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변형표시도 소비기한 제도처럼 변경하면-김태민 식품 전문 변호사의 작심 발언(18)
유전자변형표시도 소비기한 제도처럼 변경하면-김태민 식품 전문 변호사의 작심 발언(18)
  • 김태민 변호사
  • 승인 2021.07.1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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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 기간 연장 땐 가정서도 온도 유지에 신경 써야
△김태민 변호사(식품위생법률연구소)
△김태민 변호사(식품위생법률연구소)

변호사는 사건 발생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물 문제처럼 소비자가 입증하기 어렵고, 배상 범위가 매우 한정된 사건은 실제로 변호사를 선임해서 거대 식품기업에게 맞서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변변한 사건이나 소송도 없이 대다수의 소비자가 피해를 보면서 참아왔습니다. 이물 제도의 문제는 전문가도 아닌 행정기관의 섣부른 판정과 위자료를 인정하지 않는 법원의 무관심 등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기존의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시하는 제도로 변경을 추진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제2의 이물 문제처럼 소비자 피해가 확대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생기고 있습니다.

식품업체를 관리·감독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입장에서는 사실 유통기한 혹은 소비기한 어느 제도든지 아무런 상관도 없고, 업무 가중이나 예산 증가 등에도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하나 이는 환경부에서 걱정할 일이지 국민의 건강과 식품안전을 책임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목할 일이 아닙니다. 물론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기관으로서 전체적인 국가 정책에 협조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조직의 설립 목적을 고려하여 얼마나 스스로의 목소리를 냈었는지는 의문입니다. 과연 소비기한 제도 시행이 소비자, 즉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소비기한 제도가 시행되면 구매 빈도가 줄어든 이익이 가장 크다고 합니다. 평소 매주 구매하던 식품을 격주나 매월로 구매하면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평소 다니던 마트나 시장에 가는 빈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 과연 이런 변화가 정말 이익인지도 의문입니다. 그런데 해악은 더 클 수 있습니다. 일단 냉장·냉동 제품의 보관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서 냉장고 공간을 더 넓게 마련하고 온도도 더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냉장제품이나 냉동제품의 보관온도 유지를 철저하게 지켜야만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유통기한이 과학적 허용치보다 많이 짧아서 소비자는 구매 후 온도 유지에 대한 걱정 없이 섭취해왔지만 이제 가정에서 보관기간이 연장되기 때문에 온도유지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합니다. 게다가 가정에서 보관 중 제품이 변질되거나 문제가 발생한 경우 과거처럼 유통기한이라면 과학적으로도 가정 내 보관의 문제보다는 제조나 유통 상의 문제로 판정되기 쉬웠지만 소비기한 제도가 시행되어 가정 내 보관기간이 길어질 경우 이제는 제조나 유통사도 가정 내 보관 온도 문제를 끄집어내면서 환불이나 배상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소비기한 제도에 대해 아무런 추가 노력이나 예산이 필요 없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환경 문제를 거론하면서 소비자의 안전과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식품업계 조차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존 GMO 표시 같은 정책에는 무관심하고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일부 업계의 주장에 동조하는 소비기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도대체 환경부를 위한 기관인지 기관의 설립 목적과 식품위생법의 제정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소비자 주머니 사정을 좋게 하려는 걱정만 말고, 유전자변형(GMO) 표시 제도처럼 소비자가 원하는 제도도 조속히 시행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본고는 개인적인 의견이며, 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없습니다. 개별 사안은 본지나 김태민 변호사의 이메일(lawyerktm@gmail.com) 또는 블로그(http://blog.naver.com/foodnlaw)로 질문해 주시면 검토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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