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초콜릿 규격개정 공청회
지상중계-초콜릿 규격개정 공청회
  • 이지현 기자
  • 승인 2004.03.29 0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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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품질 바탕 국제수준으로 상향 지급
고급 수입품에 밀려 국산판매 감소
소득 대비 소비 적어…성장 가능성 무궁

초콜릿의 기능성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나 국내 초콜릿 시장은 동남아로부터 유입된 저급 제품의 난립과 함께 엄격한 규격하에 만들어진 고급의 수입 제품에 치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초콜릿 규격 개정을 통해 제품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국내 시장에서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연세대 공학관에서 열린 ‘초콜릿 제품의 규격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국내 초콜릿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일본 및 CODEX의 초콜릿 규격을 통해 국내 초콜릿 규격 개정의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 시장의 현황 문제점

세계적으로 볼 때 인구 1인당 코코아(카카오를 볶아 분말로 만든 카카오 페이스트를 압착해 카카오 기름을 제거하고 분쇄한 것) 소비는 GDP(국내총생산)에 비례하는 추세이다. 2002∼2003년을 기준으로 GDP 9500달러 수준인 우리 나라의 코코아 소비량은 0.9kg으로 GDP가 가장 큰 스위스(3만9000달러 상회)의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240억달러의 규모를 보이고 있는 이 시장은 점차 소비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국내 시장 역시 소비 증가 기대치가 큰 만큼 발전 가능성이 기대되는 분야로 꼽히고 있다.

독일제과협회의 지난해 7월 자료에 따르면 전체 제과 중에서도 초콜릿 및 초콜릿 과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5% 수준에 달해 스낵 캔디 등과 비교할 때보다도 월등히 커 ‘제과의 꽃’으로 불릴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점쳐지고 있다.

우리 나라 초콜릿 제품 시장은 판매액에서는 정지선상에 있고 판매량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산 초콜릿 제품의 판매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엄격한 규격으로 생산된 고급 수입품이 몰려 들어오면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데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액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질적 향상보다는 포장의 고급화로 인한 고가 경쟁에서 비롯됐다고 분석된다.

원료용 초콜릿 시장의 경우 1980년대 초반 베이커리에 사용하기 위해 수입하면서 처음 형성됐다. 그러나 8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초콜릿 완제품의 수입이 늘어나 원료용 초콜릿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으며 2002년에는 수입산이 시장의 90%를 장악할 정도였다.

초콜릿 제품이 포함돼 있는 제과 부문은 조미료 시장의 성장률이 9.6%, 커피·차 8.6%, 음료 6.8% 등인 것과 비교했을 때 2% 선까지 현저히 떨어진 것도 국내 초콜릿 시장의 현실이다.

한편 국내외적으로 초콜릿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아직은 많은 것으로 나타나 이의 효능 및 효과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홍보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001년 미국에서 276명의 10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 생활 조사´ 결과 과일과 야채가 가장 즐겨 찾는 건강식품으로 꼽혔으며 초콜릿을 꼽은 사람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좋아하는 비건강식품’에 대한 조사에서는 29%의 응답자가 초콜릿이라고 응답해 초콜릿이 부정적인 식품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는 아직 주춤한 상태이나 이미 해외에서는 초콜릿의 기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고 관련 연구 역시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활성산소를 흡수하는 능력은 자두와 비교해 다크 초콜릿은 2.3배 뛰어나며 밀크 초콜릿 역시 1.2배 가량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 체내 유해산소를 없애 주는 항산화 식품으로서 주목받고 있음은 물론 지방의 과산화도 거의 100% 억제하는 것으로 연구 결과 밝혀져 건강식품으로서의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 역시 초콜릿의 기능성에 주목, 해마다 카카오·초콜릿 관련 국제 영양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미 코코아의 헬리코박터 박멸 효과, 항스트레스·창상 억제, 충치 예방 효과까지 증명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이러한 연구 개발이 진행되면서 초콜릿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과 비교해 국내 초콜릿 시장은 아직 소비자들의 인식, 원료 및 기술상의 문제, 품질 규격상의 문제가 산재해 있어 그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이다.

우선 소비자들의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초콜릿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 과학적 근거하에 건강 기능성을 강조, 이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저가 원료의 사용과 기술 및 시설 수준의 미흡으로 인한 문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업계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며 국제 규격과 비교해 저급의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는 국내 초콜릿 제품 규격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 한국·일본·코덱스 규격

제품 규격은 어떠한 제품이 무엇으로 구성돼 있고 또 공장에서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해 지시하고 설명하는 일련의 규정으로 필요에 따라서는 일반 대중의 검증에 의해 변화시켜야 한다.

현재 국내 초콜릿 시장은 밀려들고 있는 동남아의 저급 제품들을 철폐하고 엄격한 규정에 의해 만들어진 진정한 초콜릿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제품 규격의 개정이 절실한 때다.

특히 앞으로의 제품 규격은 소비자들의 요구일뿐만이 아니라 열려 있는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승부하기 위해 ‘안전성’과 ‘품질’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

또한 제품 규격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과 산학 공동의 연구, 복합 기술, 종합과학의 뒷받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우리 나라의 초콜릿 규격은 일본과 식품 분야에 있어 국제법으로 통하는 CODEX와 비교해 비교적 단순하고 초콜릿 함량이 미약한 제품 역시 초콜릿으로 대접받게끔 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규격에 따르면 코코아 원료 함량 20% 이상(코코아버터 10% 이상)이면 초콜릿으로 분류된다. 반면 일본은 초콜릿 생지(카카오 성분이 전 중량의 35% 이상인 것으로 수분이 전 중량의 3% 이하의 것) 자체 및 초콜릿 생지가 전 중량의 60% 이상인 초콜릿 가공품을 초콜릿이라 말하며 CODEX 기준에 따르면 건조물 기준으로 총 코코아 고형분을 35% 이상 함유하고 그 중 코코아버터는 18% 이상, 무지방 코코아 고형분은 14% 이상 함유한 것을 초콜릿이라 일컫는다.

따라서 국내 기준으로 보자면 일본 및 CODEX 기준과 비교했을 때 20% 가량의 코코아(또는 카카오)만 함유돼 있어도 초콜릿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식품 유형을 볼 때 국내 기준은 관련 제품을 초콜릿류와 코코아 가공품류로 분류, 이의 하부 유형으로 초콜릿, 준초콜릿, 초콜릿 가공품과 코코아 버터, 코코아 매스, 코코아 분말, 기타 코코아 가공품류 등을 두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초콜릿, 준초콜릿, 초콜릿 과자, 준초콜릿 과자, 카카오 매스, 코코아 버터, 코코아 케이크, 코코아 파우더(코코아), 조정 코코아 파우더를 초콜릿류의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편 CODEX 기준에서는 우선 성분별 유형과 형태별 유형으로 분류한다. 성분별 유형은 코코아 버터, 무지방 코코아 고형분, 총코코아 고형분, 유지방, 유고형분, 곡분/전분, 미분쇄된 헤이즐넛의 함량에 따라 초콜릿, 스위트 초콜릿, 피복 초콜릿, 밀크 초콜릿, 준밀크 초콜릿, 밀크 피복 초콜릿, 기타 초콜릿 제품으로 나뉜다.<관련자료 참조>

형태별 유형으로는 혼합 압출 성형 경화의 방법으로 제조돼 바삭한 조직감을 주는 초콜릿 베르미첼리와 초콜릿 플레이크류, 성분별 유형에서 정의된 초콜릿을 하나 또는 그 이상 코팅한 피복 제품인 충전 초콜릿, 한 입 크기의 프랄린 또는 A초콜릿이 있다.<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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