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삼 글로벌화 전략수립 시급
고려인삼 글로벌화 전략수립 시급
  • 김은수 기자
  • 승인 2004.03.30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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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치 높여 ´인삼종주국´ 부활해야

글로벌 상품으로서 대표적인 수출 효자 노릇을 한 한국의 고려인삼은 이제 ‘발전이냐, 침체냐’를 놓고 갈림길에 봉착했다. 전근대적인 유통 구조 및 시스템을 비롯해 새로운 제품 개발 부재, 소비자 신뢰도 상실에 이어 수입 자유화까지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고려인삼은 해외 시장에서마저 미국이나 중국 등의 경쟁국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들을 짚어 보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26일 한국식품개발연구원에서는 국내 인삼 산업 발전을 위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인삼 산업의 신제품 개발 및 수출 촉진 전략 수립’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한국식품개발연구원 김성수 박사를 비롯해 산ㆍ학ㆍ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다양한 주제로 발표했다. 고려인삼의 성가 회복을 위한 이들의 발전 방안을 살펴봤다.

◇인삼 산업 현황 및 육성 대책(박종서 농림부 채소특작과 과장)=국내 인삼 산업은 1996년 전매제 폐지와 제조ㆍ판매에 대한 규제 완화를 계기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실제로 인삼 재배 면적은 96년 당시 8.9ha에서 지난해 12ha로, 생산량은 같은 기간 1만톤에서 1만5000톤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삼가공 산업도 활성화돼 전매제가 실시되던 95년 75개 업체에서 2002년에는 529개 업체로 7배가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통 측면에서는 그 단계가 복잡해 비용 및 마진이 많이 발생되고 거래 투명성이 낮은 전근대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특히 생산자 단체의 생산ㆍ유통 참여 미흡으로 생산자는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소비자는 비싼 가격으로 구매하고 있으며 표준 거래 규격이 제정됐음에도 불구, 소비자들이 알지 못하는 관행 거래 단위 및 등급으로 유통돼 투명성도 낮은 실정이다.

수출에서도 현재 국내 인삼 가격이 경쟁국인 중국 미국 캐나다보다 크게 높은 상황에서 DDA 협상 타결로 관세가 감축되면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양허관세 물량의 증량도 불가피해 향후 국내 인삼 산업에 큰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인삼의 안전성 확보 및 품질 관리 강화로 소비자 신뢰 구축 △인삼 계열화 사업으로 농가 소득 안정 및 가공산업 활성화 △생산비 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 확대 △국내외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기능성 제품 개발로 소비 확대 △해외 홍보 강화와 시장 개척으로 수출 확대를 통한 산업 활성화 등이 국내 인삼 산업 육성을 위한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농사 소득 및 산업 활성화를 위해 사업 방식과 지원 조건을 대폭 개선하는 계열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농가에는 계약 재배 자금, 인삼조합에는 수매자금과 가공 운영 자금을 지원하고 그 소요 자금은 정부가 80%, 농협에서 20% 부담할 예정이다.

또한 주요 상대국 시장 여건 악화와 경쟁국의 시장 잠식으로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는 △수출 상대국의 여건과 소비 형태를 고려한 차별화된 홍보 및 판촉 △수출 잠재력이 큰 국가 개척 및 신규 수요층 확대 등을 통해 전년 대비 10% 성장한 7300만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려인삼의 효능 우수성 및 차별화 방안(박종대·KT&G 중앙연구원 인삼연구소 연구원)= 고려인삼은 오갈피나무과(Araliaceae)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으로 한국, 중국, 시베리아 동부에서 자생한다. 상업적으로 유통되는 인삼근의 대부분은 한국 및 중국 동북 지역에서 재배된 고려인삼 뿌리의 가공품으로 이는 동양에서 수천 년 동안 만병 통치약으로 여겼다.

인삼의 성분에 대한 최초의 연구는 1854년 미국 개리퀘스(Garriques_에 의해 이뤄졌으며, 1960년대 일본 동경대학의 시바타 및 다나카 교수에 의해 본격화되었다. 시바타 교수 등은 인삼의 유효 성분으로서 사포닌의 구조를 확인했으며 그 성분을 ‘진세노사이드’라고 명명했다. 실제로 최근 연구 결과에서는 사포닌이 고려인삼의 3~4%에 이르며 약 37종의 구조를 가진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순수 진세노사이드 성분의 효능으로는 항스트레스, 뇌신경 세포 보호, 혈관 확장, 항혈전, 지질대사 개선, 면역 세포 부활 및 암 세포 증식 억제 등을 들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약리 작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고려인삼은 다른 나라 인삼에 비해 약리학적 우수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고려인삼의 양의학적 임상 사례를 살펴보면 노화 억제, 항암 효과, 간 장애 회복, 뇌혈관 장애 후유증 개선, 순환지 질환 개선, 고ㆍ저혈압 정상화, 류마티스성 말초순환 장애 개선, 당뇨병 증상 개선, 고지혈증 개선, 성 기능 개선, 갱년기 장애 개선 및 항피로 효과 등을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특히 항암 효과와 관련, 고려인삼은 비특이적인 생체 저항력을 증가시키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이는 인삼이 주요한 생체 방어 기능인 면역 기능에 영향을 미쳐 종양 발생을 예방하거나 암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항발암 작용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각종 임상적 실험 결과에서도 항암 효과에 대한 인삼의 유용성을 제시하고 있는데 인삼 주산지 주민 4634명을 대상으로 5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복용자군의 발암 위험도는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홍삼이 끽연에 의한 산화적 손상을 방어하는 효과를 나타냈으며(Yun et al., Cancer Letters, 132, 1998) 홍삼의 산성 다당체(RGAP)를 분리, 정제해 복용시킨 결과 항암제 택솔과의 병용 투여 시 시너지 효과 및 부작용 경감 효과(Park et al., Planta Medica, 약학회지, 2001)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국내 인삼 유통 현황과 개선 방안(임병옥·중앙대 인삼산업연구센터 연구교수)=국내 인삼 시장은 1996년 7월 1일부터 발효된 홍삼 전매제 폐지를 포함하는 일련의 인삼산업법 개정으로 비로소 시장 경쟁 원리가 도입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특히 민간 자율 경쟁 체제가 도입되면서 인삼협동조합을 중심으로 4년근 홍삼을 비롯, 다양한 인삼류 제조ㆍ가공 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는데 실제로 지난해 조합 소속 6개 가공 공장의 4년근 홍삼용 원료삼 취급은 한국인삼공사의 6년근 홍삼용 취급 물량인 2700톤의 13%에 이르렀다.

이처럼 4~5년근 홍삼 및 홍삼 제품의 신규 시장 진출과 국민소득 수준 향상과 안전성에 대한 관심 증가로 수삼 소비가 제품 위주로 소비 행태가 변화하고 있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홍삼 가공 확대로 백삼류 가공 및 소비 위축은 심화되고 있으며 수입자유화 조치로 외국삼의 공식 수입 가능성도 상존하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 수삼 및 인삼 제품의 유통 경로를 살펴보면 우선 수삼은 계약 재배, 포전 매매(밭떼기 판매), 직접 출하로 유통된다. 계약 재배된 수삼은 한국인삼공사(주로 6년근), 인삼협동조합(4~5년근)이 원료 수삼으로 각각 수매, 가공ㆍ판매하고 있으며 이외 50% 정도의 수삼은 자유 거래되거나 국내 최대의 인삼 유통 중심지인 충남 금산에서 거래된다. 포전 매매에 의해 수집된 수삼은 금산 수삼센터 및 서울 경동시장을 중심으로 한 거래가 전체 거래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백삼은 주로 상인에 의해 가공돼 금산 도매 시장에서 가격 결정 후 전국에 유통되고 있다. 홍삼은 전매법 이전에는 한국인삼공사가 독점으로 유통했으나 최근 인삼협동조합 및 일반 홍삼 가공업체까지 참여하고 있다.

이같은 현재 유통 과정 중 많은 문제점들이 대두되고 있는데 개선 방안으로는 △지역별 물류센터 및 공판장 건립을 통한 유통 단계 축소와 물류비 절감 △인삼에의 농산물 관리제도(GAP) 및 품질인증제도 도입, 원료삼 검사 제도 부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인삼 검사 제도 도입 및 수입삼의 관리 기능 강화 △인삼 제품의 생산, 유통, 가공 과정의 투명화 △인삼 산업의 유통 정보망을 확충, 인삼 관련 정보 제공으로 대소비자 홍보와 전자상거래 활성화 △인삼 제품의 표준화 △수입삼에 대한 철저한 관리 및 원산지 표시 의무화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인삼 산업 구조 분석을 위한 관련 표준 통계 자료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현재 국내 인삼 산업은 농림부, 한국인삼공사, 인삼협중앙회, 보건복지부 등의 자료가 종합적으로 정리된 자료가 없는데 이러한 조사 분석 없이는 정책 제안과 전략 수립은 물론 향후 WTO/DDA 협상 대응도 불가능하다.

정부 당국은 한국 인삼 산업의 진로를 제시 및 지원하고 인삼 재배인은 스스로 청정 인삼 재배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며 인삼 제조 업계는 고부가가치가 있는 제품을 개발ㆍ생산해야 한다. 유통 업계는 거래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 해외 시장 개척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한국이 인삼의 종주국으로 다시 한 번 부흥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산 인삼 제품 현황 및 향후 개발 방향(김성수·한국식품개발연구원 인삼연구단장)=인삼은 세계적으로 수백 종의 다양한 형태로 제조된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우리 나라도 예로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인삼을 섭취해 왔는데 이 같은 전통적 인삼 이용 방법을 토대로 현재 시중에는 현대적 가공 기술을 도입한 다양한 가공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다.

한국인삼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2002년 홍삼 제품류의 총매출액은 1553억원으로 본삼류 459억원에 비해 3.4배 높게 나타났다. 이는 고가 상품인 본삼류는 주로 선물용 등의 특수 용도로 구입하는 반면 제품류는 포장 단위를 세분화해 소단위로서 단가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최근의 복용 편의 위주 제품 형태와 기호성에 잘 부합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1992년 판매 총매출 대비로 보면 343%가 신장됐으며 전체적으로는 1995년에 정점을 이룬 후 서서히 감소하다가 1999년부터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1992년 대비 2002년 제품류별 매출 증감률을 보면 홍삼차 147%(98억8000만원) 홍삼 엑스 548%(446억9700만원) 홍삼 분말 270%(23억500만원) 홍삼 캡슐 145%(82억7900만원) 홍삼 드링크 298%(600억8200만원) 홍삼 세트 188%(59억9800만원) 그리고 기타 제품은 49배(241억1200만원) 에 달했다.

이처럼 홍삼 제품류의 급격한 판매 증가는 그간 국민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동시에 인삼공사의 꾸준한 홍삼 제품 홍보를 통한 소비자 인식 제고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농협중앙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2년 인삼 제품류의 총수출액은 5503만6000달러로 1997년부터 1억달러 이하로 감소했다. 최고치를 기록한 1990년 1억6400만달러에 비하면 2002년에는 35%의 수준을 유지한 셈이다.

2002년 수출 금액별로는 백삼정이 1387만3000달러로 가장 높고 홍삼 원형삼 888만6000달러, 백삼차 688만9000달러, 인삼 음료 623만2000달러, 홍삼차 526만8000달러의 순이었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본다면 이미 시중의 기존 제품들은 소비자들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에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생각된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외적으로 의학, 약학, 분자생물학, 화학, 식품학, 영양학 등의 전공자들이 다학제간의 공동 연구를 통해 새로운 차원의 연구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향후 인삼 가공 제품의 대체적인 개발 방향으로는 △인삼의 유효 성분을 분리, 정제 및 농축 기술 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원료삼의 다양한 전처리 가공 방법을 통해 새로운 기호를 창출할 수 있는 인삼 제품 개발 △인삼의 다양한 발효 기법을 통한 발효 제품 개발 △인삼 제품의 다양한 배합비 개발 △소비층별 요구 사항 조사를 통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제품 개발 △인삼을 주소재로 한 스낵 및 편의 식품 개발 △수삼을 이용한 가공 제품 개발 등을 들 수 있다.

◇한국 인삼의 중장기 수출 확대 전략(조웅제·한국식품개발연구원 시장분석팀 박사)=우리 인삼은 한때 농산물 수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수출 효자 품목이었으나 중국을 비롯 신흥 수출국인 미국, 캐나다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수출이 격감하고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1990년 1억6000만달러를 넘어섰던 인삼 수출은 94년 1억2000만달러, 98년 8700만달러로 계속 감소해 2003년 현재 7200만달러불까지 떨어졌다. 사안이 가볍지 않은 만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인삼 수출 증대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 고려인삼의 경쟁력이 약화된 근본 원인으로는 먼저 가격 경쟁력 열세가 심화되었고 국내산의 품질 저하와 경쟁국의 품질 향상으로 격차가 좁혀졌다는 점을 들 수 있지만 해외 시장에서의 마케팅 전략 부재와 더불어 마케팅 노력도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점 역시 중대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인삼 제품의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고려인삼의 글로벌 브랜드화를 위한 전략적 마케팅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우선 제품 차별화의 확실한 전략을 수립, 이를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인지시키기 위한 포지셔닝 전략을 추진하고 경쟁국의 공격적 프로모션에 효과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해외 시장에서의 통합된 마케팅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주체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고려인삼의 우수성을 입증할 수 있는 과학적 증빙을 확보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고려인삼의 승열(昇熱) 효과를 반박할 수 있는 과학적 증빙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효능평가는 객관성 및 신뢰성이 높은 외국의 전문 기관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한 인삼 수출 사업을 통괄 지휘할 수 있는 기구가 조직돼야 하며 사업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 지원 제도를 인센티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삼 재배 농가, 제품 가공 업체, 수출 업체, 정부 등 모든 관련 기관들의 강력한 대책 추진 의지와 협력 체계의 조성이라고 본다. 우리가 갖는 근본적인 문제는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가 합심해 문제를 풀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고려인삼은 우리 농산물에서 유일하게 그리고 공산품을 통틀어서도 몇 안 되는 글로벌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그간 우리는 조상들이 물려준 ‘한국 고려인삼’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갉아먹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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