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에서 배우는 한식의 세계화-제이 리(Jay Lee)의 미국 통신(69)
오징어 게임에서 배우는 한식의 세계화-제이 리(Jay Lee)의 미국 통신(69)
  • Jay Lee
  • 승인 2021.10.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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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도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제품 도약 가능성
단순한 스토리 성공 요인…최소 성분 ‘클린 라벨’과 비슷
식품 마케팅, 간접광고 등 콘텐츠 산업과 협업 중요해
△이종찬 J&B Food Consulting 대표
△이종찬 J&B Food Consulting 대표

최근 넷플릭스에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면서 오징어 게임 밈(Meme)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미국에 있는 필자도 ‘오징어 게임’의 열기를 실감한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미국 친구들도 학교에서 오징어 게임 얘기를 나누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는가 하면 한국 라면을 부셔 먹는 재미도 같이 누리고 있다. 할로윈에는 오징어 게임에 나온 복장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영화 기생충의 흥행으로 ‘짜파구리’가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오징어 게임에도 생라면, 달고나, 양은 도시락 등 한국 음식들이 해외 소비자들에게 흥미를 일으키고 있다. 한국에서도 ‘오징어 짬뽕’, ‘깐부치킨’ 등 연관 제품이 인기고 ‘오징어 치킨’ 등도 재빠르게 출시하고 있다. 물들어 올 때 노 젓듯이 때를 놓치지 않고 기회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예전에는 기업경영의 큰 패러다임 중 하나가 ‘규모의 경제학’이었다면 이제는 ‘속도의 경제학’이 중요한 패러다임이다. 한국의 놀라운 제품개발 속도와 마케팅 전략은 큰 힘이 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 의미 중에는 영어가 아닌 비영어권의 드라마로 성공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자막으로 영화를 보는 일이 거의 없다. 아주 히트작이 아니면 비영어권 영화나 드라마가 성공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넷플릭스를 점령한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자막을 읽는 불편에도 불구하고 성공했다는 점이다. 식품도 마찬가지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미국적이고 세계적인 제품이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 같다.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스토리 구성의 단순함과 스크린 이미지의 간결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빚에 쫓기는 서민들의 현실을 바탕으로 이야기의 모티브가 시작되지만 전개되는 과정은 단순하게 서바이벌 게임이면서 한국인만 이해할 수 있는 게임(콘텐츠)을 입혔다는 점이다. 미국의 클린 라벨(원료 등 최대한 인공첨가물을 넣지 않은 최소한의 성분으로 만든 제품들) 트렌드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적인 식품(콘텐츠)을 어떻게 오징어 게임과 같이 간결하게 마케팅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특히, 북미의 경우에 사회학적으로 Low Context 문화라고도 하는데 한국의 눈치 문화가 아닌 사회적 콘택트가 약하여 자세한 설명(매뉴얼 중심)과 간결함이 요구되는 사회임을 이해해야 한다. 오징어 게임처럼 소비층에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지 벤치마킹해야 한다.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속 간접광고 효과가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식품은 문화이다. 타 인종에게 접근하려면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문화에 호감과 흥미가 있어야 한다. 넷플릭스 속에 나온 식품들은 덩달아 외국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유발한다. 이제 한류 콘텐츠는 임계점을 지나서 전성시대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21세기는 크게 두 가지 산업으로 분류된다. 얼마나 기업과 소비자의 시간을 세이브해 줄 것이냐(타임세이빙 산업)와 사람들이 남는 시간을 보내는 데 얼마나 도움을 주느냐(킬링타임 산업)로 나뉜다. 식품은 그중에 킬링타임 산업으로 분류될 것이다. 앞으로는 콘텐츠 산업과의 협업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오징어 게임의 전반에 흐르는 한국의 양극화 문제와 낭떠러지에 몰린 소외계층에 대해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해 씁쓸하다. 최근 불고 있는 ESG와 새로운 기회를 찾아 만들어지는 사회적·환경적 기업을 통해서 사회에 선한 기여를 하고 사회가 공생하는데 식품업계가 이바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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