 한 업체는 코로나19로 소비 저하와 이로 인한 타 유업체들의 할인 판매로 매출이 전년 대비 6% 가량 줄어들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중소업체들은 대형사에 대응하기 위해 일찍이 대형마트 PB우유 제조에 집중하기도 했다. 자체 브랜드력이 대형사에 비해 떨어지기에 대형마트 브랜드를 등에 업은 PB우유 시장에 뛰어든 것. 실제로 마트들에 따르면 판매비중 측면에서 전체 우유 제품 중 PB흰우유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고. 이마트의 ‘노브랜드 굿밀크’에는 푸르밀과 부산경남우유가, 롯데마트 ‘온리프라이스 1등급 우유’는 건국우유, 홈플러스의 ‘시그니처 1A우유’는 연세우유가 제조하고 있다. 각 제품은 지난 1분기 140만개, 150만개, 100만개를 판매했다.

하지만 PB우유 시장도 녹록치 않다. 지난 4월 업계 1위인 서울우유도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자체브랜드 우유인 ‘티 스탠다드 마이밀크’ 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장에 진출했다. 이제까지 업계 1위로 저가인 PB우유와 차별화된 품질력으로 경쟁하던 서울우유가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은 작년과 올해 급식우유 소비의 감소로 인한 타격을 줄이기 위함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 외 남양유업, 매일유업도 대형마트들이 PB우유의 라인업을 경쟁적으로 늘림에 따라 시장에 진출했다.

위기감이 고조되자 관련 단체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작년 말 낙농진흥회는 잉여원유의 차등가격제시 시행규정 개정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낙농가들도 자발적으로 원유납품대금의 일부를 전지분유 등 국산 유제품 구매를 위해 지불하는 자구책을 전개하고 있고, 관련 단체들은 코로나로 인한 잉여유 처리대책을 정부에 지속 건의하는 중이다.

한편 가까운 나라 일본의 농림수산성은 코로나19로 인한 전국적인 휴교조치에 따라 학교급식용 우유 공급 중단에 따른 원유수급 완화대책 사업으로 22억9900만엔을 배정하는 등 긴급대응책을 내놓은 바 있다. 우유 처리에 따른 유업체에 대한 대책으로 탈지분유 생산에 따른 재고증가분의 보관료와 수송비, 폐기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한 것.

업계 관계자는 “잉여유를 처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요구된다. 코로나19 영향이 장기화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국회 및 예산 당국과 적극 협의해 조속한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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