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산업화 1세대’ 아워홈 창립 구자학 회장 별세…향년 92세
‘대한민국 산업화 1세대’ 아워홈 창립 구자학 회장 별세…향년 92세
  • 최지혜 기자
  • 승인 2022.05.1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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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급식서 기내식까지 확장…연구 역량 강화 종합식품으로
해외 진출…21년간 8배 성장, 식품 기업 사회적 책임 강조

다양한 분야에 뛰어들며 대한민국 산업화 1세대에 기여한 아워홈 구자학 회장이 향년 92세로 12일 노환으로 영면에 들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15일이다. 장지는 경기도 광주공원묘원.

△故 구자학 회장(사진=아워홈)
△故 구자학 회장(사진=아워홈)

구 회장은 1930년 경남 진주시에서 姑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진주고등학교를 마치고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해 1959년 소령으로 전역했다. 1960년 한일은행을 시작으로 호텔신라, 제일제당, 중앙개발, 럭키(現 LG화학), 금성사(現 LG전자), 금성일렉트론(現 SK하이닉스), LG건설(現 GS건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약했다.

구회장은 1981년 ‘국민치약’이라는 수식과 함께 당시에 없던 잇몸질환을 예방하는 페리오 치약을 개발했다. 1983년 플라스틱 PBT를 만들어 한국 화학산업의 일대 전기를 마련하는 한편 1985년 화장품 ‘드봉’을 해외에 수출해 국내 화장품의 첫 해외 수출을 이끌었다. 1989년 금성일렉트론에선 램버스 D램 반도체를 개발, 1995년 LG엔지니어링에선 일본 플랜트 사업을 수주하는 등 LG의 근간이 된 주요사업의 시작과 중심에는 늘 그가 있었다.  

구 회장은 1981년 페리오 치약을 개발해 당시 없었던 잇몸질환 예방 치약을 선보였다. 사진은 1981년 럭키그룹 시무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신년사를 전하는 구 회장의 모습.(사진=아워홈)
구 회장은 1981년 페리오 치약을 개발해 당시 없었던 잇몸질환 예방 치약을 선보였다. 사진은 1981년 럭키그룹 시무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신년사를 전하는 구 회장의 모습.(사진=아워홈)

이후 2000년 LG유통(現 GS리테일) FS사업부로부터 분리 독립한 아워홈의 회장으로 취임해 20여년간 아워홈을 이끌었다. 그동안 아워홈 매출은 2125억원(2000년)에서 2021년 1조7408억으로 8배 이상 성장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졌다. 단체급식사업과 식재유통사업으로 시작한 아워홈은 현재 식품사업, 외식사업과 함께 기내식 사업, 호텔운영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종합식품으로 거듭났다.

구 회장은 1960년 한일은행을 시작으로 호텔신라, 제일제당, 중앙개발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뛰어들며 업적을 남겼다. 사진은 1986년 금성사 대표이사 재직 시절 마이크로웨이브 오븐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구 회장.(사진=아워홈)
구 회장은 1960년 한일은행을 시작으로 호텔신라, 제일제당, 중앙개발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뛰어들며 업적을 남겼다. 사진은 1986년 금성사 대표이사 재직 시절 마이크로웨이브 오븐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구 회장.(사진=아워홈)

음식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구 회장은 2000년 아워홈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맛과 서비스, 제조, 물류 등 모든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직접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과 머리를 맞댔다. 구 회장은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먹거리로 사업을 영위하는 식품기업은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감을 동시에 짊어져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아워홈을 경영했다. 

생산‧물류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 나섰다. 2000년대 초 구 회장은 미래 식음 서비스 산업에서 생산과 물류시스템이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 70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생산∙물류센터 부지를 찾아 전국을 돌았다. 현재 아워홈은 업계 최다 생산시설(9개)과 물류센터(14개)를 운영하며 전국 어디든 1시간 내 신선한 식품을 제공하고 있다.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감을 짊어져야 한다는 경영 철학으로 아워홈을 운영했던 구 회장은 생산 및 물류시스템이 핵심 역량이 될 것으로 예견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했다. 사진은 2009년 아모리스 오픈행사.(사진=아워홈)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감을 짊어져야 한다는 경영 철학으로 아워홈을 운영했던 구 회장은 생산 및 물류시스템이 핵심 역량이 될 것으로 예견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했다. 사진은 2009년 아모리스 오픈행사.(사진=아워홈)

해외진출도 빨랐다. 아워홈은 2010년 중국 단체급식사업을 시작하고 2014년에는 청도에 식품공장을 설립했다. 이어 2017년 베트남 하이퐁 법인 설립을 통해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으며, 2018년에는 M&A를 통해 기내식 업체 HACOR를 인수하며 기내식 사업에도 진출했다. 2021년에는 국내 업계 최초로 미국 공공기관인 미국우정청(USPS) 식음서비스 운영권을 수주했고, 폴란드에 법인을 설립해 유럽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외병에 들기 전 아워홈 경영회의에서 구 회장은 “요새 길에서 사람들 보면 정말 커요. 얼핏 보면 서양사람 같아요. 좋은 음식 잘 먹고 건강해서 그래요. 불과 30년 사이에 많이 변했습니다. 나름 아워홈이 공헌했다고 생각하고 뿌듯합니다”라며 “은퇴하면 경기도 양평에 작은 식당 하나 차리는 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커져 버렸어요. 그동안 같이 고생한 우리 직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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