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판례 여행(40)] ‘자발적 허위표시’ 사건
[식품 판례 여행(40)] ‘자발적 허위표시’ 사건
  • 강선주 변호사
  • 승인 2022.03.28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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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규정 없는 기내식 원재료 ‘농어살필렛’에 유통기한 신고
유통기한 경과하자 재포장 후 기한 변경→피소
“표시 필요 없는 식품” 주장 불구 1·2심 법원 유죄 판결에 상고
자발적 유통기한 설정·표시 해 신고 땐 자신도 구속…허위표시 해당

● 여행의 시작

△강선주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강선주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여러가지 특성들로 인해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을 수 있는 식품들이 존재한다. 다만, 이런 식품들에 대해서도 제조업자나 수입업자가 임의로 유통기한을 표시해서 신고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위와 같이 굳이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유통기한을 스스로 신고한 후, 이를 어기고 다른 유통기한을 표시할 경우 식품위생법상 ‘허위표시’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까? 아니면 어차피 유통기한 자체가 없었던 것이니 형사처벌을 면하게 될까?

이 사건에서 A는 냉동·수산물 제조·도매업체인 B수산의 실질운영자인바, B수산의 종업원인 C는 D가 수입한 농어살필렛을 E의 기내식 원재료로 납품할 용도로 구입하였다. 농어살필렛은 생선에서 뼈, 내장, 머리, 껍질 등을 제거하고 남은 생선의 살 부위만을 발라내어 가열없이 그대로 냉동시켜 박스로 포장한 제품인데, C가 D로부터 구입할 당시에는 농어살필렛의 유통기한이 2004. 9. 20.로 표시된 라벨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농어살필렛에 표시된 유통기한이 경과되자 C는 F에게 농어살필렛의 바깥쪽 말라버린 부분과 부스러진 것들, 모양이 나쁜 꼬리 부분 같은 것들을 제거하고, 새롭게 글레이징을 한 후 재포장하여 제조일자 및 유통기한을 다시 기재하도록 임가공을 의뢰하였다.

그 결과 농어살필렛에 “제조일자 2004. 10. 25., 유통기한 위 제조일로부터 24개월”로 각 표시된 라벨이 부착되었고, 이후 2004. 10. 28.부터 2005. 5. 27.까지 E에게 판매되었다.

그러자 검찰은 A와 C를 식품위생법위반으로 기소하였다.

A는 농어살필렛이 원래 유통기한을 표시할 필요가 없는 식품이라고 주장하였으나, 1·2심 법원은 A에게 유죄 판결을 선고하였다. A는 위 판결에 불복하며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다.

● 쟁 점

자발적으로 식품의 유통기한을 설정·표시하여 신고 등을 마친 후 이와 다른 유통기한을 표시한 경우, 식품위생법상 ‘허위표시’에 해당할까?

<대법원의 판단>

제반 규정의 취지를 종합하면 유통기간이나 유통기한은 기본적으로 식품제조업자 또는 수입업자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으로서, 일단 설정한 유통기한에는 그 자신도 구속을 받는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유통기한을 표시하는 취지가 소비자에게 그 식품에 대하여 정확하고도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보건의 증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식품 등의 표시기준’이 정하는 표시사항 중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을 수 있는 식품이라고 하더라도 당해 식품의 제조업자나 수입업자가 자발적으로 그 식품에 유통기한을 설정·표시하여 소정의 보고 또는 신고·검사를 마친 경우에는, 법적으로 유효한 유통기한이 설정된 것으로 볼 것이다.

따라서 그와 다른 유통기한을 표시하게 되면 이는 구 식품위생법령상의 ‘허위표시’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도5583 판결).

● 여행을 마치며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을 수 있는 식품이라면, 이를 자발적으로 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물리적으로는 그 유통기한에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통기한의 표시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유통기한을 표시한 이상, 스스로도 그 유통기한에 구속을 받을 뿐만 아니라, 이를 신뢰한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를 허위표시로 보아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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