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중소기업간경쟁물품’ 품목 중 급식 제외 논란
국방부 ‘중소기업간경쟁물품’ 품목 중 급식 제외 논란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1.08.31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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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제빵·면류 등 중소 업체 경영난에 공공 구매 물품도 대기업에 밀릴까 우려
“소수업체 입찰 참여로 급식 질 저하 우려” 표명
업계 “적격심사제로 운영…품질 합격품만 납품”
정부 기관 생계형 적합업종 ‘장류’ 거부는 모순

국방부가 내년부터 2025년까지 지정되는 ‘중소기업간경쟁물품’ 중 급식을 제외해 관련 중소식품기업들의 논란이 거세다.

그동안 국방부에 식재료를 납품하던 제빵, 면류, 장류, 김치, 육가공 등 중소식품기업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공공구매물품 시장마저 대기업에게 내어줄 위기에 처했다며 반발이 거세다.

중소기업간경쟁물품은 3년마다 품목이 지정되며, 중소기업중앙회 신청 품목에 대해 중기부에서 심의 결정해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중소기업자간경쟁제도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된다.

국방부는 심의 품목에서 급식 등 41개 품목의 지정을 반대했다. 최근 논란이 된 군급식 부실 문제가 주된 원인으로 알려졌다. 매년 낙찰된 소수의 업체만 군 입찰에 참여하다 보니 급식 품질 저하 우려가 야기된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중기부에서 심의 신청한 ‘중소기업간경쟁물품’ 중 급식 지정을 반대해 관련 중소식품기업들의 논란이 거세다. 급식 품질 저하 우려가 야기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인데, 업계에서는 급실 부실 문제는 군의 운영 문제 미흡이라고 반박하고 있다.(제공=육군본부 공식 블로그 아미누리)
국방부가 중기부에서 심의 신청한 ‘중소기업간경쟁물품’ 중 급식 지정을 반대해 관련 중소식품기업들의 논란이 거세다. 급식 품질 저하 우려가 야기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인데, 업계에서는 급실 부실 문제는 군의 운영 문제 미흡이라고 반박하고 있다.(제공=육군본부 공식 블로그 아미누리)

업계에서는 군급식 부실 문제를 중소식품업계에게 전가하고 있는 국방부의 행태를 질타했다.

중소식품업계 관련 단체 한 관계자는 “군급식 입찰의 경우 군의 엄격한 ‘입찰 적격심사제도’에 의해 운영된다. 업체에서는 심사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전문인력을 확보해 기술능력을 갖추고, 설비확충 등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소업체 특성상 기술인력 확보 및 설비투자 등이 부족한 업체가 참여가 어려워 소수 업체로 한정되긴 하지만 심사요건에 걸맞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낙찰된 업체의 경우 제품 생산 시 군의 ‘구매요구서’에 의해 원재료를 확보하고, 제품 생산 후 납품 전에는 국방부 산하기관인 ‘국방품질기술진흥연구소’에서 검사를 받아 합격품만 납품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구매요구서에는 원재료의 함량 비율, 중량, 크기, 포장 재질·규격 등 까다로운 세분기준이 있다. 이러한 기준을 통과해 납품하고 있는 낙찰업체로 인해 급식 품질이 저하된다는 국방부의 입장은 본인들이 작성한 ‘구매요구서’가 잘못됐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으로, 식재료의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운영의 문제를 먼저 살피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련 단체 관계자는 “똑같은 원재료를 사용해 만든 음식도 조리하는 사람 능력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예외도 있겠지만 대다수 취사병의 경우 전문조리과정을 이수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들의 조리능력 향상을 위한 노력도 없이 식재료의 품질이 떨어지고, 급식 맛이 없어 잔반량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납품업체 탓으로 돌리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라고 성토했다.

주목할 점은 이번 품목지정에서 제외된 급식에는 장류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장류는 정부에서 보호·육성을 목적으로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품목이다. 국가 차원에서 보호해야 하는 품목임에도 정부 기관이 이를 거부하고 있는 모순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장류의 경우 생계형 적합업종 품목이긴 하지만 전체 시장(약 1조 원 규모)의 80% 이상을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2000억 원도 안 되는 시장을 수백여 개에 달하는 중소장류업체간 경쟁을 하고 있다. 이중 군급식 시장에서의 장류는 약 150억 원 규모로, 전체 시장의 1.5%에 불과하다.

장류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의 온라인 구매 비중이 늘며 장류도 대기업 제품에 대한 소비자 편중 소비가 가속화되고 있다. 일부 업체는 매출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70%까지 하락해 존폐위기에 직면했다. 모든 정부 부처가 중소기업 보호 육성에 나선 상황에서 국방부만 이에 반하는 정책을 펼치려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합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본지는 국방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취재협조를 요청했으나 답변 회신을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한편 중기부는 9월 초까지 관련 단체 및 중소기업중앙회의 의견을 재차 수렴한 뒤 국방부에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며, 중소기업 간 경쟁물품 최종 지정은 9월 말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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